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야기] 왜 한국은 비트코인에 열광할까요?

오늘 알트코인 시장은 활황을 넘어 "To The Moon"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BTC의 선/현물 가격 동반 하락으로 약한 콘탱고 기조로 접어드는걸 봤을때, BTC 자체는 12월말 기준 1.8만$~1.9만$ 정도 안정될 것이라고 추론되는데요. 상대적으로 코리아 프리미엄은 굉장히 강해진 느낌입니다. 이건 사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에요. USD 대비 JPY, KRW 모두 높은 상태입니다.

비정상적인 이런 프리미엄은 시장의 취약성을 유발합니다. 지난번 IRS 연쇄라는 작은 파장에서 발생했던 큰 나비효과 -대조정장-처럼, 아시아 시장만 취약해 질 수 있습니다. 적당한 타이밍에 현금화 혹은 코인 불리기를 시도해야 할 장이 아닐까 합니다.

BCH 역시 GDAX 풀 서포트라는 강력한 호재를 타고 달나라로 달리고 있습니다. BTC와는 달리, 순수 자신의 호재로 달리는 케이스라 당분간 지켜보아도 되겠으나, 아직까지 암호화폐 시장이 BTC에 크게 영향받는다는 점을 고려해서 현금화를 시도 시 어느 정도는 같이 안정화 시켜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현 포트폴리오를 주말까지는 유지하되, 급격한 백워데이션이나 아시아 프리미엄이 20~25% 이상 상승되는 과열조짐이 보일 경우 현금화 후 대기할 예정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조금 재미없고 논란이 있을 수도 있을 이야기입니다. 왜 한국과 일본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무서울 정도로 BTC(를 비롯한 암호화폐)에 몰입하게 된 것일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려 합니다. 그 첫번째로, 한국 근현대사에 담긴 특수성을 짚어보려 합니다.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먼저 신라-고려-조선으로 이어진 강력한 중앙집권 세력과 더불어 조선의 정치사상적 특수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섬나라인 일본만큼이나 한국은 고립된 사회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해양기술이 굉장히 발달한 것도 아니고, 대한해협은 넘기 힘든데다 왜구라는 무장세력이 위협하고 있었으니까요.

북쪽 이방인 세력 - 여진 등 - 으로 막힌 작은 섬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본과 동일하게 '체제에 대한 순응'이란 개념은 통치이념 속에 강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영토 내에서 발생하는 내부 분열과 체제에 대한 반역은 자칫 대규모 혼란을 일으킬 수 있었거든요. 평지가 많고 비교적 중앙집권화적 개념이 약했던 유럽쪽의 역사와는 굉장히 차별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현재 한국인들의 세계관에 한 축을 하는 반상 - 양반과 상놈 - 이라는 개념은 이때부터 꾸준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헛소리냐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현대적 반상은 직업과 돈, 권력 등으로 꾸준히 우리 머리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완전히 운명처럼 고정되었다고 생각한 조선시대와는 다르지만요.

그리고 일제 강점기를 이어, 한국 현대사 최고의 비극이자 전환점이 된 한국 전쟁이 발발합니다. 한국전쟁은 모든것을 제로로 돌려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절대 진리이자 운명이라 생각했던 반상에 대한 개념까지도 말이죠. 그 이후, 전후 복구 과정에서 우리는 '돈'과 '권력'이라는 두 가지의 큰 헤게모니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한국 사회에 극도의 배금주의가 나타나기 시작한거죠. 돈이 있는 사람이 정당화되고, 무력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이 정당화 되었습니다. 군에 의한 쿠데타는 짧은기간 동안 크게 두 차례씩이나 발생했으며, 깡패들이 완장을 차고 다니며 힘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법지대였죠. 이 시기에 독립을 위한 활동이나 국가 통일을 위한다는 아젠다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습니다. 슬픈 시기였죠.

