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대한 단상: 왜 비트코인은 가치가 있을까?

암호화폐를 하다보면 제일 많이 듣게 되는 비교가 튤립 버블입니다. 튤립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투기현상인데 버블이 한창일 때에는 가격이 하루에 수십 배씩 상승했다고 하니 어찌보면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비판의 핵심은 가치가 없는 대상이 투기수요로 인해 가격만 고공행진을 한다는 것인데요, 처음 이러한 비판을 들으면 마땅한 답변이 생각나지 않는 것도 현실입니다. 과연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답은 화폐의 근본적인 성격부터 살펴보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비트코인이 왜 가치가 있는지 질문하기 전에 화폐가 왜 가치가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는거죠. 그럼 대부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국가가 보증해주니까”. 맞는 말이긴 한데 이를 조금만 바꿔서 얘기해보면 조금 무섭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화폐는 다시 말하자면 “국가가 개인에게 돈을 빌리면서 주는 차용증”입니다. 물론 예전에 금본위제일 때에는 “금을 담보로 발행하는 교환권”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기반 없이 국가의 신용만으로 빌리는 체제로 바뀐지 오래입니다.

결국 대부분 법정화폐의 가치는 이러한 국가의 “신용”을 믿는 것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국가의 생산력, 통화정책, 위험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각국 화폐간의 상대적인 가치,즉 환율도 결정되는거죠. 만약 우리가 우리의 채무자인 국가가 빚을 갚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국가의 법정화폐 가치는 추락하고, 타국 화폐 대비 가치인 환율또한 출렁일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실제로 국가가 망해버린다면 그 화폐는 휴지조각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제 비트코인으로 돌아와보죠. 비트코인이 법정화폐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신용의 대상이 없는 화폐라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정책대로 발행되고 정해진 규칙대로 전송되는 그런 화폐라는거죠. 사이버머니와의 차이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이버머니는 디지털 기반이라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유사하지만, 누군가가 그 신뢰성을 보증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니지 아덴(리니지 게임에서 쓰이는 화폐 단위)는 엔씨소프트 서버에서 복제나 부정생성이 안되도록 관리해준다는 신뢰 위에서 거래되는 것이죠.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러한 신뢰가 필요없는 시스템을 기초로 한 화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즉, 비트코인은 이러한 무신뢰 시스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큰 비중으로 동의하느냐에 따라서 가치가 결정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비중을 비트코인에 두면 비트코인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죠. 그리고 비트코인의 가격은 다른 화폐 가치와의 상대적인 비교에 따라 결정됩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법정화폐에 대한 믿음을 줄이고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를 높일수록 비트코인의 가격은 상승하는 것입니다. 즉,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하나의 느슨한 국가로 보고 비트코인을 그 화폐로 생각하고, 외환의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해석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결국 비트코인을 위시한 각종 암호화폐들은 국가의 법정화폐를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경제공동체들의 구심점이 되는 각각의 화폐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스팀달러만 봐도 스팀 공동체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순환이 이루어지고 점점 스티미언들의 화폐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는 국가라는 뚜렷한 경계선으로 나뉘어있지만, 미래에는 한국 스티미언, 미국 스티미언, 한국 비트코이너, 중국 비트코이너 등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그리고 느슨한 레이어를 추가로 갖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느슨한 공동체가 계속 커지는한 비트코인 및 여타 암호화폐의 가치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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