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스(EOS)가 심판대 위에서 증명해야 할 것들

머리말


저번 글에서는 DPOS 합의프로토콜이 필연적으로 심판대에 오를 것이라는 호기로운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그 글은 이번 포스팅을 위한 초석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논의의 범위를 좁혀서 DPOS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플랫폼 코인인 이오스(EOS)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어볼까 합니다. 이오스가 진정으로 가치있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나아가 이더리움을 넘기 위해 증명해야할 것들을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글 시작 전에 넋두리 및 부탁의 말씀드립니다. 이번 글에서도 저는 악역(?)을 자처하고자 합니다. 이오스를 다소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입장에서 우려되는 점을 최대한 자세하고 쉽게 전달드리려고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부탁드리고자 하는점이 있습니다. 이오스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견해는 본 글의 방향성과는 다소 온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독자분들께 다양한 시선을 접하게 해드리려는 시도이니, 부디 저를 안티라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사랑해요 이오스!)

마지막으로 저는 블록체인을 취미로 공부하는 사람이지 전문가는 아닙니다. 제 의견이나 설명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정보전달만이 목적은 아닙니다. 블록체인에 대해 깊은 이해도를 가지고 계시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토론과 논의에 참여해주세요. 배우는 자세로 경청하고 논의에 임하겠습니다 :)

p.s) 덧붙여 저번 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에 대해서 두번, 세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공유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오스(EOS)가 심판대 위에서 증명해야 할 것들


출처: https://eos.io/

이오스란?


이오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소개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 이미 많이들 아실 것이라 생각하고, 또 어디서나 기본적인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을만큼 거물급 인사이니 최대한 간략하게 해보겠습니다.

이오스는 이더리움처럼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플랫폼을 표방하는 코인입니다. "댄 라리머"가 CTO로 있는 블록원(block.one)에서 진두 지휘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이오스는 아주 당연하게도 DPOS를 합의프로토콜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의 단점들을 대부분 해결하여 이더리움 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화끈한 마케팅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사용자 친화적 수수료 무료 정책과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한 혁신적 ICO, 그리고 블록원의 과감한 토큰 개발자 투자 전략에 이르기까지 현재까지 이오스가 보여준 행보는 정말 놀랍습니다. 이오스 부정론자들의 우려를 상당수 불식시키며 급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오스에게는 아직 증명해야할 사안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장점은 잠시 뒤로하고, 증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어볼까 합니다.

이오스가 증명해야 할 것들


이슈1) 높아지는 진입장벽: 개발자 측면

  • 부가설명) 이오스기반 토큰을 만들어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Dapp)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개발진이 일정 수준의 이오스 코인을 보유해야합니다. 이오스 블록체인 네트워크 사용을 위한 담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유량에 따라 네트워크 사용량이 결정되고, 많으면 많을 수록 더 큰 네트워크 용량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팀 파워와 비슷합니다.)

1-2년 뒤에 이오스 블록체인이 충분히 성장하고 Dapp도 10개쯤 성공하여 상용화에 근접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이오스는 충분히 성장했고, 이미 가격은 그에 걸맞게 올라와 있습니다. 이오스의 특징상 앱을 만들어 올리려면 이오스 코인을 개발진이 보유해야합니다. 원활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서요. 그런데 이미 자리잡은 Dapp들은 본인들의 서비스 유지를 위해서라도 보유한 이오스를 팔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동성은 더욱 더 줄어있기 때문에 매집은 더 힘겨워졌습니다.

개발진이 충분한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그와 동시에 미리 자리를 잡은 Dapp들과 새로 유입되는 Dapp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까요? 현재 안드로이드/아이폰의 어플리케이션들만 해도 수십개가 새로생겨났다가 없어지고를 반복합니다.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이 밑바탕이 되어야 사용자에게 더 좋은 앱이 개발됩니다. 현재 이오스는 이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사실 사용자 친화적인 수수료 무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POS 전환이 완료된 이더리움에서도 가능합니다. 이는 토큰 개발자의 의지에 달린 문제입니다. 토큰 개발자가 토큰 사용자의 수수료를 대신 내주면 되니까요. 그 수수료를 감당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오스에서와 같습니다. 토큰 개발진이 POS로 전환된 이더리움을 보유합니다. 그러면 채굴 보상이 주어지고, 이 채굴 보상으로 사용자 송금 수수료를 부담하면 됩니다. 강제와 선택, 여러분들이 선호하는 방향은 어느쪽인가요?

