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끄끄|| #2. 두부

두부.jpg


트럭 아저씨는 나를 쭉 할머니라 불렀는데 어느날 새삼스럽게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작가라는 걸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피하고 싶은 못난 버릇이 있는데 그에게 직업이 탄로난 건 싫지가 않았다. 순박한 표정에 곧이곧대로 나타난 존경과 애정을 뉘라서 거부할 수 있겠는가.

내 책을 읽은 게 아니라 TV에 나온 걸 보았다고 했다. 책을 읽을 새가 있느냐고 했더니, 웬걸요, 신문 읽을 새도 없다고 하면서 수줍은 듯 미안한 듯, 어려서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읽고 외로움을 달래고 살아가면서 많은 힘을 얻은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그의 글쓰는 사람에 대한 존경은 <저 하늘에도 슬픔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그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아주 오래 전에 영화화된 것을 비디오로 본 적이 있어서 그럭저럭 맞장구를 칠 수가 있었다.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선생님도 <저 하늘에도 슬픔이> 같은 걸작을 쓰시길 바란다는 당부 겸 덕담까지 했다. 어렸을 적에 읽은 그 한권의 책으로 험하고 고단한 일로 일관해온 중년사내의 얼굴이 그렇게 부드럽고 늠름하게 빛날 수 있는 거라면 그 책은 걸작임에 틀림이 없으리라. 그의 덕담을 고맙게 간직하기로 했다. _트럭 아저씨 중

_박완서, 두부


어려서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기 어려웠다. 글이 어렵다기 보다는 미세하게 표현하는 묘사를 내가 못 쫓아가는 느낌이었다. 세상을 조금 돌아보고 다시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따라 하려해도 할 수 없는 그리움에 대한 애달품 같은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끝배너4.jpg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