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날 위에 선 비트코인의 치킨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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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미니 5집 "The Blue"가 3월 12일 출시되었습니다.

꿈을 찾아 먼 곳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사랑과 행복은 바로 내 옆에 있었다는 고전동화를 모티브로한 "파랑새"를 타이틀곡으로 돌아 왔습니다.

저는 이 날을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 오랜만에 뮤비에 나타난 채경 양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니 제 마음도 활짝 열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멜론 순위에서 찾아지지가 않습니다. 이번에도 이러다가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에 오늘 밤은 쉬이 잠이 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별들의 세상에 들어와 2% 부족한 재능에도 불구하고 10대와 20대를 온전히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 누군가의 노력이 허무하게 끝나지 않도록 많이들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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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양한 액센트의 영어에 좀더 익숙해 지고자 영어권의 가상화폐 유튜버들을 즐겨 시청하는데, 최근 제 멋대로 움직이는 챠트에 다들 정신이 이상해졌는지 앵무새 같은 똑같은 얘기들만 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운트 곡스 자산 관리인의 비트코인 매도가 멈추었으므로 이제는 떡상할 것이라거나, 혹은 계속되는 횡보에 지레 겁을 먹고 그 동안 개똥 취급하던 골드만 삭스의 이상한 예언을 들고 와서는 다시 비트코인이 $6,000 미만으로 하락할지도 모른다는 둥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돈을 벌어봤으면 시장을 보는 눈도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시장의 역학 관계를 눈여겨 보고 유력 시나리오에 근거한 다음 투자 전략과 대응 방안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코인 폭망설이나 연말 코인 천배 폭등설 같은 근거 없는 믿음을 종교화하려는 유튜버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프로젝트 주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듣보잡 ICO 코인의 백서를 열공하며 인생을 낭비하는 것으로 모자라, 휘황찬란한 사후 세계를 유튜브를 통해 전파하려는 것 같습니다.

다음 주면 또 G20 정상회담 어쩌고를 자기만의 상상의 나래를 동원하여 해석한 뉴스들이 쏟아질 텐데, 얼굴 보고 차 마시며 우애를 다지는 모임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미국이 찬성하면 러시아가 반대하고, 중국이 찬성하면 영국이 반대하는게 국제 정세입니다. 셋이 만나 식사 메뉴 정하기도 쉽지 않은게 세상 이치입니다.

최근 비트코인 시세는 저점을 절대 사수하려는 어떤 이해 관계자와 매도 폭탄으로 시장의 경쟁자를 말려 죽이려는 또 다른 이해 관계자의 줄다리기가 지속 되고 있습니다.

거래 창구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주식시장과는 달라서 단순히 매매 체결내역과 패턴, 거래량을 보면서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을지를 유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시장은 챠트에 아무리 멋진 추세선을 그리고 용 문신을 새겨도 시세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던 시절에 대충 발로 만든 이론으로 시장에 접근하려는 것은 위험한 시도입니다.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에서 돈을 쓸어 담는 가장 검증된 방법은 자신의 사업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가지는 독과점적인 지위를 가지는 것입니다.

IT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의 압도적 1위로 올라서게 된 과거의 치킨 게임 시리즈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여기서 치킨 게임이라는 것은 생닭을 양손에 들고 싸우는 베개싸움류의 게임이 아니고, 한 쪽이 포기하지 않으면 둘다 죽는 어떤 가정 속에 한 사람이 포기해야만 끝나는 그런 상황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고전 영화에 가끔 나오는 절벽을 향해 오토바이 타고 돌진하는 그런 겁니다. 여기서 포기하는 사람을 치킨(겁쟁이)에 비유합니다.

1990년대 말의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 NEC, Hitachi, 현대전자, Micron, LG전자 등의 6강 업체가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그 뒤로 수많은 중소업체들이 나머지 40%를 차지하는 영웅 할거의 시대였습니다.

