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오래전에 그것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상경했었고 결국 떨려 나서 고향으로 돌아갔던 내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 나왔다가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나, 그리고 단 한 번도 그런 환상을 품은 일이 없는데도 도쿄까지 따라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한 채 도쿄 타워 중턱에 영면(永眠)한 내 어머니의 조그만 이야기다. _본문 시작에서
_릴리 프랭키,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일본의 다재다능한 작가 릴리 프랭키의 자전적 소설이다. 릴리 프랭키는 작가로도 유명하지만 삽화가이자 배우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본명은 나타가와 마사야(中川 雅也). 2005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책이다.
내가 이 책을 보게 된 건 단 한 줄의 소개 때문이었다.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전철 안에서 읽는 건 위험하다.’
이 한 문장에 홀려 책을 읽었고 지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됐다.
책은 작가인 마사야와 부단히 열심히 살았던 그의 엄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으로서 무책임했던 아버지는 제목처럼 때때로 등장한다.
마사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미술공부를 위해 도쿄로 상경한다. 그러나 처음 포부와 달리 자유라는 명목의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사야는 엄마의 암 투병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열심히 살기 시작한다.
삽화가로서 어느 정도의 자리를 잡았을 시기 그는 엄마와 함께 도쿄에서 살기를 결심한다. 작은 것 하나에도 웃을 줄 아는 그녀였기에 살림이 여유치 않아도 행복했다. 하지만 암이 재발하게 되면서 힘든 투병생활이 시작된다.
그런 그녀에게는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쓸쓸하게 우뚝 솟아 있는 도쿄 타워에 가보는 것. 마사야는 함께 도쿄 타워에 갈 것을 엄마에게 약속한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쓰여 있다. 흔한 신파적 요소도 없다. 큰 감정표현도 없이 일기 같은 느낌으로 천천히 풀어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껏 읽은 어떤 책 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 내게 어느 부분이 가장 슬프고, 어떤 대목에서 눈물이 났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못할 거 같다. 이야기 시작부터 차곡차곡 쌓인 작은 감정들이 후반이 돼서 일시에 터져버린 느낌이었다. 애써 참으려 해도 자꾸 눈물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가와 비슷한 가정환경을 갖고 있어 더 공감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무책임한 아버지와 그를 대신해 가계를 책임졌던 엄마가 있다. 엄마는 아버지의 무책임 속에서 성실함과 자기희생으로 날 키워냈다. 친인척은 삐뚤어짐 없이 자란 나를 칭찬했지만 그건 순전히 엄마의 공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회사에서 책을 읽으면 눈물을 감추기 위해 몇 번이고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가야 했다. 그러고 나서도 다시 책을 읽으면 또 눈물이 났다.
책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로 오다기리 죠가 마사야 역을 맡았다.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다. 나중을 위해 아껴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도 내 걱정만 하는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며, 세상 모든 아들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멋진 이벤트를 마련해 주신 @oldstone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