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스팀잇은 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6년 동안 '좋은 글 논란'과 '보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 스팀잇에 진입한 유저들은 스팀잇에 조회수 기능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스팀잇의 조회수 기능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있었다가 없어졌다.

조회수 = 콘텐츠의 품질

조회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콘텐츠를 소비하는 독자(audience)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나름 객관적으로 콘텐츠의 품질이 좋다고 납득할만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크리에이터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콘텐츠로 돈을 버는 것이긴 하지만, 그 이전에 독자(팬층)을 키우고 영향력을 가지는 것, 그리고 콘텐츠의 품질이 좋다고 평가 받기를 바란다.

조회 수 = 콘텐츠의 품질 = 크리에이터의 노력 = 방문자 수 = 영향력 = 돈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스팀잇에서는 조회 수가 낮더라도 고래들간 담합이 되어 있거나 내 스팀파워가 높기만 하면 보상이 수 십에서 수 백 달러가 찍힐 수 있었다.

심지어 조회 수가 0임에도 불구하고 보상이 엄청 큰 케이스도 있었다.

적어도 스팀잇에서는 위에서의 등식이 전혀 성립되지 않았고, 콘텐츠의 소비자(reader) 보다는 채굴자(author)가 많았기에 조회수는 오히려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는 꼴밖에 되지 못했다.

그래서 스팀잇에서의 조회 수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좋은 글이라는 해묵은 논란

스팀잇에서는 좋은 글이 많아지려면 좋은 글을 쓰는 사람한테 보팅을 해줘야 한다고 스팀잇 팀도, 많은 고래들도 '당위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들 또한 실제로 그 옳은 일을 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결국 시스템에 있기 때문이다.

스팀잇 팀이나 고래들이 어떤 주제를 두고 제한된 시간 동안에 이벤트를 열거나 큐레이션을 진행하는 것은 결국 시간과 카테고리의 제한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외부에서 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보팅이 좀 더 쎄다고, 과연 똥글을 쓰던 사람이 갑자기 일필휘지로 엄청난 콘텐츠를 만들어낼까?

회사에서 전문경영인을 모셔오는 것처럼 결국은 좋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모셔오는 것이 좋은 글들이 많아지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크리에이터는 무엇을 원하는가?

아무리 하루 종일 글을 쓰고 콘텐츠들을 업로드해도 10원도 벌지 못하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서브스택, 미디엄 등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정말 많다. 콘텐츠의 내용도 굉장히 전문적이고 대충 보기만 해도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을지가 느껴지는 수준임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보팅을 통한 보상은 크리에이터가 1순위로 원하는 그것은 아니다.

크리에이터들이 플랫폼을 선택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

그것은 최근에 우리가 자주 찾게되는 플랫폼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정답은 편의성 & 액티브 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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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들은 당연히 자신의 콘텐츠들을 조금이라도 적은 시간을 써서 더 읽기 편하게 그리고 예쁘게 퍼블리시하길 원한다. 그래서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UI/UX가 곧 퍼블리시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모바일 앱도 없고, 마크다운도 배워야하고, 내 글이 딱히 예쁘게 퍼블리시가 되는 것 같지도 않고, 내가 쓴 글을 다시 찾기도 힘들고, 읽어주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다면, 몇 달러 보상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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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처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이 Ghost나 Substack, Medium 등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결국 이 편의성 때문이며, 편의성은 독자들의 유입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 올라왔을 때의 푸시 알람이라든지, 잘 읽히는 폰트와 글자 크기라든지, 관심사 피드가 좋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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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해당 플랫폼의 사용자들(잠재 콘텐츠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내 독자들을 얼마나 잘 관리할 수 있는지는 아이돌이 팬클럽을 관리하는 것만큼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에이 그건 중앙화된 플랫폼이자나

위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운영 주체(법인)가 분명하게 있는 중앙화된 플랫폼이니까 가능한 것이고 '탈중앙화된 Web3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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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미러 플랫폼은 스팀잇보다 한참 늦게 나왔지만 현재 핫한 크립토 프로젝트나 리서처, 인플루언서들이 정말 많이 의존하고 있는 퍼블리시 플랫폼으로 중앙화된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능들의 대부분을 지원한다.

심지어 딱히 열심히 콘텐츠를 업로드한다고 보상을 받는 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러의 콘텐츠 수는 정말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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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프로토콜의 경우에도 오히려 트랜잭션 수수료를 써야하는 상황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보딩하는 사용자들과 업로드되는 콘텐츠들의 성장세가 무서운 수준이다.

바이어미러나 렌즈 프로토콜이 성장하는 이유는 물론 큰 자본이 있는 곳에서 강력하게 밀어주고 있다는 것도 있고, 이더리움 어드밴티지도 있겠지만 조금 더 세련되고 조금 더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구독자(audience)가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팅에 집착하지 말자

스팀잇 팀부터가 좋은 글에 보팅을 많이 해줘야 좋은 글들이 많아진다고 자꾸 생각을 하는데, 이는 보팅에 집착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어짜피 7일 뒤에는 더 이상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없고, 너무나 디테일한 룰에 따라 내 흥미 분야가 아닌 것을 주제로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을 공부하며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스팀잇을 1도 모르는 입장에서 매력적인가?

시스템의 변경과 개발을 통해 근본적인 것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데, 우리는 돌고 돌아 또 보팅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스팀잇은 시스템 자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또 근본적인 해결은 다음으로 미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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