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초, 단기간 두 배나 상승한 BCH의 추가 상승 전망을 내어 놓으면서 저도 적지 않은 자금을 주식시장에서 수혈하여 베팅하였습니다. 글의 내용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들이 계셔서 수 일 내로 $600인 시세가 $1,000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손대는 것마다 망하는 "신의 손" 후배 한명에게는 70만원 미만에 사서 200만원으로 오버슈팅되면 바로 팔아라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했었습니다.
BCH 지지측에서 이런 일이 있을거라는 암시적 언행과 행동을 해왔었기 때문에 제가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었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의 이벤트를 통해 많은 분들이 기존의 묻지마 투자로 인한 손실을 청산하고 수익 구간에 들어섰을 것이라 예상했고 실제로도 그런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소고기는 나눠 먹어야 한다"라는 저의 개똥철학을 지지해주시고 주위에 베풀고 기부를 실천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투자와 전혀 관계 없는 제 팬심을 응원하여 에이프릴 시디를 구매해주시는 등 감동적인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신규 아이디를 이용한 인신 공격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제가 BCH를 지지하였기(?) 때문에 280만원에 구입하여 물린 수 많은 희생자들이 생겼으며 시장이 교란되었다고 합니다.
투자는 돈 벌려고 하는 겁니다. 제가 특정 종목에 연애 감정을 가지고 접근했을리 없습니다. 70만원에 사라고 추천한 글이 조회수 몇천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280만원에 산 사람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디에나 이상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므로 그려러니 하고 넘어갔습니다만, 자기가 하는게 잘 안되면 남 탓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특정 종목을 거론하는 것이 조금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지난 12월 말 서울 밋업을 통해 만난 고벤져스 분들께는 ADA, EOS, OMG를 신규 투자대상으로 관찰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당시 ADA가 500원, EOS가 9천원, OMG가 1만원 했었습니다.
아마 포스팅을 통해 공개적으로 종목 추천을 했었더라면 이제와서 또 고점에 물린 사람들이 책임론을 제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종목의 가능성을 보고 매수 추천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이상한 사람들에게 욕을 하도 먹어서 장수 기네스북에 오를 것 같습니다. 장수의 꿈을 이루시려고 증권사에 입사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가끔 만나 인생과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도인 엔지니어와 커피 한잔을 나누는 여유를 가졌습니다.
이 친구는 일에 있어서는 대단히 프로페셔널하고 공격적이어서 다른 직장동료들과는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는데 어쩌다보니 저와는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일까지 나누는 친근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저보다 회사도 오래 다녔고 연배도 위여서 인생에 대한 조언을 얻고는 합니다.
이 사람은 정부의 정책변화와 시장 환경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여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만한 소수의 몇몇 주식 종목을 추리고 집중 투자하여 매년 폭발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에 구입한 종목은 400% 이상의 수익을 내었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간접적인 사실들로 미루어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굴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에게 겨우 ? 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텐데, 이 친구 말대로라면 인도에서 4인 중산층 가족의 생활비가 한달 20만원 정도이므로 그쪽 나라 기준으로는 굉장히 큰 투자자산에 속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100억대 자산을 주식에 굴리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데 왜 살기 힘든 오지에서 저와 같은 회사에 다니느냐 물어보면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고 늘 대답합니다. 자신이 경험하고 걸어온 살인적인 경쟁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오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사람이 생각하는 "투자"의 정의가 무엇인가를 물어보니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잠을 편히 잘 수 있으면(good sleep)이면 제대로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고, 잠을 못 이루면(sleepless)면 잘못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돈은 꿀(money is honey)이며, 꿀을 채취하는 과정은 때로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불과 며칠 전 비슷한 얘기를 부동산 투자하시는 분의 글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투자라는 것은 인생의 긴 여정과 함께하는 오랜 친구 같은 것이며, 불처럼 뜨겁게 타올랐다가 갑자기 식어 이별을 맞이하고는 혼자 괴로움의 나날을 보내는 10대의 철없는 연애 감정의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그러면서 요즘의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충동적인 멘탈리티를 두둔하는 내용을 남겼습니다. 자신이 투자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영원히 끝없이 오르리라 믿고, 하락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한강행을 논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주지하시다시피 가상화폐의 변동성은 기존 투자시장보다 훨씬 큽니다. 여러가지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보지만 최근의 하락장의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단기간 과열된 상승장이 조정되는 과정일 뿐이며, 이 시기가 지나면 또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질 순간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거의 유일한 기존 금융시장의 전설적인 투자자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비트코인이 8천달러까지 조정 받을 것이며, 연말에는 4만 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는 여전히 상승의 모멘텀이 끝나지 않았으며 8천달러까지 조정이 오더라도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금 당장 비트코인을 모두 팔고 떠났다가 8천달러가 되면 다시 돌아오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얘기를 하나만 덧붙여 보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주식 부자로 유명하신 과장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이른 나이에 부부 모두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여 1억원이라는 큰 돈을 만들었던 그 분은 IMF 이후 9천원까지 떨어진 회사 주식에 1억원을 전량 투입하였습니다.
그 후 몇년이 지나 그 주식의 시세는 20만원이 넘었고 그 분은 큰 부자가 되셨습니다.
그 분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항상 은퇴 후를 대비한 큰 그림이었다고 얘기를 하고는 하십니다.
그런데 사석에서, 술 자리에서 물어보니 버전이 조금 다르시더군요. 9천원에 산 주식이 6천원까지 폭락하자 공포에 질려 팔려고 했는데 공인 인증서 까느라 씨름하는 동안 시장이 반등해서 손절 싯점을 놓쳤다고 했습니다.
이후 3만 4천원까지 폭등하자 다시 팔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공인 인증서 관련 프로그램 깔다가 또 다시 깊은 빡침에 컴퓨터를 집어 던져 버리셨다는군요.
뭐 과장이 없지는 않겠습니다만은, 시장은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을 이기지 못합니다.
혹시라도 너무 크게 물려 존버 외에는 아무런 현실적 대안이 없는 분들 계시다면, 너무 심려하며 하루하루 지내실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 때가 있고, 기회는 마지막까지 인내하는 사람에게 달콤한 결실로 돌아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p.s. 비트코인이 만 달러 미만으로 붕괴되었다가 길다란 메로나가 생기며 반등하는 것을 보고 저는 남은 현금 유동성을 모조리 쏟아 부었습니다. 이제는 8천 달러가 되든 2만 달러가 되든 그저 다음 상승장이 될 때까지 느긋히 지켜볼 생각입니다.
p.s.2. 매월 23일은 수많은 회사에서 저의 통장 잔고를 사정없이 퍼가는 날인데, 오늘 잔고가 부족하여 많은 협박 메시지가 온 것을 발견했습니다. ADA 제발 좀 가즈아 ~ ㅠㅠ
p.s.2. 여러 번의 데뷔 후 실패, 10대를 온전히 눈물로 지내온 윤채경 양의 과거 공연 영상을 하나 소개 합니다. 이 친구의 미소에는 항상 눈물이 머금어져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해당 영상의 곡명은 "같은 곳에서"인데 벅스 뮤직 실시간 챠트에 잠시나마 1위를 하며 이 친구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