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때문에 맘고생 좀 하신 분들 계실 겁니다. 사랑니가 나오면서 아팠거나, 치과 갔더니 사랑니 썩었다고 겁주고, 사랑니가 비뚤게 났거나 묻혀 있다고 수술로 뽑아야 한다고 겁주고...
저도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사랑니를 뽑았지만.. 정작 제 걸 누군가 뽑는다고 생각하면 무척 겁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안 뽑고 묵혀 두려구요 하하.
사랑니가 났는데 뽑아야 할 지 (사실은 뽑기 싫은데) 말아야 할 지 걱정하시는 분들을 위해 사랑니는 어떤 경우에 뽑는 것이 좋은지 간단하게 알려 드릴께요.
사랑니에 충치가 있는 경우
사랑니가 엄청 썩어서 치아가 바스러질 정도가 아닌 이상, 사랑니에 충치가 있다 해서 꼭 뽑을 필요는 없습니다.
웬만한 사랑니는 충치 진행 속도가 느리기도 하고, 충치가 많이 진행되어도 별 탈 없는 경우가 많구요. 충치 있다는 이야기 들어도 그냥 정기적으로 검사 받는 걸로 충분 합니다.
사랑니가 잇몸을 뒤틀어 버리는 경우
사실 사랑니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사랑니가 주변 잇몸을 뒤틀어 버리는 경우에요. 쉽게 설명해 보죠. 꼬마들이 상의에 우비를, 하의에 방수 치마를 입고 있다고 해봅시다. 우비 치마의 허리를 단단히 졸라 매면 비가 와도 다리가 젖을 일이 없죠.
그런데 어떤 꼬마가 남의 치마 허리춤이 자기 몸을 억지로 밀어 넣는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우비 치마 허리가 헐렁해지겠죠? 아무리 허리를 졸라 매도 공간이 남습니다.
비가 오면 위의 빈 공간으로 빗물이 흘러 들어 다리가 모두 젖어 버리고 말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니가 나올 공간이 부족해요. 사랑니는 턱이 크고 날 고기를 찢어 먹고 살았던 조상들에게는 쓸모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익혀서 부드러워진 음식을 먹는 현대인들에겐 쓸모 없는 치아죠. 더 이상 큰 턱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어 우리들의 턱 크기는 줄어들고 있는데 사랑니는 아직 진화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여전히 남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사랑니는 자기 공간을 못찾아 앞의 치아자리를 넘보기 시작해요. 결국 사랑니 때문에 잇몸이 뒤틀려 잇몸이 헐렁해지고, 이 틈새로 음식물이 들어가거나 세균이 침입해서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 합니다.
이런 경우 사랑니 때문에 주변 잇몸이 계속 붓는 것도 문제지만, 어떤 경우엔 앞의 치아 뒷면에 충치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어요.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앞 치아 주변의 뼈를 손상 시키기도 하죠.
그래서 사랑니 때문에 자꾸 잇몸이 붓고 아프다면, 불편한 건 둘째 치고 사랑니 앞의 치아를 위해서라도 뽑는 것이 좋습니다.
매복 치아
가끔 매복 사랑니가 있다는 환자분들이 매복 사랑니를 꼭 뽑아야 하냐고 물어 보십니다. 앞에서 설명한, 턱이 작아 공간이 부족한 현상 때문에 사랑니가 제 자리를 못찾아 묻혀서 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 잇몸이 붓는 등 별다른 증상이 없다면 그냥 놔둬도 상관 없습니다. 꽁꽁 묻혀 있으면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거든요.
설 연휴 시작이네요. 모두들 맛난 음식 많이 드시고 가족 친척들과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