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서 전승되어 오는 불로주 만드는 법에서 흥미로운 점을 적어보았다. 어느 한 민속의학자가 젊었을 때 너무 병약해서 고자와 마찬가지라 기가 엄청 죽어 아버지께 하소연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께서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고자 갱생주 만드는 비방을 알려주어 이렇게 만들어서 그의 고자 병을 고쳤다는 얘기이다.
먼저 열 말(180리터)이 넘게 들어가는 큰 항아리를 뱀이 많이 사는 곳에 땅을 파고 묻되, 항아리 입구가 땅 위로 15센티미터쯤 올라오게 묻는다. 이 항아리에 쌀과 율무쌀을 반씩 넣고, 술밥과 누룩으로 술을 다섯 말쯤 되게 담근다. 닷새나 이레쯤 지나면 술이 익어 술내가 진동하는데, 이때 뚜껑을 열어둔다. 그러면 근처에 사는 뱀, 쥐, 지네, 도마뱀, 달팽이, 나방 등 갖가지 동물과 곤충이 술독으로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는다. 만약에 술독으로 이런 것들이 들어가지 않으면 잡아서 넣는다. 산에서 사는 것이면 무엇이건 다 잡아넣는다. 항아리가 80~90퍼센트쯤 차면 뚜껑을 덮고 진흙으로 가장자리를 발라 공기나 물이 스며들지 못하게 잘 밀봉한다.그런 후에 겨울에 얼지 않도록 흙을 두껍게 덮는다. 이것을 1년 뒤에 꺼내 건더기는 버리고 맑은 술만 먹는다. 세상에 둘도 없는 영약이다. 하루에 두세 번, 취기가 오를 정도만 마신다. 양기 돋우는 데, 폐병, 위장병, 골병, 허리 아픈 데 등 어떤 병이든지 가리지 않고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발로 찾은 우리명의
정력에 좋다면 수컷들이 환장하여 달려들 것이나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좀 찝찝할지도 모르겠다. 뱀, 쥐, 지네, 도마뱀, 달팽이, 나방 등 혐오감을 느끼는 모든 동물과 곤충들의 살과 피로서 만들어진걸 알았다면 말이다. 옛날 초딩때 스머프를 골탕먹이려고 가가멜이 독약을 만드는데 이러한 동식물을 넣고 저어가만서 스프를 정성스럽게 끓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서양 마녀가 등장하는 만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훗날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이들 재료들이 위험하긴 하지만 법제를 잘 하면 병을 고치는 귀중한 약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실재로 경동시장이나 청량리 길거리를 가다 보면 지네를 한묶음 파시는 할아버지들도 계신다.
명리학에서 진(辰)과 사(巳)는 지망(地網)이라고 부르는데 풀이하자면 '땅에 드리워진 그물'이다. 해가 중천에 뜨기 바로 직전 하늘 빛이 땅에 넓게 펼쳐져 스며들어가 있다는 의미이다. 방위로는 동남방이고 계절로 보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해당한다. 하루 시간으로 보자면 창공에 해가 뜨기 바로 2시간 전(11시 30분~1시 30분) 즈음부터이다. 해석하자면 양기(陽氣)가 최고조에 달하기 바로 직전이니 활동성의 측면에서 오히려 최고조인 상태이다. 절정에 달하기 바로 직전으로 뭔가 1% 부족한 듯 보이나 그렇지가 않다. 무엇이든 최전성기가 되면 그다음은 쇠퇴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세상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역의 손(巽)괘는 이를 상징하는데 양기가 바람처럼 어느 구멍이든 찾아서 파고드는 성질을 의미한다. 괘상이 묘사하듯 긴막대기 두개 (=)밑에 끊어진 막대기(- -)가 있어 마구 파고들어가는 모습이다. 에너지가 흡입되어가는 모습이랄까? 구멍으로 파고드는 곤충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다시말하자면 그러한 속성을 가진 모든 동식물들을 합쳐서 술을 만들었다는 표현이다. 풍수지리에서 명당의 혈자리 선정도 같은 원리로 정한다. 양기가 완전히 쌓이는 곳이 아니라 여기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절정에 달하면 바로 쇠퇴해지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만드는 과정이 잔인하기도 하지만 그 건더기들 건져내고 밑에 남은 술국물을 먹자니 참 거시기하다. 나라면 안먹을 것 같다.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수컷들이란,
불로주가 숙성되어지는 큰 항아리에 대해서 첨언하고 싶다. 명리학에서 진(辰)과 사(巳)의 반대편에 술(戌)과 해(亥)가 있는데 방위로는 서북방이다. 계절로 치면 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환절기인데 건(乾)괘를 상징한다. 하늘의 에너지이다. 그런데 이것을 천라(天羅)라고 표현한다. 끊임 없이 매섭고 강폭한 '하늘의 기운이 넘쳐나는 그물'이라는 뜻이다. 이시기의 추운 기운은 칼과 같다. 그것을 능히 갈무리하는 항아리가 바로 술(戌)이다. 그런데 불의 저장고로 항아리를 술(戌)로 보기도 한다. 또한 마시는 술(酒)은 불을 간직한 물이기도 하다. 우리가 마시는 술은 길들여지지 않은 에너지를 갈무리한 물인 셈이다. 이러한 원리에 의해서 천라지망(天羅地網)을 담은 불로주가 숙성되어지는 것이다. 풀이하자면 하늘과 땅의 에너지 그물의 총화가 바로 불로주이다. 이 술을 마시면 우리의 몸이 그 천라지망으로 꽁꽁 묶이니 변강쇠가 된다는 뜻이리라.
앞으로 틈틈히 교차영성(Cross-cultural Spirituality)이란 주제로 동서양의 오컬트 문화 해석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