사람들의 머리에는 종래 있던 새 반상의 개념과 더불어, 그 중심이 되는 헤게모니엔 돈과 권력이 생긴다는 새로운 질서가 입력됩니다. '공부 해라', '돈 벌고 성공해라'등의 말과 함께 급격한 교육 열풍이 분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고시 패스를 하거나 대기업 구조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 권력(개인이든, 기업이라는 조직의 권력이든)으로 돈을 벌고, 그 돈을 통해 사회의 강자가 될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한국 근현대사의 세번째 대형 터닝포인트인 IMF가 발생합니다.

사실 그 전까진, 그냥저냥 서민도 저금 열심히 하면 집 사고 차 사고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사회와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그런 사회적 믿음이요. 이런 믿음이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거치며 약해지다가, IMF 경제대란을 통해 본격적으로 깨어집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어지고, 정치에 대한 신뢰가 깨어졌으며, 돈(달러 등의 안전자산)에 대한 신뢰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케이레츠에서 모델을 가져와 '완전고용', '평생고용'을 이야기하던 재벌기업은 가장 먼저 정리해고라는 명목하에 우리의 아버지들을, 어머니들을 내쳤습니다.

평생을 조직에 순종해온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개인사업에 도전하고, 그 결과 몇몇 프랜차이즈 업체만 배불린 채 대부분의 IMF 퇴직자들은 워킹푸어로 전락하기 일쑤였습니다. 은행 금리는 몇천만원을 넣어봐야 치킨 한마리 뜯는 이율 정도로 바닥을 달렸고, 정부는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완화정책을 피면서 실질 물가와 실업률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우리의 현실입니다.

지금의 20대, 30대는 그 누구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세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있는 것이라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면 좋은 직장 얻고 잘 된다'라는 부모 세대의 승리공식 뿐이었습니다. 잔혹한 시장 속에서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쯔음, 이들에게는 '청년실업자', 혹은 '중소기업 2백충'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됩니다.

그들에게, 아니, 우리에게 주어진 명제는 하나가 남습니다. 무언가 금전적으로 '대박'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요. 그것이 닷컴버블이었든, 로또였든, 토토였든, 코인이었든 말입니다. 당장 우리에게 정치권과 경제권이 쥐어줄 수 있는 희망은 많지 않았습니다.

'빚을 내서 대학을 다녀라',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와 같은 공허한 외침 뿐이었죠.

저는 여기서 묻고 싶습니다. 경제 주체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잘못입니까? 미래를 찾아 움직이는 발버둥이 투기라는 이름으로 규제되어야 합니까? 고속성장 시대에 만들어진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 구체제)이 언제까지 옳은 것이라고 정의되어야 합니까?

지금 젊은 세대가, 우리 세대가, 아니, 한국인 전체가 이런 새로운 먹거리 - 암호화폐 -에 몰리는 것은, 사회가, 국가가 우리에게 올바른 희망을 주지 못하고 무언가 경제적인 것에 매달릴 수 밖에 없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정자가 올바르게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짜고, 그 시스템이 잘 돌아가게 언론과 시민이 감시하며, 기업이 시스템의 톱니바퀴와 윤활유 역할을 한다면, 과연 이 미친듯한 광풍이 발생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좀 더 늦어졌을 수도 있고, 이처럼 광풍이 불진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비트코인 열기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우리는 '투기'라는 죄업을, 그 멍에를 둘러쓸 필요가 없습니다. 스스로의 판단 속에 새로운 탈출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스스로를 얽매는 각종 제약과 구습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지요.

저는 그래서 한국의 모든 투자자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을 토대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나아가 국가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부족하지만 이런 공간에서 글을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제 스스로는 제가 대단한 애국자라거나, 무언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에, 여러분의 경제적 인생에 있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보탬을 얻고,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는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저는 행복할 것 같습니다.

오늘 시장은 너무나 뜨겁습니다. 그 뜨거움 속에서 오르는 숫자라는 불길에 현혹되지 마시고 큰 그림을 보면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깃들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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