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투자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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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외환위기는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아마도 가장 경제적으로 혹독했던 한 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주식시장은 전고점 대비 75% 하락하였고, 많은 이들이 근본적 가치가 있다고 믿는 세종대왕님 초상화는 달러화 대비 50% 이상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알짜베기 자산과 회사들은 눈물의 땡처리가 이루어졌고, 그 덕분인지 많은 외자 유치로 유동성을 확보하며 다행스럽게도 신속한 위기 극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에는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초대형 금융회사인 리먼 브라더스가 쓰러지며 전세계적인 금융 경색을 일으켰습니다.

10년 전의 경험 덕분인지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불과 60% 하락하는데 그쳤고 이후 헬리콥터 벤 선생님 덕분에 거의 무한의 달러가 샘솟아 오르는 새로운 금융 환경하에서 주식 시장도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었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있긴 하지만 2008년 이후 10년간 주식시장의 연평균 수익률은 4.5%이므로, 대충 아무 시기에 원숭이를 시켜 고른 몇몇 종목들을 적당히 버무려 사놓고 적극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최소한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은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정말 그럴까요 ?

모 매체의 기사를 참고해보면, 10년간 서로 다른 세 투자 그룹의 수익률은 아래와 같습니다.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수익률을 이용한 것입니다.

A 그룹 : 연평균 수익률 23.8%
B 그룹 : 연평균 수익률 21.2%
C 그룹 : 연평균 수익률 (-)20.9%

주식시장의 연평균 수익률을 5~6배나 초과한 A 그룹과 B 그룹도 대단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수익을 볼 수 있는 시장에 무려 -20% 이상의 손실을 "꾸준히" 10년간이나 보여준 C 그룹은 기적의 투자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A 그룹은 외국인 투자자, B 그룹은 기관 투자자입니다. 그리고 C 그룹은, 안타깝게도 개인 투자자입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결과의 차이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C 그룹에만 유독 기적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 종목 몰빵 투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보통 대세 상승장에서는 개인의 수익이 전문가들의 수익을 월등히 초과합니다. 투자자금이 작으므로 기동성이 높고 위험 관리보다는 수익 극대화에 치중된 전략이 잘 통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시세가 횡보하거나 하락하기 시작하면 유동성을 확보하고 손실을 줄여가며 다음 기회를 기다리기 보다는, 이미 허공으로 사라진 기회수익을 다시 빠르게 복구하고 싶다는 조바심에 그간 지켜왔던 원칙이 손쉽게 무너지는 것이 개인 투자자입니다.

누구든 나름의 투자방법와 원칙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바심의 유혹에 매료되면 합리적 의사결정 보다는 느낌적인 느낌에 의존하게 됩니다. 인생 한방에 정답이 있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고수익을 찾아 매우 위험한 단일 종목에 투자하는 우를 범하기 쉽습니다. 많은 경우, 주식시장에서 이런 종목들은 대주주의 횡령이나 회계 조작 등으로 상장 폐지의 길을 가게 됩니다. 힘들게 모았던 종자돈은 휴지 조각이 됩니다. 무슨 남 얘기하는 것 같지만, 처음 주식 투자로 고수익을 내고 기고만장 했던 저의 가슴 아픈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최근 지루한 하락과 횡보가 길어지는 와중에 특별히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종목들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투자금의 일부를 담그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겠지만, 다만 소형주 한 두 종목에 인생 한방을 거는 무모함의 유혹을 잘 떨쳐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큰 규모의 투자기관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 옵니다. 위에 언급한 한국 주식시장의 예에서와 같이 덩치 큰 친구들이 들어올 수록 파이는 커지고 시장의 변동성은 줄어 듭니다. 동네 시정 잡배들이 소주 반잔 마시고 취해서 깡패 행세하는 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우리의 편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갈무리하겠습니다.

p.s. 김경호의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면 신의 강림을 경험한다고들 하는데, 여성 키 버전도 있어서 소개 드립니다. 노래라면 자신 있는 여성 분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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