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어가는 엄마의 등, 그리고 넓어져가는 나의 등.. [글작가 콜라보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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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ata1 님 그림

1

어려서부터 다리가 약한 내게
엄마는 늘 포근한 등을 내어주었다.
목이 한참 늘어나 가슴이 보일 것 같은 후줄근한 옷가지에서는 푸근한 냄새가 났다.
나를 업어가느라 한껏 흘린 땀과
냉장고에 있는 몇 안되는 반찬을 모두 모아 끓인 찌개냄새,
그리고 어린 동생이 토해놓은 젖냄새가 섞여 한참이나 아련한 냄새를 만들어냈다.

서른살이 되고 엄마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찌개를 좋아하던 아빠도 돌아가시고 없는데
젖을 먹던 어린 동생은 다 자라 군대에 갔는데
엄마에게서는 여전히 그 냄새가 났다.
돌아누운 엄마의 등은 여전히 넓었고 그때보다 조금 굽었다.

서른살의 젊은 엄마는 나를 업고 먼 길을 걸어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2

울음을 보이고 싶지 않은 날
너를 업고 타박타박 걸어가다보면 모든 게 괜찮아진다.
등에서 느껴지는 너의 온기가,
팔딱팔딱 뛰는 작은 심장이,
내게도 그리 따뜻한 날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한다.

나의 엄마도 나를 업고 걸어가며
눈물을 흘렸을까.
내 좁은 어깨에 머리를 파묻으며 너는 여기도 넓다고 느낄까.
내 등이 조금씩 굽을 때마다 너는 조금씩 자라날까.

그리고 나도 엄마 냄새를 조금은 닮아왔을까.


그림보고 에세이쓰기


@zzoya 님의 이벤트 : @zzoya/kr-art-and
(그림작가 & 글작가 콜라보 이벤트)

참여의 일환으로 @tata1 님의 그림에 영감을 받아 글을 써보았습니다.

저는 유난히 엄마에게 잘 업혀다니던 아이였는데요.
제가 커서 아이를 낳고
아이를 업고 가다보면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그리고 그때의 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고요^^

1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인 제가
2는 엄마가 된 제가

화자가 되어 쓴 글입니다.

엄마와 아이라는 건, 정말 소중한 인연임에 틀림없지요.
오늘도 엄마에게 감사하고
아이에게 감사한 하루를 보내네요.
모든 엄마, 그리고 모든 아이는 소중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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