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흑기사는 돌아오는가

저희 집은 울타리로 둘러 쌓인 작은 뒷뜰이 있습니다. 거의 평생을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저로서는 식물을 심고 커가는 것을 관찰하는 일이 일상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개중에 생존력과 성장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종들이 있습니다.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깔끔하고 예쁜 정원을 생각했다가 생업이 바빠 한 동안 신경을 안 쓰고 넋을 놓아버리면, 그 몇몇 강력한 종들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정원이 아닌 정글이 되어 있습니다.

언제가는 제가 공들여 키우는 몇몇 녀석들 옆에 정체 불명의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사람 키 높이를 넘게 자라더니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근처에 그늘을 만들어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그늘로 인해 저의 애지중지 녀석들은 햇빛을 보는 시간이 점점 줄었고 그럼에도 꾸준히 잘 커주었습니다.

하루는 큰 마음을 먹고 그 정체 불명의 불청객을 뽑아 버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뿌리를 뽑으려다 제 허리가 뽑히는 줄 알았습니다.

강력한 경쟁자가 제거된 뒷뜰에는 평화와 번영이 찾아올거라 기대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때는 뜨겁고 건조하기로 유명한 중동의 여름이었기에 결론적으로 강렬한 햇빛에 노출되었던 저의 애지중지 귀염둥이들은 모두 타서 말라 죽고 말았습니다.

결국 저의 헛된 희망은, 잔혹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습니다.

가상화폐의 생태계를 논할 때, 저는 비트코인이 바로 강렬한 햇빛을 온 몸으로 막아 막 자라기 시작한 새싹들을 클 수 있게 해주는 대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때로는 대장의 지나친 성장이 알트코인계에 피바람을 불게 하기도 하지만, 대장의 성장 근거가 위협 받으면 알트코인은 생존 자체가 위협 받습니다.

신기술과 비전으로 무장한 3세대, 4세대 코인들이 소개될 때 보통은 늙다리 기술의 비트코인이 지나치게 평가 절하되곤 하는데,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같이 성장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인슈타인을 꿈꾸는 11살 아이에게 있어서, 집에서 방바닥을 긁고 뮤비를 보는 것 말고는 하는게 없는 아빠의 존재가 못미더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빠가 마련해준 경제적 지원과 환경이 중요한지는 잘 눈에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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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흑기사"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본식 판타지를 보며 자란 저에게 있어 흑기사는 대단히 큰 의미가 있는데 대학 시절에 술 마시고 대신 토해주는 역할을 흑기사로 비유하는 걸 보고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비트코인은 흔히 "화폐" 또는 "자산"으로 언급되지만, 현재로써는 "투자상품"으로 분류되어 더욱 성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투자상품은 돈 있는 자들이 원하는대로 시세가 흘러갑니다. 평당 100만원하던 땅을 누군가 와서 1,000만원에 사면 그 때부터는 시세가 1,000만원입니다.

아직 전기차는 잘 팔리지도 않는데 3년 뒤에는 전기차가 유망해질거라는 예측들이 시장의 컨센서스를 이루자 배터리의 필수 원료인 코발트의 가격이 2배로 폭등합니다. 코발트가 너무 비싸다 보니 이를 니켈로 대체하는 기술들이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니켈 가격이 폭등합니다. 아직 3년 뒤는 오지도 않았습니다.

한 10년 전에는 희토류가 인류의 미래인 적도 있었습니다. 한 해만에 20배 정도 시세가 폭등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세한 얘기는 추가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좀더 가까운 얘기, 최근 코스닥 시장의 급등 속 코스닥의 대장 주 "셀트리온"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을 듯 합니다. 지금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셀트리온은 지난 한달 동안에만 100% 상승했었고, 지난 6개월간 최대 250%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6%, 코스닥이 39% 상승한 것을 생각한다면 코스닥의 대장 이상으로 강려크한 위용을 보여 주었습니다.

코스닥 대장인 셀트리온의 전통적인 투자 지표 PER은 210.22로써, 코스피 대장인 삼성전자 18.57에 비하면 1,130%나 높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

위의 그래프는 최근 6개월간의 시세변동, 거래량, 그리고 외국인 지분을 나타낸 것입니다. 외국인 지분의 변동과 시세의 등락이 유의미한 상관 관계를 가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

저는 어떤 투자 종목이든 시세의 실질적인 상승 모멘텀을 좌지우지하는 이해관계자를 "흑기사"라고 칭하곤 합니다. 일치단결력이 없는 개인투자자들은 그저 얹혀 갈 뿐입니다.

최근 몇 주간의 비트코인 시세 예측이 대단히 어려웠고, 제가 사전에 예측했던 저점보다도 더 낮은 수준까지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예측이 가장 어려웠던 이유는 시장의 신규 참여자가 많아지는 가운데 흑기사의 움직임이 잘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두어달 전 이 곳에 비트코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포스팅하면서 비트코인의 상승에 베팅 중인 큰 규모의 기관투자가가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기관투자가로 추측하는 이유는 별게 없었습니다. 거의 매일 특정한 시간대에 일본 Bitflyer 거래소를 통해 수백개 단위의 매수 주문을 30분간 지속하다가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었습니다.

하루는 천개 단위의 매수 주문이 50개나 나와 5만개의 물량을 순식간에 소화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흔히들 언급하는 상상 속의 세력, 조막 손에 비해 대단히 큰 재무적 유동성을 가진 집단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12월 중순이 넘어선 어느 날, Bitflyer 거래소는 시세의 선도적 역할을 잃고 흑기사는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이후 타 거래소를 통해 쏟아지는 매도 물량 속에 우리는 또 한번의 안개 속을 걷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큰 손들의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는 가운데 조막 손들끼리의 주거니 받거니 국지전의 양상이었는데, 오늘 문득 Bitflyer 거래소에서 그 익숙하던 움직임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위는 Bitflyer 거래소의 3분봉 챠트입니다. 아래는 Bitfinex 거래소의 3분봉 챠트입니다. Bitflyer의 시세가 선행하고 Bitfinex가 후행하는 것이 확연히 나타납니다.

긴 침묵을 끝내고 그들이 돌아온 것일까요 ? 보통 큰 자금을 운용하는 집단들은 기동성이 대단히 떨어지기 때문에 한번 시장에 진입하면 끝장을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엄청나게 파이를 키워야만 본인들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코스닥 투자자들이 행복의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가상화폐 투자자에게도 흑기사의 봄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염원에서 늦은 밤, 혼자만의 행복회로를 돌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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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어제 첨부한 에반게리온 뮤비에 많은 호응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리며, 오늘은 그보다 좀더 이른 시기에 10대를 보내신 분들을 위한 뮤비를 첨부하였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끝없는 감동이 밀려 옵니다.

p.s.2. 지식과 정보 차원의 공유입니다. 저는 덕후는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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