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살인을 막아라. 누군가는 죽는다. 단서는 그것 뿐이다. - <살인 예언자 1: 오드 토머스 첫 번째 이야기>

I'll post English version of this Bookreview tomorrow.


오늘 소개할 책은 딘 쿤츠(Dean Koontz)의 소설 <살인 예언자 1: 오드 토머스 첫 번째 이야기>이다. 이 책의 영어 원서 제목은 "Odd Thomas"인데, 나는 영어로 소설을 읽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 이 책 제목이 "이상한 토마스"인줄 알았다. odd가 '이상한, 특이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주인공 이름이 Odd(오드)였다. 흔치 않은 이름이지만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주인공에게 이보다 더 딱 맞는 이름은 없을 테니까.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스무 살 청년 오드 토머스(Odd Thomas)는 이름만큼이나 남들과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죽은 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오드는 그들을 볼 수만 있을 뿐 대화는 할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을 돕기 위해서는 혼자 추측하고, 추리해야 한다. 때로는 영혼들의 의도가 아주 명확하지만 때로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책 속에는 ‘바다흐(bodach)'라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한다. 그림자처럼 검고, 죽은 영혼처럼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으며, 신기루처럼 실체가 없지만 ‘바다흐’는 그림자도, 영혼도, 신기루도 아니다. 그저 앞으로 엄청난 대재앙이나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질 거라는 걸 알려주는 전조일 뿐이다.

사악한 존재들인 ‘바다흐’는 일반적인 인간의 죽음이나 평범한(?) 사고사일 경우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수십 명이 죽는 대형사고나 끔찍하고 흉악한 살인, 엄청난 재난이 일어나는 곳에는 마치 나방이 불에 모여들 듯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귀신같이 알고(귀신은 아니지만...) 모여든다. 해를 끼치기 위해 오는 게 아니라 신나는(!) 구경을 하러 모여드는 것이다. 그들은 대학살과 피와 공포를 즐기니까.

그런데 평온하던 주인공의 마을에 어느 날 이 ‘바다흐’가 나타난다. 처음엔 한 마리, 두 마리. 그러더니 곧 수십, 수백 마리로 늘어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에 수백 마리의 '바다흐'가 이 마을로 몰려드는 걸까? 그가 댈 수 있는 증거라곤 자기 눈에만 보이는 ‘바다흐’뿐이라서 경찰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주인공 오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그리고 무엇인지도 모르는 대참사를 막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게 된다.

내용은 마치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듯이 재미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에도 올랐었고, <오드 토머스>라는 이름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니, 사람들이 꽤 좋아할만한 이야기라는 건 어느정도 보장할 수 있다. (제목에 첫번째 이야기라고 써있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시리즈물이다. 현재 단편을 제외하고 총 7권이 나와 있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오드 토머스>의 포스터)


헌데 이 책의 장점은 비단 재미있는 이야기뿐만은 아니다. 내게 있어서 특히 매력적인 부분을 대라면 단연 주인공 오드를 꼽을 수 있다. 대게 이런 류의 책이나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어딘지 껄렁할 것 같고, 싸움도 잘할 것 같고, 능청맞지만 한편으로는 기지도 번득이는 사람일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오드는 그것과는 정반대의 인물인데, 한 마디로 무공해 순수청년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가지고 있다. 죽은 영혼을 볼 수 있고, '바다흐'를 볼 수 있기에 그는 인간이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는가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인간에 대한 믿음을 놓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죽은 영혼들을 돕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게 버겁기도 하지만, 그 무게에 눌리지도 않는다. 책을 읽으면 아마도 그의 순수한 모습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한국판 <살인 예언자> 책 표지)


책을 읽으면서 유독 나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던 장면이 있다. '바다흐'의 수가 점점 많아지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거라 예상한 주인공 오드는 여자친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린다. 아이스크림 가게 직원인 여자친구는 4년 안에 자기만의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다. 여자친구가 일하는 가게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큰 쇼핑몰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된 오드는 하루만이라도 일을 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그 충고를 거절한다.

“그 사람이 티라노사우루스 공룡보다 더 무시무시하다고 해도 상관없어. 나도 내 인생을 살아야지. 그리고 4년 안에 내 아이스크림 가게를 내려면 시간 낭비하면 안 돼.”

“정신 차려. 하루쯤 쉰다고 네 꿈을 못 이루는 건 아니잖아.”

“꿈을 향해 노력하는 하루하루가 바로 그 ‘꿈’이야. 최종 결과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구.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거지.” (p. 326)



우리는 모두 꿈을 최종 결과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만일 자신의 꿈이 가수고, 의사고, 과학자라면, 본인이 가수, 의사, 과학자가 되어야만 꿈을 이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하면 좌절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매순간마다 "과연 내가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러다 실패하면 어쩌지? 이러다 꿈을 이루지 못하면 내 인생은 완전 허비해버린 건가?"하며 자신을 들볶고 괴롭힌다.

그런데 오드의 여자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꿈을 향해 노력하는 그 하루하루가 바로 "꿈"이라고.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거라고.

내게도 꿈이 있다. 한글과 영어로 멋진 글을 쓰는 것. 한글과 영어로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 내 꿈이다. 헌데 이 책을 읽고 깨달은 것이 있다. '작가'가 되는 것도 "꿈"이지만, 그 꿈을 위해 열심히, 신명나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꿈"이라는 것을. 나는 결국 매일 "꿈"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Disclaimer) 본문에 실린 책의 인용부분은 제가 직접 번역한 것으로, 한국에 출간된 번역본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책을 영어원서로 읽고 있기 때문에 한국 출간본에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책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책 이미지 소스:

http://image.kyobobook.co.kr/images/book/xlarge/975/x9788992555975.jpg


영화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영화 이미지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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