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하고 있던 생각인데 카페스튜디오 제이슨 덕분에 삘받아서 글을 남겨봅니다 ^^
암호화폐에 몸담은 많은 사람들은 암호화폐로 법정화폐를 대체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선두주자는 누가 뭐래도 비트코인이지만 아직 갈 길이 요원해보입니다. 몇몇 진영에서는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법정화폐 가치와 동기화되는 암호화폐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Tether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긴 하지만 순수한 암호화폐라고 보기는 어려운 IOU 개념이며(일종의 상품권이며 가치를 보증해주는 주체가 존재합니다), 이마저도 요즘 가치보증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예전에 존재했던 NuBits도 사라진지 오래이고, 그나마 남아있는건 그래핀 진영의 BitUSD와 SBD(스팀달러)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낮은 활용성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같이 시가총액이 큰 화폐도 안되고, 가치고정이 된 화폐도 실패한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저는 이 문제를 커뮤니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암호화폐뿐는 일종의 커뮤니티 머니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역화폐 정도가 되겠죠.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유연하게 가져보면 암호화폐뿐 아니라 법정화폐도 일종의 커뮤니티 머니입니다. 단지 커뮤니티의 단위가 국가일 뿐입니다. 커뮤니티 머니를 쓰는 사람들은 주로 커뮤니티 멤버입니다. 한국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은 한국 사람일테고,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은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일원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스팀달러를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은 스팀 커뮤니티 멤버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한 가지 단순한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사용처를 늘리기 위해서는 그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확장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우리가 일반인에게 비트코인 사용을 권하는 것은 흡사 영국 사람이 우리나라에 와서 파운드화가 좋으니 한국에서도 파운드를 쓰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헛수고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 영국에서 살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파운드화를 쓰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비트코인처럼 거대한 커뮤니티를 가진 암호화폐가 많이 쓰이지 않는지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한 대답이 암호화폐의 취득과정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질문을 해보면 명확해집니다. 일반인이 비트코인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비싼 마이닝 장비를 살 수도 없고, 누가 공짜로 나눠주길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비트코인을 조금씩 나눠주는 광고 사이트가 있긴 하지만 광고 한 번 보면 몇원 주지도 않습니다. 대다수 암호화폐는 취득이 매우 어려우며, 신규 화폐발행이 마이너와 같은 일부에게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요즘 뜨고 있는 많은 암호화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GPU로 마이닝하는 경우 마이닝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조금은 더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반인에게는 복잡한 영역입니다 (여름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에 더해 어찌저찌 암호화폐를 가질 기회를 얻었다해도 이를 사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돌아다니다보면 가끔 팁으로 암호화폐를 주는 커뮤니티가 있긴 하지만 사실 그거 받자고 암호화폐 지갑을 받고 깔고 싱크하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이를 그나마 가장 많이 해결한 암호화폐는 스팀입니다. 첫째로 스팀은 복잡한 지갑 프로그램을 깔고 한참 걸려 싱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회원가입하면 끝입니다. 물론 아직도 비밀번호 체계가 불편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다른 암호화폐와 비교하면 천국입니다. 물론 원하는 사람은 다른 암호화폐처럼 개인 컴퓨터에 노드를 깔고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주목할 부분은 누구나 스팀 또는 스팀달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큰 자본을 투자하지 않아도 컨텐츠 생산을 통해서 커뮤니티에 약간의 공헌만 하면 됩니다. 다른 암호화폐들이 마이너들(Proof of Work) 또는 기존 보유자들(Proof of Stake)에게만 화폐를 발행해준다면 스팀은 플랫폼에 공헌을 하는 모든 사용자들에게 화폐를 발행해줍니다. 이것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한 애묘인이 스팀에 자신들의 고양이 스토리와 재밌는 고양이 사진들을 올리고 보상을 받습니다. 조금씩 보상을 쌓다보니 25 스팀달러쯤 모이게 되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스티밋에 올라온 글을 보니 고양이 미용실 예뻐지냥이 스팀달러로 결제를 받으며, 추가 할인과 사은품까지 준다고 합니다. 장소도 가깝고 평도 괜찮습니다. 고양이를 데리고 예뻐지냥에 가서 미용을 받고 25 스팀달러를 지불합니다. 결제는 3초만에 끝났습니다.
썩 괜찮은 스토리 아닌가요? 예를 든 것은 고양이 미용실만이었지만, 스팀 커뮤니티에 까페 사장님들도 많이 오시고, 지역특산품 판매자분들도 오시고, 공방 운영자들도 오시고하면 이 이야기는 상상 이상으로 멋지게 펼쳐질 수 있습니다.
또한 스팀달러의 경우 네트워크가 1불의 가치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돈이 도는데 큰 부담이 없습니다. 받고 장기관 보관해도 가치가 1불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니 다음 사용때까지 환전을 안하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조금 가볍게 말해서 가지고 놀기에 큰 부담이 없습니다.
결론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암호화폐 사용처 확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의 확장입니다. 여기에 커뮤니티 구성원 누구나 쉽게 그 암호화폐를 가질 수 있어야 하며(돈으로 사는 것 제외),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방안은 각 커뮤니티가 창의적으로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