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패권 전쟁,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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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중 하나였던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식량난으로 인해 2017년 한해 평균 11kg의 체중이 감소하였습니다.

"국가 주도 다이어트"와 같은 농담으로는 승화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전인 2016년에도 국민들은 평균 8.7kg의 체중감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지난 2년간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순전히 먹을 것이 없어서 평균 19.7kg의 체중이 감소 했습니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이 나라는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자원 부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여러분이 잘 아시는 짐바브웨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물가 상승률 200%
2016년에는 물가 상승률 700%
2017년에는 물가 상승률 2,600%
2018년에는 물가 상승률 14,000% (예상)

매년 1%가 넘는 높은 물가 상승률로 고통 받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현상황을 감안하면,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쉽게 짐작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합니다. 다만, 그 생산원가가 매우 높습니다. 원유 가격이 $100가 넘던 황금기에는 쏟아지는 돈을 쓸어 담기도 힘들어 하던 국가입니다.

그런데, 그런 호황기에 자국의 산업을 발달시키기는 커녕 값싼 수입품을 마구 들여와 자국의 내수산업을 완전히 무너트려 석유 의존도를 심화 시켰을 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에 돈을 퍼주는 기행을 저지르기 까지 했습니다.

사상누각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2014년경 발발한 사우디와 미국의 오일 패권 전쟁으로 저유가가 장기화 되며 생산단가가 높은 베네수엘라는 급격히 쇠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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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께는 먼 나라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는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관계로 직간적접인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일 패권 전쟁에 따른 영향으로 유가가 $40 미만으로, 심하게는 $20선까지 떨어지면서 현재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대부분의 중장기 투자계획이 미뤄졌습니다.

저와 함께 머나먼 이국 땅에서 오일 딸라의 꿈을 꾸며 정착했던 10명의 엔지니어 중 5명은 수습 기간을 마침과 동시에 해고 통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곳은 해고 통보 시스템도 대단히 특이한데, 주중 마지막 근무일에 퇴근 시간 30분을 남기고 인사팀에서 전화가 옵니다. 남은 30분 동안 남겨진 소지품을 잊지 말고 잘 챙겨가기 바라며 그 동안 즐거웠고 주말도 잘 보내기 바라며, 다만 다음 주에 다시 출근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오일 시장의 강자 OPEC은 유가가 떨어질 때마다 감산을 함으로써 시장의 가격을 조절해 왔는데, 지난 2014년에는 유가가 30% 이상 하락하여 $80 대로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략적으로 증산을 함으로써 연말에는 유가가 $40 대까지 하락하였습니다.

주요 타겟은 채굴원가가 배럴당 $40~80에 달하는 미국의 셰일 오일 업체들이었으며 얼마 안가 최대 규모의 셰일 오일 회사가 파산하는 등 나름 진전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 후로 3년이 지난 현재는 어떤 결과들이 나타났을까요 ?

지난 주 이 지역의 대표적 대형 몰에 갔더니 수 많은 업체가 폐점했습니다. 70% 세일, 90% 세일, 심지어 전상품 3천원에 재고 정리를 하는 의류 가게도 보였습니다.

대표적인 젊은이들의 사치품 중 하나인 포르쉐는 지난 해 판매량이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결국 국가적 운명을 건 패권 전쟁은 일방적인 미국의 승리로 끝났으며, OPEC 국가들과 러시아, 그외 생산단가가 높은 산유국인 베니수엘라, 나이지리아 등은 국가적 존망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의 시세 하락으로 채굴원가에 대한 기사가 속속 나타나는 것을 보니 과연 고래 싸움에 터지는 새우는 누가될 것인지 사뭇 궁금해 집니다.

