도쿄타워 - 에쿠니 가오리
시후미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그렇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요리를 먹는다. 토오루는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발끝까지 이탈리아 요리로 가득 차 버린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까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순도의 문제였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듣는다.
토오루의 온몸은 음악으로 가득 차고, 다른 일은 전혀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연주, 참 좋았어."
시후미가 말하고, 그 순간 토오루는 깨닫는다.
이것은 피아니스트의 힘이 아니라 시후미의 힘이다 라고.
자신은 시후미가 하는 대로 흘러갈 뿐이라고.
<도쿄타워>는 40살 여자와 20살 남자의 사랑이야기입니다.
2005년 책인데, 다시 봐도 참 파격적이죠.
20살 토오루의 시점으로 쓰인 구절 하나하나가 기가 막힙니다.
40대가 되었을 때 20대 남자와 사랑이라도 빠져봐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ㅎㅎ는 오바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대체 토오루가 했던 사랑은 어떤 사랑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당신이 주는 불행이라면, 다른 행복보다 훨씬 가치있다.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을만큼 사랑해보셨나요?
제게,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입니다.
비록 40살 유부녀 시후미와 20살 토오루가 하는 사랑의 종류가 인정받긴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예기치 못한 감동을 전하는 건
사랑 앞에서 인간은 용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전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그래도, 안돼 시후미! 나빠! 다메요!
"사회적인 통념이나 사상을 논하기에 앞서,
인연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오로지 시후미라는 한 여성을 통해 자신을 찾고 사랑을 배워나가는 토오루.
결국 사랑은 인생 행복의 결정적인 요소라는 것을 전달하려 한 흔적이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생각해 봅니다.
결코 허망하기만 한 몸짓이 아니라
사랑은, 늘,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ㅡ역자 후기, 신유희
+글더하기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합니다.
2005년 중학생 때부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이 뭔지 전혀 몰랐던 때인데
그 시절의 소녀감성 때문이었는지
학교 도서관에 꽂혀 있던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그 유명한 "냉정과 열정사이"에 빠진 그 때부터, 저는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한 듯 합니다.
당시 다가오는 친구 생일에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소설을 선물했더니
뭐 이런걸 선물로 주냐는 친구의 벙찐 표정을 아직도 기억합니다.ㅎㅎ
사실 지금도 스스로에게
왜 에쿠니 가오리가 좋냐고 묻는다면 정확히 정의내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냥, 정말 딱 그냥 특유의 담담한듯 써내려가는 문체가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읽고 있으면 원문의 문체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집니다.
이전에 하루키가 너무 좋아 하루키의 책을 원문 그대로 읽고 싶어 일본어를 전공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기분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요.
중어중문학 전공인 제가
정작 루쉰의 광인일기 외에는 원어로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적이 없다는 것에
급 반성하게 되지만요 하하(중국소설 워아이니 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