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글감 검색

저자 : 한중섭

증권사, 자산운용사, 암호화폐 스타트업, 헤지펀드, 벤처 캐피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출간한 저서로는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결혼의 종말> 등이 있다.




"21세기 전체주의의 서막"

코로나 팬데믹이 앞당긴 초감시사회로의 진입.

전자 출입 명부, 안면 인식 기술, 위치추적 앱 등.

편리한 기술인가, 효율적인 감시 체계인가?




이 책은 제8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한 원작 <디지털 빅브라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유발한 급격한 디지털 전환이 사람들의 일상, 금융 거래 등 전방위적인 감시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고, 그 선봉에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교묘하게 감시하는 디지털 기업이 있음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스콧 갤러웨이'의 책 <플랫폼 제국의 미래>와 결이 비슷하다.

초국가적인 테크 기업들인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등을 이 시대의 '디지털 빅브라더'로 정의하고, 이들 디지털 빅브라더가 정치, 사회, 경제 분야에서 저지르고 있는 만행과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감시망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전체주의가 부상하고 있음을 고발한다.




에필로그에서 요약된 핵심 내용

  • 감시는 불평등과 계급사회를 낳은 문명의 부산물이라는 점

  • 인터넷은 초창기 산업 발전을 주도한 이상주의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막강한 권력을 지닌 디지털 빅브라더를 탄생시켰다는 점

  • 전례 없는 방식으로 친절한 독재를 행하는 디지털 빅브라더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

  • 코로나19가 디지털 빅브라더의 감시를 정당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 다양한 첨단 기술 발전과 맞물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초감시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점




책 저자도 말하지만, 현재 디지털 빅브라더에 의한 감시를 막을 뚜렷한 해결책이 있는 건 아니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정확한 문제 인식에서 시작되듯이, 디지털 빅브라더의 감시가 우리 삶에 어떤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 인식을 갖자고 말한다.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둔 본문의 문장들 중 일부



코로나 팬데믹 당시, 보건당국과 서울시는 집단 감염 발생 시 해당 장소를 방문했던 사람들을 파악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에 일대 기지국에 접속한 가입자 관련 정보를 요청해서 개인정보를 파악했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노출당한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는 일은 생략되었다.

개인정보 유출 및 무단 활용에 대한 비판이 일자 정부는 방역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항변했다.

무척 불길한 신호로 느껴졌다.

코로나 방역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정부와 사회의 태도가 전체주의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체주의는 집단이 설정한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법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우리가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전방위적인 감시를 허용하는 것 역시 의도가 나쁜 일은 아니다.

다만 감시의 확산이 초래할 초감시사회의 부정성이 놀라우리만치 과소평가되고 있을 뿐이다.




고대국가는 시민의 안전과 국가안보라는 명분 하에 감시를 위한 망루와 성벽을 세웠다.

흥미로운 점은 시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를 위한 감시 도구가 실상은 내부 지배계급의 특권 유지 및 체제 안정을 위해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감시는 강자가 약자를 통제하기 위해 행사하는 권력이었다.

감시의 역사는 권력을 가진 주체가 그렇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의 신원과 상태를 파악하고 그들을 규범화된 환경에 귀속하려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기술은 감시체계를 업그레이드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며 새로운 감시 패러다임을 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어서 이를 운영하는 것인지 그 원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업들이 어떻게 우리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고 상업화하는지 인지하고 있는 사람 또한 거의 없다.




오늘날 인터넷은 만인이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 평등한 공동체가 아니라, 소수의 빅브라더가 다수를 착취하며 데이터를 생산해 내는 거대한 공장으로 변해버렸다.




디지털 빅브라더가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는 분명히 편리하다.

하지만 맞춤형 서비스는 세계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세상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다수라는 우쭐한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의 세계'에서 우리는 철저하게 고립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의 뇌 회로가 수동적으로 변하고, 단기적이고 말초적인 자극에만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는 형태로 변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바보가 된다는 뜻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때문에 우리가 깊이 있는 긴 글을 읽거나 사유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우리의 사고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감시로 추출한 사용자 데이터는 감시 자본가들의 지갑을 채워주는 이윤의 원천이다.

우리는 그들의 고객이 아니라 노동자이자 상품이요, 원재료에 불과하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최초의 킬러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마치 인터넷의 킬러앱이 이메일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블록체인에 대한 큰 오해 중 하나는 블록체인이 디지털 빅브라더를 와해할 기술이라는 기대이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 빅브라더의 기득권을 깨고 사이버 유토피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이상주의자들의 생각이다.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블록체인은 돈의 흐름을 감시하고 통제할 권력이다.




양계장 주인이 닭에게 모이를 주고 최대한 많은 달걀을 얻어내려는 것처럼, 디지털 빅브라더 역시 우리를 각종 편리한 서비스로 '길들이고' 감시하며 가급적 많은 데이터를 얻어내려 한다.

인간을 돕는 보조 수단에서 출발한 알고리즘은 점점 주인 행세를 하며 인간을 노예로 만들 것이다.

마치 돈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가장 완벽한 지배는 피지배자가 자유의지를 잃지 않았다고 착각한 상태에서 실현된다.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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