  • 다른 의견) 블록원은 현재 파격적인 전략을 내세워 생태계를 조성하려 하고 있습니다. 본인들이 받은 투자금의 일부를 토큰 개발진들에게 투자하겠다구요. 획기적인 전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전략이 지속가능하다면, 어느정도 해소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이슈2-1) "잘 포장된" 체인분리(Hard Fork)를 막을 수 있는가?

  • 부가설명) 이 이슈는 POS를 지향하는 이더리움 역시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 이슈에 한해서는 더이상 이더리움 VS 이오스나 POS VS DPOS의 문제가 아닙니다. 둘은 오히려 한 팀이 됩니다. 이는 이더리움/이오스 VS 비트코인, 그리고 DPOS/POS VS POW의 문제입니다. 흔히 nothing at stake이나 이중채굴이라고도 불리는 체인분리 문제는 POS에서 가장 큰 이슈입니다.

먼저 이중채굴에 대해 간단하게 예시를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누군가 "이오스 캐쉬"를 만들겠다고 들고 일어섭니다. 그리고 하드포크를 하겠다고 합니다. 일련의 과정은 생략(사실 가장 중요하지만)하고 하드포크가 됐다고 해보겠습니다. 하드포크는 장부 내역을 그대로 복사해 체인을 독자적으로 이어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채굴자는 이오스에도, 이오스 캐쉬에도 똑같은 양의 잔고가 남아있게 됩니다. 즉 원리적으로 채굴자는 기회비용이 거의 없이 두 체인을 모두 채굴할 수 있습니다.

이오스는 과연 이를 막을 수 있을까요? 이오스 백서에서는 해당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Furthermore, no block producer should be producing blocks on two forks at the same time. If a block producer is caught doing this then such block producer will likely be voted out. Cryptographic evidence of such double-production may also be used to automatically remove abusers.

만일 증인 중 누군가 이중채굴을 한다면 "커뮤니티의 투표로 몰아낼 수 있다(will likely be voted out)"고 되어 있습니다. 이더리움의 캐스퍼(Casper) 또한 “커뮤니티가 합심하여 악의적 채굴자(이중채굴자)의 예금을 지울 수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합니다. 비탈릭과 댄 모두 "커뮤니티의 합심"이라는 비슷한 전제를 바탕으로 이중채굴 및 체인분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이것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 이야기일까요?

이중채굴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POW 기반 비트코인조차 "명분"이 주어지니 하드포크가 되었습니다. 벌써 최소 2개(비트코인 캐쉬, 비트코인 골드)는 당당히 독립에 성공했습니다. 하물며 POS는 어떨까요? 명분만 확실하다면 하드포크의 성공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나 이것이 오히려 이오스의 장점으로 보이신다면, 그것은 꼭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슈2-2) 이더리움보다도 더 진보적인 이오스

댄과의 논쟁에서 비탈릭은 본인의 Casper 프로토콜을 아주 신랄하게 비판한 글을 추천해줍니다. "캐스퍼 프로토콜도 이렇게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DPOS는 더 진보적인 방법 아닌가요? DPOS는 보다 주관적인 의견에 의존하고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라고요. 아마도 비탈릭은 해당 비판 글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나봅니다.

별개의 이야기로 댄은 논쟁 이후 캐스퍼를 이오스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적어 올린 바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캐스퍼-POW로 이루어져 있으니, 우리는 캐스퍼-DPOS로 해볼 수 있겠다는 의견을요. 달라진점은 POW가 DPOS로 바뀐 것이니 보다 진보적인 방법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수학적인 게임이론보다 커뮤니티 합의에 더 많이 의존하겠다는 것이지요.

이슈2-3) 잘 짜여진 판 위에 체인분리 올리기

이쯤에서 제가 가능한 시나리오 하나를 써내려가볼까 합니다. 이전 포스팅에 말씀드린 대로, DPOS 기반 코인들은 노드들이 특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누군가 아주 잘 짜여진 판을 설계합니다. 이를 비탈릭은 "a properly well-planned denial-of-service attack"이라 표현하더군요.

어떤 집단이 적절한 시기에 이오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일정 기간동안 마비시키는 것에 성공합니다. 마치 이더리움이 스테이터스 토큰 ico에 마비가 되었던 것처럼요. 당연히 이오스 네트워크는 빠른 시간 내에 회복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이때 갑자기 불특정 다수의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어디서 만들었는지 모를 잘 만든 자료들이 나오고, 그럴싸한 홈페이지도 개설됩니다.

