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암호화폐에 대한 세션을 준비하던 도중, 뜻밖의 질문이 머리속에서 피어올랐습니다. 과연 그럼 우리가 쓰는 '종이 화폐'는 "왜? 어떻게?" 경제적 가치를 지닐까 하는거죠.
암호화폐에 대한 설명을 하려면 돈의 역사부터 먼저 짚어야 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씨앗은행 화폐는 왜 돈이 아니고, 원화나 달러는 돈 대접을 받을까요? 돈의 가치는 누가 보장할까요?
바로 국가가 "이것이 돈이다"라고 규정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여기서부터 우리의 질문이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국가의 보증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닐까요"라는 질문이 반드시 따라나오게 됩니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내가 이것을 가지고 가면, 가치 있는 다른 것으로 바꿔주라고 국가(권력)가 보증한 것"이 화폐라고 할 수 있는거죠. 그래서 짐바브웨나 전후 독일 같이 국가 권력 체제가 대단히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돈이 가치를 잃기 시작하고 실물자산이 가치를 얻기 시작합니다. 소위 말하는 인플레이션이죠.
그럼 시계를 조금 전 옛날로 돌려봅시다.
화폐가 나오기 전 물물교환 시대는 너무 오래되었고, 조금만 시계를 돌려서 금, 은화가 유통되던 시절로 가 보죠. 플로린, 두카트, 디나르 같은 이름이 돈으로 쓰이던 그 시대입니다.
그 시대의 가치 저장 수단이자 거래수단은 '금'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이란 것은 공급량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죠. 인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금 자체를 거래로 쓰기는 힘들어집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금은 국가가 보유하고, 국가가 발행하는 돈을 가져가면 국가에서 금으로 바꿔주는 '금 태환'제도가 생기게 되죠.
그러나, 인간의 경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인구가 늘어나며,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 규모(Market Cap) 증가든, 시장 유동성 증가든 각 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돈은 계속 발행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금 태환 제도(화폐가 금과 고정적으로 교환된다는 제도, 금 본위제도라는 말을 씁니다.)하에서는 통화정책을 사실상 거둘 수 없죠. 금광을 새로 발견해서 마구마구 캐지 않는 한요. 그 전까지야 식민지의 수탈로 어찌어찌 유지되던 시스템이, 세계대전 전후로 완전히 막히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금 대신 다른걸 기축으로 하자. 대신 금 태환을 할 수 있게 하자!"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것이 케인즈 학파에 의한 '브레튼 우즈'체제 입니다. 브레튼 우즈 체제를 정말 간략하게 요약하면 "니들 돈 찍어내는걸 미국이라는 짱세고 짱잘나가는 큰형이 보증서주기로 함" 입니다.
그러나, 그 큰형 조차 이 시스템에서는 딜레마를 갖게 됩니다. 달러 가치가 절하되거나, 달러가 긴축되거나, 미국 연준이 금 보유를 늘려야 하는데, 셋 다 쉽지 않죠. 게다가 미국은 1900년대 이후 냉전을 겪으며 쌍둥이 적자라는 만성적자에 시달리게 됩니다.
닉슨이 금 태환 정지라는 강수로 이를 부수면서, 화폐는 금과 결별하게 됩니다. 완벽하게 독자적인 변동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죠. 좀 더 냉정하게 정리하자면 '국가가 망하지 않고 (달러로) 지불보증을 해줄 것이다'라는 믿음에 근거한 상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한국에 사는 옆집 슈퍼 아저씨가 한국 돈 쓰레기야 안받아 하면 그 사람 혼자 병신이 되고 말겠지만,
전세계 모든 사람이 한국 돈 쓰레기야 하는 순간, 한국 돈의 가치는 증발해버리는겁니다.
1억을 예금하건, 동냥으로 천원을 주머니에 갖고 있건 똑같이 제로가 되어버리는거에요.
이정도의 패닉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미 원화 가치가 폭발한 사건을 겪은 바 있습니다. 바로 IMF 경제위기죠.
2200 KRW = 1 USD는 정말 누구도 예측못할 대참사였었죠. 왜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느냐면, 돈의 가치는 절대적이지 않다, - 심지어 달러화까지도- 라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치 저장수단으로서의 돈이 가치를 가지려면, 국가, 혹은 국제 시장의 신뢰라는 컨센서스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암호화폐,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은 어떨까요?
아직까지 먼 미래에 대해 예측할 수는 없으나, 특유의 안정된 공급과 발행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현재의 금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이런 가치를 붕괴시킬 만한 특별한 세력 (파운드화를 무너뜨리고 기축통화 자리에 오른 달러화처럼)이 없다면, 비트코인은 당분간 왕좌에 오를 것이라 볼 수 있지요.
특히나, CME와 NASDAQ으로 대표되는 주류 경제시장에 편입된다는 것은 더 큰 Market Cap을 의미하고, 이는 더 폭넓은 시장 컨센서스를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는 것은, 당분간 - 최소 3년 - 은 비트코인이 시장에서 암호화폐의 대장이라는 헤게모니를 지닌 채, 아비트라지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당장 오늘 내일의 BTC 가격이 저점이다, 고점이다를 논하는 것은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말하기 힘들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당분간 행복할 것입니다. 전문용어로 '꿀은 빨 수 있을때 빨아야 한다' 라던가요?
오늘도 암호화폐를 공부하시고 투자하시는 여러분께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축복이 함께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