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버블, 그리고 붕괴] 5) 버블, 그라운드 제로로의 회귀 (Bubble, Returning to Ground-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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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과 부, 그리고 붕괴] 4) 버블, 터질 것 같은 오르가즘 (Bubble, Like Blowing Orgasm.)

양 발을 어깨 너비로 평평하게 벌립니다. 활줄이 팽팽하게 물린 활을 거머쥡니다.
화살을 하나 뽑아들어 노크 - 화살 뒤에 있는 걸리는 부분 - 를 현에 끼웁니다. 과녁을 바라보고, 양 팔을 들어올립니다.

숨을 고르고, 시위를 당깁니다. 맞추기 위해 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동작을 하기 위한 것 처럼 과녁은 잊습니다. 과녁 대신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빨간 도트 뿐입니다. 서서히 당겨진 활 시위가 입술에 닿는 순간, 화살을 물고 있던 클리커가 짤깍하고 울립니다. 더 이상 머리속에 과녁은 없습니다. 세상엔 나와 화살만이 있습니다.

시위를 놓습니다. 화살은 떠나갑니다. 활도 놓아버립니다. 묶어둔 끈이 있어 땅바닥에 떨어지진 않지만, 활은 기다란 곡선을 그리며 손으로 다시 떨어져 내립니다.

공자는 "군자는 다투지 않지만, 활을 쏠 때는 경쟁을 한다. 상대방에게 절하고 사양하면서 사대로 올라갔다가 공손히 내려와 술을 마시니, 그 다툼은 군자답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생각한 궁도가 제가 생각하는 궁도와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있어 활을 쏜다는 것은 과녁을 마음 속에 채우고, 다시 그 과녁을 비우고,활과 화살과 하나되며, 떠난 화살을 잊고, 활도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살통에서 다음 화살을 뽑아들어 현에 메기는 순간, 다시 그 순환이 시작됩니다. 채움과 비움의 순환이 바로 활쏘기이자, 궁도입니다. 가슴 속에 있는 모든 잡념을 다 화살에 실어 날려버린 후, 중심의 한 점에 도달했을 때, 과녁에서 화살을 뽑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람의 삶이 모여서 경제를 이룰진대, 사람의 마음이 차고 비는 것 처럼 나고 지는 것이 반복된다면 경제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요. 그 간단한 의심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고 왔습니다.

지금까지 버블의 명제에 대해 논해 왔습니다. 오늘은 버블의 나머지 면을 빠르게 짚어보고, 왜 버블이 반복되며, 더 이상 왜 버블을 막지 못하며, 버블 후에는 어떻게 되는지를 역사와 자료를 통해 생각해 볼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역사, 정치, 그리고 경제를 마저 훑고 나면, 비로소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자산 버블을 어떻게 만들었고, 미국 연준은 어떤 과오를 저질러 왔으며, 어떤 파국이 다가올지 짐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의 고민이 남을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이자, 답을 찾지 못한 고민입니다.

"버블 붕괴가 일어나고,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접어들 그 때,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할것은 USD인가? 혹은 BTC인가?"

앞으로 제 모든 글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 빔과 참, 그리고 그것의 순환이 버블과 같다는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멀리도 돌아왔습니다. 그럼 오늘 가야 할 길을 좀 더 재촉해 보도록 할까요?

먼저 아래의 도표들을 한번 눈여겨 보도록 합시다


S&P 버블


닛케이 버블


일본 부동산 버블

버블은 일단 터지기 시작하면 격렬하게 터지며, 버블 붕괴의 종점은 버블 시작점이거나 혹은 그보다 살짝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Theorem 5.

버블은 항상 팽창하기 전 수준이나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달아간다. 따라서 구매 기회와 가격 역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특히나 간과하기 쉬운 것이 부동산 거품입니다. 부동산은 주식과 같이 가치를 부여하거나 가치가 오르는 자산이 아닙니다. 인플레이션과 건축비 상승분, 투기심리를 반영할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암호화폐보다 더욱 투기에 가까운 것이 바로 부동산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PER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주식보다 더 다이나믹하게 버블의 영향을 받습니다. 또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은 인구와 매우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상관관계가 강력하지요. 사람이 태어나서 거주하려면, 아이를 부양하려면 넓은 집이 필요합니다.

늘어난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학교와 같은 사회 간접자본이 확충되려면 땅이 필요합니다. 인구가 늘고 베이비 붐이 발생하면 교육과 의료가 가장 먼저 뜨거워집니다. 그러나 인구가 줄어들면, 가장 먼저 줄어들기도 합니다.

