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뱅크는 블록체인 금융프로젝트의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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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뱅크가 출시되자 시장의 엄청난 반응이 있었다. 시간당 1만명 비율로 카카오 뱅크에 가입했다고 한다. 기존 금융사들도 전전긍긍한다고 한다. 모두 다 예견된 일이다. 기존의 은행들 문턱이 얼마나 높았으며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는 재삼 말할 필요가 없다. 은행이란 제도자체가 중세때 만들어졌으며 그때의 업무처리 방식이 아직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 뱅크란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은행업무의 혁신이다. 당연히 기존 은행이 긴장할 만 하다.

카카오 뱅크는 기존의 은행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카카오 뱅크가 기존 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자유로운 송금과 입금, 그리고 공인인증서 같은 이상한 시스템이 필요없는 사용의 편리성, 자유롭게 금융상품을 설계하고 영업할 수 있는 유연성 등이 아마도 카카오 뱅크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카카오 뱅크뿐만 아니라 다른 핀테크가 나타나면서 기존 은행은 더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기존의 은행은 어떻게 될까? 답부터 말한다면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 뱅크는 기업과 국가 같은 거대한 고객을 상대하기는 어렵다. 카카오 뱅크가 아무리 커져도 개인의 금융, 더 나아가 가계의 금융을 일부 담당할 수 있을 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 뱅크 같은 핀테크는 기존의 은행보다는 블록체인 금융 프로젝트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현존하는 은행을 제외하고 어떤 것도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간의 금융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은행의 업무영역은 국가 권력의 문제이지 업무효율성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업무를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과 은행의 역할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많은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은행이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심지어 비탈릭까지도 뱅킹은 살아 남을 것이나 뱅크는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기술이 세계를 바꿀 것이라는 기술만능주의의 전형이다. 그러나 그들은 은행의 역사적 형성과정과 은행과 국가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아무리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은행을 없어지기 어렵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은행이란 국가권력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실 군대보다도 은행이 자본주의 체제 유지에 더 중요하다. 뱅킹이 바뀌더라도 뱅크는 살아 남는다에 난 한표를 건다.

블록체인이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의 거래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블록체인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가장 먼저 기대를 모았던 것이 금융이었다. Andreas M. Antonopoulos가 쓴 가장 뛰어난 암호화 화폐에 관한 책의 제목도 “비트코인, 블록체인과 금융의 혁신”이었다. 비트코인을 넘어 블록체인 2.0 시대를 열었다고 하는 이더리움도 사실 그 내용을 보면 비트코인에 스마트콘트락트를 얹은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스마트 콘트락트라는 것도 현재의 금융이 지니고 있는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었다.

최근 엄청난 규모의 ICO가 행해지면서 세상 모든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현실화되면서 가장 먼저 눈을 돌렸던 분야가 금융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카카오 뱅크의 개가가 블록체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블록체인이 금융의 혁신을 주창했지만 그에 합당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카카오 뱅크같은 전통 IT기술에 입각한 핀테크가 블록체인이 주장했던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카카오 뱅크의 출범으로 블록체인이 오히려 전통 IT기술에 추격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만약 카카오 뱅크가 이 정도의 팽창을 계속한다면 과연 블록체인기술에 입각한 금융의 혁신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상당 기간 동안 블록체인 기술에 입각한 금융기법이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의 거래를 담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국가와 국가 그리고 기업과 기업은 매우 폐쇄적이기 때문에 공개적인 블록체인 기술을 절대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만의 폐쇄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ICO를 통한 개별 프로젝트로서의 블록체인 기술이란 결국 카카오 뱅크 같은 핀태크가 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즉 블록체인 금융의 가장 큰 적은 기존의 은행이 아니라 카카오 뱅크같은 핀태크라는 것이다.

분산화와 익명성이라는 것이 모든 분야에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분산화되면 속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익명성이 너무 강해지면 국가가 용납을 하지 않는다. 결국 국가와 블록체인 금융과는 일정한 정도에서의 타협이 불가피해진다. 그렇다면 전통 IT기술에 입각한 핀테크와 블록체인 금융프로젝트간 어떤 차이가 있을까?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무릅쓰고 분산화와 익명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편리함을 버리고 블록체인 금융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인가?

우선 나부터도 익명성이라는 것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돈을 번 것도 아니고 국가가 정의를 세우겠다는데 그것을 위반하면서 익명성을 누리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스티밋 동지들도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또한 중앙집중적 효율성의 달콤한 유혹은 뿌리치기 어렵다. 중앙집중화된 암호화화폐 거래소인 Poloniex가 그렇게 횡포를 부려도 우리는 거기서 완전히 빠지지 못한다. 분산화된 거래소가 있어도 나는 단 몇 초를 참지 못해 이를 갈면서 Poloniex를 사용한다. 그리고 욕만 한다. 인간의 행태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카카오 뱅크의 성공적인 출시를 바라보면서 블록체인의 가장 대표적인 영역이었던 금융분야 프로젝트가 쉽지 않겠다는 우울한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우울한 생각이 생각으로만 끝났으면 좋겠다. 불행하게도 우울함과 불안함은 항상 현실화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란 본시 동물이기 때문이다. 동물은 이성보다도 본능에 입각해 생존한다. 본능을 거슬르면 생존하기 어렵다. 본능의 영역은 이성적 판단보다 훨씬 정확한 경우가 많다. 우울함과 불안함은 본능의 영역이다. 인간의 이성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흐릿한 본능보다 못한 경우가 너무나 많다. 하여튼 블록체인 대표 기능중의 하나라고 여겨졌던 금융 프로젝트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하고 우울한 생각을 하면서 이글을 마친다.

완전하게 정리된 생각이 아니라 흐릿한 생각을 이리 저리 정리한 것이라 독자들이 읽어 가는데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의 초벌생각이라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읽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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