당시 CPU 시장의 절대 지존이었던 인텔이 하드캐리하는 램버스 램 규격에 대규모 투자를 하던 다른 업체와는 달리, 삼성전자는 램버스 램과 DDR 램에 동시에 투자하여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그런데, 많은 기술적 결함 속에 램버스는 표준 전쟁에서 DDR에 밀리게 되고 2003년 인텔에서 사실상 지원을 포기하면서 삼성전자를 제외한 2,3,4,5,6위 업체가 다같이 파산하거나 빈사 상태에 앉게 됩니다. 중간에 구린내를 맡고 DDR로 선회한 현대전자와 Micron 정도만이 겨우겨우 다시 살아 남았습니다.

이후 살아 남는 상위업체들은 독과점 시장 속에 꿀을 빨게 되었고 새로운 시장의 도전자들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가 오면서 D램 가격은 최대 97% 폭락하며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D램 제조업체들이 극악의 출혈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2년 후 2위 업체였던 독일의 키몬다가 파산하면서 소강 상태로 들어갑니다. 1조원이 넘는 공적 자금 지원을 받고 살아난 일본의 엘피다는 그러나 2010년 다시 시작된 치킨 게임에 결국 파산하고 맙니다.

2010년 10개의 업체가 출혈 경쟁을 벌인 끝에 2018년인 지금은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세 개의 업체가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을 구가하며 역사상 최대의 꿀빨기를 시전 중입니다.

저는 SK 하이닉스에 투자 중인 주주이기도 하므로, 앞으로 이 말도 안되는 호황이 더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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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일 비트코인이 최저점을 찍던 날, 매수 물량이 따라 붙으며 반등하는 것을 보고 이제 $7,000 이하로 다시 떨어지는 일은 왠만해선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7,000 밑으로 시세가 떨어지면 수 많은 이해관계자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결사적인 방어가 나타날 것이 예상되었고 또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게재된 블룸버그의 글을 보시면 $6,800 미만으로 떨어지면 보통의 비트코인 채굴자는 적자를 보며 $6,000 미만으로 떨어지면 중국의 대형 채굴업자들 조차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계산이 있습니다.

https://www.bloomberg.com/gadfly/articles/2018-02-06/bitcoin-crash-sees-miners-fried-in-this-game-of-chicken

인건비나 관리비 등의 많은 추가적 비용요소를 고려하면 $6,800 미만에서는 대형 채굴자들도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최근의 채굴 난이도 증가를 단순 계산하면, 채굴자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소 시세가 이제는 $8,596까지 상승하였습니다.

지난 몇일 간 $8,500 미만으로 시세가 떨어지면 급격하게 매수가 붙으면서 반등하는 시장 상황이 여러 차례 관찰된 점으로 미루어 아직 채굴자들은 조기 은퇴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글쓰는 시점 기준으로 3월 19일 난이도가 7.38% 상승할 예정입니다.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3월 19일 이후에는 $9,230이 채굴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지점이 될 것입니다.

그간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시장을 키워 놨더니 뒤늦게 나타나 같이 꿀빨려는 시장의 신규 진입자들이 못마땅했는지 누군가는 매도 공세를 펴면서 치킨 게임을 지속하고자 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사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를 수 있는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를 지키고자 합니다.

현재의 시세는 이들의 힘의 균형이 맞춰져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기에 지난 번 포스팅에서는 우리의 이웃 김호떡씨가 새롭게 투자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시장의 모멘텀이 상승의 변곡점을 향해 이동하는 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이해 관계자들의 포지션이 변하여 어지럽게 보이는 시장이지만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하락장 후 줍줍하여 이후 적극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많은 수의 사람들은 결국 어리둥절 투자의 대가로 칭송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장의 변동성을 이용해 롱숏 전략을 구사하려는 사람의 많은 수는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숏 전략의 대가 제시 리버모어 같은 사람은 거듭된 투자의 실패로 파산과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점은 시사점이 있습니다. 10년에 한번씩만 나타나는 사우디 알 왈리드 왕자는 세계 8위의 부호입니다. 최근에 왕세자에게 삥 뜯기긴 했습니다만.

신곡 뮤비 조회수를 올려야 해서 오늘은 이 정도에서 글을 갈무리하겠습니다.

p.s. 섬세한 감성과 웅장함이 조화를 이룬 에이프릴의 신곡 "파랑새"입니다.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이 투자 인생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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