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최근 저희 팀에 중고 신참이 배치되었습니다. 좋은 혈통을 타고나서 조금만 열심히 하면 회사에서 인정받고 수직 상승할 수 있는 신분의 친구인데, 늘 이런저런 핑계로 일을 안하려고 도망만 다니다 보니 부적응자로 소문나 여기저기 부서를 떠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명문 대학을 나왔고, 얘기를 해보면 대단히 똑똑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도 투철해서 뭘 해도 성공할만한 자질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회사생활은 참 적응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같이 회의를 다녀오는 길에 개인적인 취미생활에 대한 얘기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대단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에 80만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더군요. 서로 다른 주제로 3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각 60만, 10만, 10만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심으로 놀라웠습니다. 저도 다수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지만, 개인 채널 중에 이런 수준의 구독자를 가진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친구의 경우 잘하는 교과목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고 대학 졸업 후 전공과 관련된 회사에 취직했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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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하다보니 저의 과거와 많은 부분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저는 학교 다니던 시절에 수학을 지독히 싫어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마다 지식을 넓히고 삶을 배워가는 것이 아니라 무미 건조한 노동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수학을 잘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문과를 지원했지만 선생님의 반강제에 따라 이과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길로 공과대학을 선택해서 갔지만 학교 생활이 즐거울리 만무했습니다. 숙제와 시험의 연속이 체질에 맞지 않았습니다. 저와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은 데모를 하러 다니는 등 다른 의미에서의 대학생활의 특권을 만끽했으나 저는 음악감상실에 누워 음악을 듣거나 전공 책을 멀리하고 쓸데없는 책을 읽으며 사춘기 시절에나 했을법한 인생은 무엇인가류의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IMF 시절이 오고, 군대를 갔습니다.

여전히 "좋아하는 것"이 아닌 "잘하는 것"을 토대로 15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언젠가부터 인생은 무한하지 않으니 늦지 않은 시기에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자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고민 끝에 교육, 투자, 헌신 세 가지를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교육
저는 몇몇 분야를 제외하면 잘하는게 별로없는 평균 이하의 사람인데 남을 가르치는데 있어서는 꽤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혼자 습득하기 어려운 내용을 직관적으로 쉽게 남에게 이해시키는 부분에 있어서 남들보다 조금 뛰어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분야에 상관없이 제가 관심을 가지고 공들여 연구한 내용을 남들에게 쉽게 전파하는 그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자
본래 외환딜러가 꿈이었던 이유도 있고,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그저 밥이라도 잘 먹자는 생각에 식당이 가까운 상과대학 수업을 꽤 들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사회생활을 하고 월급을 받으면서부터 꽤 진지하게 투자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극한의 레버리지를 쓰면서 힘든 시절도 겪었지만 부동산, 주식, 작년에는 가상화폐에 이르기 까지 꾸준한 수익을 거두었고 나름 자신만의 방법론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헌신
저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 은퇴 후에는 저개발 국가에서 학교를 지어 선생님이 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꿈이 조금 바뀌어 이제는 노력하는 사람을 돕는 그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노력만으로 성공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 참을 수 없는 어떤 감정을 느낍니다. 그런 사람들은 누군가 살짝 이끌어주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꿈을 이루는 경우를 보아왔습니다.

오늘 갑자기 이런 장황한 개인적 이야기를 늘어 놓는 이유는 우연히 정착한 이 곳 스팀잇이라는 세상에서 위에 꿈꾸었던 "좋아하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대략 2009년경부터 몇몇 국내 커뮤니티에서 작게든 크게든 활동하면서 남은 것은 사람에 대한 실망뿐이었습니다. 비대면성과 익명성의 두 가지 가면에 가려진 사람들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여러번 느끼면서 모 커뮤니티 해킹사건을 계기로 모든 커뮤니티를 탈퇴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겪은 스팀잇은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시골의 작은 마을 같습니다. 사람사는 느낌, 향기가 있습니다. 저처럼 글 쓰는 일 외에는 하는 것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이의 꿈을 돕기 위해 작게든 크게든 다양한 활동들을 벌이는 분들을 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경제적인 어려움인데, 글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형태로 경제적인 서포트도 같이 받습니다.

최근에 스팀잇에 가입하시고 저의 글을 방문하시는 분들을 스팀잇 KR 커뮤니티를 한번 주욱 둘러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어떤 느낌을 받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도 쓰시고 보상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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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크게 떠들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최근 들어 저는 스팀을 매일 조금씩 사고 있습니다. 올해 언젠가부터는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의 꿈에 보팅하는 일을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누군가는 이 곳을 통해 본인이 좋아했던 일을, 본인이 꿈꾸었던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예전부터 저는 글을 써서 얻는 수익을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린 바도 있고 또 떠들석하게 만드는 건 제 체질이 아니라서 새로운 아이디를 신청했습니다. 구입한 스팀을 충전해서 작게나마 몇몇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지금 시작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p.s. 오늘은 요즘 다시 뽕필을 느끼며 듣고 있는 러블리즈의 곡을 하나 소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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