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견고함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눈을 뜬 순간, 당신과 나의 관계는 말랑말랑하게 리셋된다. 그러면 나는 당신의 표정을 살피고 당신은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묻는다. 매 순간 서로의 의지가 도착하는 것을 반긴다.
사람들은 관계하면서 매 순간 쌓은 친절은 언제나 꺼내 쓸 수 있는 포인트처럼 쌓이는 것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사실 관계는 모래성과 같이 매번 무너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잘 대처하고 여유롭게 사는 것 같다. 행운은 대부분 인연의 형태로 온다. 인연을 잘 유지하는 것은 내가 어제보다 더 살피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커피가게를 하면서 깨달았다.
당신은 손님으로서 어떤 커피가게에 가고 싶은가? 제일 먼저 커피가 기가 막히게 맛있어야 하고 디저트 구성도 좋아야 한다. 블로그나 인스타에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인테리어도 멋지고 음향시설도 음악도 귀에 거슬리지 않아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최대치로 노력한 조건에서 가게를 오픈한다고 착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입맛이 예민하고 까다로운 단골들이 부담스러웠다. 커피가 조금 맛없게 볶인 주에는 그들은 하나같이 커피를 조금씩 남긴 채로 자리를 떠났고, 커피가 잘 볶인 주에는 어김없이 리필신청이 들어왔다. 그런데 오픈하고 일 년이 지나면서 이런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이 집 커피 맛이 예전같지 않아."
그 때 심장이 내려앉는 충격을 받았다. 오픈할 때와 변함없이 똑같이 일하고 있는데 왜 커피 맛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 처음에는 억울한 감정이 일어났다. 그렇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잘못은 손님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있었다. 오랜만에 온 손님은 그동안 커피가 더 맛있고 더 친절하고 인테리어가 더 멋진 가게를 발견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우리집 커피가 맛이 떨어졌다고 느낄수 있는 것이다. 맛의 기억은 그 순간의 기분, 온도, 공복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예전보다 더 맛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것을 깨닫고 새로운 그린빈이 입고될 때마다 샘플 로스팅을 하고, 커핑을 하고, 블렌딩 비율을 예민하게 바꿔나갔다. 케잌 재료도 더 비싼 것으로 교체했다. 그렇게 할 때, "아, 이 집 커피와 케잌은 옛날 그대로네요."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새해가 밝았다. 커피가게는 그만두었지만 나는 사람들 대할 때, 그리고 일을 할 때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역린에 나오는 명대사 중용 23장을 다시 되새긴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스럽게 되면 겉에 베어 나오고
겉에 베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Ourselves 캠페인]
셀프보팅을 하지 않고 글을 올리시고
ourselves 테그를 달아 주시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긴 젓가락으로 서로 먹여주는 천국이 이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