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가방을 매고 출근을 합니다.
평소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 집을 나와서
찜질방으로 가든가
아침 일찍 문 여는 커피숍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스팀잇에 올라온 글을 읽거나
투자한 코인들의 가격을 보거나
계획 없이 하루하루를 지냈 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생각을 늘 했고
내가 부족하기에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결국 홀로 짊어지고 가다가
일이 그렇게 돼 버렸습니다.
발주처에서 선수교체를 요구했고
부끄럽게도 아무 말도 못하고 짐을 싸야 했습니다.
아내는 평생 내 월급에 의존해서 살았고
해마다 두꺼운 가계부를 쓰는 평범한 주부이기에
아내가 받을 충격을 상상하고는
며칠 이렇게 밖에서 있다가
퇴근 시간에 맞춰 귀가를 합니다.
월급날 회사에서 보낸 급여가
평소보다 덜 들어온걸 보고 아내가 전화를 합니다.
대충 얼버무리다가
나중에 이야기 하자고 해놓고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다가
아내에게 이야기 합니다.
화를 낼까봐 걱정했던
아내의 눈가에서 눈물이 떨어집니다.
아내가 나에게 와서 나를 꼭 안아 줍니다.
다시 세상 속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하마터면 나도 눈물을 날뻔 했습니다.
나는 아내를 내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 하면서 살았습니다.
오늘 생각해보니 아내도 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모양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지키며 살았다는 걸
오늘 알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