차후 다시 정리하겠지만, 버블 붕괴의 때에는 부동산은 가장 먼저 벗어나야 할 자산이고 가장 먼저 우리가 진입해야 할 자산입니다. 하지만 인구 양상이 지금과 같이 이어진다면, 가치 상승이 매우 느려질 가능성 또한 충분히 있습니다.

다음 명제는 간단합니다. 심각한 버드 미사일마약 중독자가 "한 번만, 한 번만 더 하게 해주면 정말 끊을게."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 말을 믿어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겠죠.

지금까지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다양한 금융 자본주의의 괴물같은 면들 중, 가장 어리석고, 가장 근시안적이며, 가장 정치공학적인 작품이 바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였습니다. 차트 한번 보고 가시겠습니다.

경기 침체가 올 것 같아지면, 연방준비위원회FED, 연준은 돈을 풀었습니다. 암환자에게 진통제만 부은 꼴이요, 마약 중독자에게 조금씩 마약을 더 준 꼴입니다. 버블은 커져만 갔습니다. 약에 취한 상태에서 깨어날 것 같으면 다시 약을 부어넣는 것과 같은 짓이었습니다.

2018년이 되어서야 금리를 소오오오오폭 올리겠다고 선언했으나, 인플레이션을 더 키우겠다는 목표는 디플레이션으로 경제 흐름이 바뀌려 할 때 추가적인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FOMC의 말은 외국으로 퍼져나간 달러를 도로 끌어모으겠다라는 굉장히 자국 이기주의적인 발언으로 해석해야만 합니다.

이들의 정책이 빚어낸 것은 2가지 뿐입니다. 하나. 주식(자산) 시장의 붕괴를 미루고 더 키웠으며, 둘. 실질적으로 자산 인플레이션만 만들어 내었을 뿐, 세계의 경제 성장에는 눈꼽만큼도 기여하지 못했다는거죠.

2009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은 7조 달러의 재정 적자와 함께 4조 달러의 양적완화를 일으켰습니다. 달러의 기침에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 국이 따라한 양적 완화를 따지면 10조 달러를 아득히 넘어섭니다. 이런 진통제는 GDP를 2% 성장시켰을 뿐입니다. 연평균 1.6조 달러 이상을 때려부어서 만든 2% 성장이 과연 얼마나 가치있었던 것일까요?

자산 인플레이션은 그렇다면 그 동안 몇%나 발생했을까요? 이젠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답이 나올 정도겠죠.

1994년에서 2000년의 닷컴 버블과 2009년부터 현재까지의 버블은 길이가 조금 차이날 뿐 소름끼치게 닮아있습니다. 심지어 다우 존스 지수로 본 그 버블의 양까지도요.

Theorem 6.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버블 붕괴를 막을 수 없다. 버블 붕괴를 미룰 수는 있지만, 그런 노력은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소비자와 중소기업들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급격히 증가한 부채에 시달렸습니다. 미국의 가계 부채는 20조 달러에서 42조 달러로 늘어났고 한국의 가계부채는...


300조에서 1089조원으로 증가했죠.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정도입니다

지금 우리가 이해해야 할 단 한가지는 버블은 터진다는 것입니다. 그 버블이 완전히 터지면 다우지수는 최소 3500선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고, 부동산과 다양한 금융자산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일생 일대의 기회가 찾아올 것입니다.

그 시기에 암호화폐를 들고 있어야 할지 USD를 들고 있어야 할지 여전히 답은 내리지 못했습니다만, 적어도 그 시점이 최고의 바겐 세일 기회가 될 것임은 틀림없습니다.

Theorem 7.

버블 붕괴가 일어나면 우리에겐 일생일대의 투자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줄어드는 인구 추세를 아직은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기에, 인구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주워야 할 종목은 과거와는 달라지겠죠. 지금까지 우리는 버블의 7가지 원칙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그 버블이 곧 터질 것 또한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진짜 실전적인 토의를 하고자 합니다. 겨울을 버텨내기 위해 개미굴 속에 먹이를 가득 쟁여 둘 시간입니다. 그리고 진짜 겨울이 다가왔을 때 어떻게 버틸지, 그리고 여유롭게 쇼핑을 할 전략에 대해 같이 논의하고자 합니다.

암호화폐는 버블 파괴의 시작이 될 수도 있지만, 달러 인플레이션과 그 인플레이션의 수출로 인해 발생한 전 지구적 버블로 인해 발생한 버블의 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실탄을 쟁여 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기회의 요소 요소에, 여러분께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Fear leads to anger, anger leads to hate, hate leads to suffering

마스터 요다가 공포에 대해 한 말을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공포는 고통을 낳게 됩니다. 일순간의 시장 변동에 현혹되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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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버블, 그리고 붕괴] 6) 버블 붕괴, 그 시기를 알려줄 단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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