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것을 인정함 [認眞]

어린아이가 꿈속에서 성을 내면 깨고난 뒤에도 오히려 성내며, 꿈속에서 무엇을 얻으면 깨어서도 오히려 그것을 찾는다. 이것이 비어있는 환상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오직 그것이 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위 얻었다, 잃었다고 하는 것이나, 기뻐하고 화내는 것이 그 성품 속에 본래 있는 것이 아니니 그것이 헛되다 진실하다고 하는 것이 모두가 환상일 뿐이다. 오직 큰 사람(大人)만이 모두 헛된 환상임을 안다. 그런 까닭에 깨어 있을 때 얻는 것, 잃는 것, 기쁜 것, 화내는 것도 또한 참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술몽쇄언-꿈과 인생

이런 내용을 읽으면 고개를 끄덕거리다가도 비슷한 상황이 코앞에 닥치면 감정이 요동치고 뒤끝이 남는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일어나는 감정은 진실하지도 않은 것인데 진실하게 여기는 것이 우리의 본래 성품이다. 아무리 화낼 일이 있더라라도 화를 낼 내 마음이 화를 내지 않으면 그만인데 화를 내야할 상황이면 어김없이 화를 낸다. 모든 감정이 그렇다. 일어날 때 일어나고 사라질때 사라지면 그만인데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어떻게든 쥐고 놓치 않으려고 한다.

원래 사람 몸 받고 태어난 것이 에너지가 응축된 것이기에 그러한 것이다. 물질무더기에 정신까지 덤으로 얹혀 졌으니 당연한 것이다. 이것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섥히고 있어야 생명이니 그것이 습성이 되어 진짜가 되어버렸다. 오직 큰 사람만이 이런 습성을 털털 털어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큰 사람이 되기도 싫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감정과 본능에 충실하려고 한다. 좋은게 좋은 거고 싫은건 싫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늘 피곤할 뿐이다.

고려말의 백운화상이 남긴 싯구가 있다.

기래끽식곤래면 飢來喫食困來眠
일종평회만경한 一種平懷萬境閑
막파시비래판아 莫把是非來辦我
부생인사불상간 浮生人事不相干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고
마음 넉넉해 만사가 한가하네.
시비를 더 이상 가져오지 말라
인간사 더 이상 관심이 없으니.

감정에 충실한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그 다음이 문제일 뿐이다. 배가 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듯이 그때 그때 감정이 일어나면 일어난대로 인정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다음에 사단이 난다. 이것을 꽉 붙잡고(把) 옳다 그르다 판단하고 나와 상대에게 강요해버린다. 나의 마음이 일어나는 것도 제어가 안되는데 남의 마음을 호불호로 제어하려고 하니 피곤해진다. 그래서 나의 마음부터 바꾸고 남의 마음을 바꾸라고 한다. 그런 것도 못하겠다면 상관하지 않으면 될 터인데,

몸을 받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술몽쇄언(述夢瑣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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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념수필(夢念隨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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