보신 바대로 지난 3월 16일 23시경 큰 폭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8,500을 회복했던 비트코인의 시세는 이후 대대적인 매도의 우위 속에 점차 저점을 낮춰가며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월 18일은 비트코인의 채굴 난이도가 5.23% 증가되었으나 난이도 조절 이후 더욱 채굴 해시량이 늘어나며 치킨게임의 끝에 누가 백기를 흔들지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지역별 전기요금과 관련된 채굴 원가들을 보여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는 이 세상의 이치를 너무 간단하게 이해하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제조원가 20만원의 핸드폰을 100만원에 파는 엘지전자가 왜 11분기 연속 적자인지 꼭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업의 운영 비용은 크게 변동비와 고정비로 이루어지는데 사실 사회생활을 해보신 분들 중에도 고정비에 대한 이해가 낮은 분들이 있습니다. 변동비에 대한 이해는 더 부족하여 사외에 외주를 주지 않고 내부 인력으로 대체하면 공짜라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저는 고정비 부담이 없는 개인 투자자의 잇점을 살려 좀더 느긋하게 시장을 관망하며 그들의 치열한 역사적 기록을 관전하려고 합니다. 단기적 추세가 예상을 하회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현재 7% 수준인 현금 비중을 마지막 카드로 남겨둘 생각입니다.

알트코인의 비중이 높으신 분들은 최근 일주일 사이 엄청난 하락률을 맞아 대단히 힘든 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의욕적으로 비트코인 비중을 40%까지 낮추며 전개해 놓은 알트 코인들이 1월 하락장에서 선방해주어 큰 기쁨을 주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최근에는 저절로 비트코인의 비중이 50%가 넘어서는 씁쓸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알트 코인들에 한해서라면 제가 경험한 2008년의 리만 브라더스 사건에도 필적하는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손대는 투자마다 대박의 수익률을 올리던 "초심자의 행운"에 스스로에 도취된 나머지, 대출을 끌어들여 무리한 투자를 벌이하다 꽤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론적으로는 회사에서 만난 경험 많은 선배를 통해 투자 전략 자체를 전면 수정하고, 쇠질을 열심히 하며 다음 도약을 기다렸더니 인생이 망할 타이밍은 아니었는지 하락한 것 이상의 대반등이 일어나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는 했습니다.

이전에 말씀드려 왔지만 상승장에서 본인의 실력을 과신하는 것도, 하락장에서 지나치게 용기를 잃는 것도 본인의 삶에 독이 되는 것 같습니다.

현금으로 관망 중인 분들은 이런 공포의 순간에 조금씩 분할 매수를 하시면서 차근차근 시장에 진입하기에 적절한 순간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자산이 속절없이 하락에 노출되는 분들은 지금은 챠트를 보며 알 수 없는 미래에 단방향성의 베팅을 하기 보다는 좀더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인생의 스승 혹은 멘토를 만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시고, 멘탈에 불멸의 스크래치가 나서 잠시나마 주저 앉을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조차 본인의 옆에서 힘이 되어 주는 소중한 사람에게는 더 잘 대해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내일부터는 아이들 봄 방학을 맞아 약 2주간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시골 마을의 단조로운 일상을 잠시 벗어나 시원한 바람을 쐬고 돌아 오겠습니다.

늘 건강과 행복 잃지 마시기를, 그리고 늦지 않은 시기에 좋은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p.s. 본인 스스로 공부를 통해 투자의 방법론을 좀더 업그레이드하고 싶으신 분은 "Corporate Finance" 책을 시중에서 구해서 꾸준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업의 재무관리와 관련된 내용이지만, 개인의 자산관리도 기업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코인의 백서나 기술자료를 찾아 보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현금 흐름 관리와 헷지에 대한 이해 없이, 엑셀 쉬트에 용돈 기입장 레벨의 투자와 수익 관리를 해서는 롱런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수익률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현금 유입과 지출, 투자 수익의 밸런스를 통해 목표한 자산으로의 여정을 잘 계획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p.s.2. 오늘은 저희 둘째 딸아이가 좋아하는 퓨리티의 체키러브 공연 영상을 덧붙입니다. 실력 있는 팀이었는데 모종의 이유로 해체 후 현재는 카드의 전소민, 에이프릴의 윤채경 두 사람만 현역으로 활동 중입니다. 혜인 양의 유니크한 보컬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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