이오스 클래식: DPOS 는 안전하지 않다. 우린 POS 마스터노드로 돌아간다.

위와 같은 비전을 가진 하드포크 집단이 등장합니다. 명분은 최근 있었던 디도스 어택입니다. 이 후는 선동과 정치싸움이겠죠. 혹시 이오스 가격이 이러면 오를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이오스 클래식이 공짜로 생기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이오스 코인 홀더들은 해당 주장을 지지하고, 위 사람을 증인으로 만들어주겠군요. 그렇게만 되면 이 하드포크는 99% 성공입니다.

마치며: 기회비용이 만드는 현명함


이 글을 마치며 기회비용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는 제 글을 이해함에 있어 마지막 퍼즐이 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채굴을 위한 기회비용은 참여자를 공부하게 한다

POW 채굴을 위해서는 채굴기를 사야합니다. 전기세도 내야하구요, 채굴기를 둘 공간도 필요합니다. 또 어떻게 채굴해야하는지 공부해야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라는 귀중한 가치도 소모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다 기회비용입니다. 이 기회비용은 결국 채굴자들이 더 네트워크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나아가 더 현명한 구성원이 되게 만듭니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서 이 채굴 네트워크가 유지될지 무너질지 결정될 수도 있으니까요.

네트워크가 무너지면? 본인이 투자했던 기회비용은 손실이 됩니다. 기회비용이 매몰비용이 되는 것이죠. 이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채굴자는 필연적으로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하고, 현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POS 마스터 노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꽤 큰 돈을 투자했으니, 해당 네트워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관심이 생길 수밖에요.

혹시 펌핑 코인을 충동적으로 구매한 뒤에서야 해당 코인에 대해 조사해본 경험은 없으신가요? 막상 사고나면 기회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알아보고 공부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일 적은 돈이었다면, 이내 내 돈 아니겠거니 하고 신경을 잘 안쓰겠지요. 이는 채굴 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다수의 소규모 코인 보유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무관심이 모이면 DPOS 시스템의 큰 위협이 됩니다.

DPOS/POS가 풀어나가야할 숙제

소액 투자자의 투표 권리를 인정해줄 경우, 마스터노드 방식에 비해 돈을 많이 넣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집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악의적인 의도로 이오스 클래식 만들겠다는 사람에게 넘어가 소규모 투자자들이 한번에 다 보팅하면 그 사람이 증인이 안되리란 법이 없습니다. 그것도 의견이겠거니 존중하고 흘러가는대로 두는 것을 택하는 것이 나을까요?

그렇다고 해서 소액 투자자의 목소리를 무시하자니, 그것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큰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세상은 이미 많이 봐왔습니다. 새로운 생태계인 블록체인에서는 더이상 보고싶지 않은 모습이네요.

이더리움은 이오스를 응원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비탈릭 부테린 입장에서 이오스의 흥행은 기쁜 일일 수도 있습니다. 비탈릭 입장에서는 이오스가 굉장히 과감하고 진보적인 합의 프로토콜을 가지고 "대신" 실험을 해주고 있으니까요. 만일 이오스가 정말 댄 라리머의 확신대로 성공한다면? 그것은 그저 박수치며 칭찬하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이더리움은 이오스가 닦아놓은 길을 마음 편히 걸어가면 됩니다. 그동안 시총 순위는 역전될지도 모르겠네요 :)

반면 실패하거나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것은 비탈릭에게 아주 큰 교훈과 배움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비탈릭은 이오스가 더 큰 흥행을 몰아 시총 3위까지는 끌고 올라와주길 바랄 것입니다. 이더리움과 어깨를 나란히 할정도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덩치가 비슷해야 모의실험결과도 정확한 법이니까요.

이쯤에서 글을 마무리지어야할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저번 것 보다 더 긴글을 적은 것 같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번에는 어떤 주제를 다루어볼지 현재 고민중입니다. 카르다노(ADA)와 이오스를 비교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이번 자료조사에서 POW를 다시 보게 되어 그 점에 대해 더 깊숙히 다루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스팀잇관련 이야기(큐레이팅 보상 관련)를 해보고 싶기도 하네요. 여러분들이 듣고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

항상 감사드립니다!


참고문헌

맺음말

저는 한국의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가라앉고, 좀 더 성숙하고 건전한 시장 참여가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모두 건강한 투자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리스팀/팔로우/댓글/보팅 감사드립니다. 더 알차고 신나는! 포스팅에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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