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감을 앎[知歸]

세상 사람 중 어떤 이는 삶을 참이라 하고, 죽음을 환상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삶이 잠깐 붙어 있는 것이고, 죽음은 본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죽음을 환상이라고 한다면 죽음이란 산 사람의 꿈일 것이며, 사는 것을 잠깐 붙어 있는 것이라고 하면, 산다는 것은 죽은 사람의 꿈일 것이다. 대체로 살아서 깨어있지 못하면 그 삶은 참이 아니고, 죽어서도 깨어있지 못하다면, 그 죽음은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 아닐 것이다. 삶을 알면 죽음을 알고, 죽음을 알면 돌아간다는 것을 알 것이다. 돌아간다는 것을 아는 자는 생사의 꿈에서 벗어난 것이다. 술몽쇄언-꿈과 인생

자나깨나 무슨 생각이란 말이 있다. 항상 무슨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특정한 생각을 오롯하게 계속한다는 뜻인데 먼저 생각의 한자어를 살펴보자. 태어날 생生과 깨어 있을 각覺의 합성어다. 풀어쓰자면 깨어있음을 계속 태어나게 하라는 뜻이니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화자는 삶과 죽음을 빗대어 삶도 깨어있어야 하고 죽음도 깨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이 진정 삶과 죽음의 꿈에서 벗어났다고 단정하며 말한다.

그렇다면 삶도 참이고 죽음도 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인데 그런 사람은 꿈을 꾸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왜냐하면 첫번째 어떤 이에게는 죽음이 산사람의 꿈이고 두번째 어떤 이에게는 삶이 죽은 사람의 꿈이라는 이야기인데 꿈이 모두 환상이니 환상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 사람은 꿈을 꾼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말은 체험이 없으면 말장난일 뿐이다. 그래서 수행자들은 잠을 자지 않고 늘 깨어 있으려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꿈에서 깨어있으려고 자각몽도 시도한다. 꿈을 꿈이라고 알면 깨어있는 것이니까,

여기서 더 나아가서 죽음의 과정을 관찰하는 수행도 있다. 맨날 죽을 수 없으니 인생의 한 번 있을 죽음의 기회에 깨어있으려고 매일 죽음을 시뮬레이션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죽음의 고통과 공포가 찾아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죽음의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깨어있다는 의미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순간 순간 잊지않고 또렷하게 알아차림과 마음 챙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냥 현실 세계에서 숨을 쉬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이 시간도 나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고 있으니 정확하게 말하면 오롯하게 깨어있다고 말할 수도없다. 그래서 삶도 꿈이라고 말한다. 내 삶자체도 오롯한 주인이 되지 못하니까,

생사의 꿈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는 죽으나 사나 깨어있으면 된다는 뜻이리라. 그게 가능하다고 눈밝은 이들은 말했다. 증명할 길도 없다. 내가 확인해서 말해준다고 너도 확인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저 확인해보라는 것이다. 확인하지 않고 말을 한다면 모두 말장난일 뿐이다. 그러니 다만 깨어있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런데 현실에서조차 깨어있지 못하니, 쯧쯧쯧.

그냥 꿈꾸며 사는 인생이다. 꿈(환상)과 꾸며(rent) 사는 인생이니 생사가 한가지로다. 다만 깨어나지 못했으니 벗어나지 못한 것일뿐,


술몽쇄언(述夢瑣言)


프롤로그 | 눈뜨고 꾸는 꿈(開眼) | 스스로 불러옴(自求) | 징조와 경험(徵驗) | 마음에 물음(問心) | 뒤바뀜(轉倒) | 진실한 것을 인정함(認眞) | 도장 자국(印影) | 스스로 의심함(自疑) | 범위에 한정됨(圈局) | 무념(無念) | 어둠과 받아들임[昧受] | 항상함을 앎[知常] | 업과 명[業命] | 호랑나비[胡蝶] | 스스로 이룸[自成] | 진실한 것을 인정함 [認眞]


몽념수필(夢念隨筆)


자각몽 연습을 시작하며 | 쓰끼다시 | 수면마비| 업과 명[業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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