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책추천해드립니다] 5탄 "이제 당신 차례요, 미스터 브라운"

안소니 기든스(영국 사람이니 이렇게 불러주자. 앤서니라고 더 많이 쓴다)는 유명한 사회학자로 그가 쓴 ⟪사회학 개론⟫은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을 보통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잘 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나는 그가 쓴 책을 읽으며 - 대학수업 때문에 어쩌다 걸린 책이지만 - 사회학이란 분야에 매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그의 작품임을 알아서가 아니라, 고 노무현 대통령이 어느날 강의 도중에 몇 가지 책을 소개할 때 포함된 책이었다. - 물론 내가 그 강의를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 이후 유튵브를 통해 시청한 강의였다 - 그가 두 세 권의 책을 소개하며 말미에 붙인 말은 “이 책 들 정도를 보면, 아마 사회나 정치를 보는 눈이 좀 달라질 것이다”란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그가 대통령이었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 노무현이란 그의 언어구사나 내용을 통해 그의 뛰어난 논리와 식견을 느끼고 있었기에 믿고 무조건 선택한 책이었다. 그런데, 고르고 보니, 그 저자가 또 안소니 기든스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응?)

사실 그는 ⟪제3의 길⟫로 더 알려져 있는데 (가끔 이 책을 앨빈 토플러가 썼다고 생각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제3의 물결이란 유사한 제목의 책 때문이다.) 아무튼 작가야 뭐 검증이 끝난(?) 사람이니 그 쯤 하고, 이 책 제목의 브라운은 그 유명한 토니 블레어에 이어서 2007-2010년에 걸쳐 영국 총리를 지낸 제임스 고든 브라운(James Gordon Brown)을 가리킨다. 1997년에 토니블레어가 보수정당으로부터 노동당으로 18년만에 정권을 교체해 내고 그 뒤를 이은 브라운은 총리로 2007년에서 2010년까지 노동당을 이끈다. 하지만 다시 보수당에 의해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에 지면서 총리를 사임했다.

그러니까 제목 그대로 저자인 기든스가 브라운의 시작을 축하하는 동시에 과거 노동당 10년의 역사를 평가하고, 노동당이 어떻게 정치를 이끌어야 할 지 조언을 준 책이다. 그래서 책의 출판도 브라운이 취임하던 2007년에 이루어졌고, 그 부제도 “영국 노동당이 나아가야 할 길 How Labour can Win Again” - 아 물론 직역하면 어떻게 노동당이 다시 승리할 수 있는가지만 역자의 번역이 훨씬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2탄에서. 번역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 이다.


안소니 기든스, ⟪이제 당신 차례요, 미스터 브라운⟫, 김연각 옮김, 인간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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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는 영국정치라는 개별성 혹은 특수성을 띤 이 책이 우리나라 실정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번영’과 ‘사회정의’에 대해서는 모두가 보편성을 가지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게 ‘빈부격차 해소처방, 고용안정, 노동시장 유연성, 공공서비스 민영화의 장단점, 시장과 자본주의에 대한 태도, 규제의 필요성, 심의민주주의 등에 관한 자세한 정책들에 대한 사실들을 나열한다. 그리고 역자의 한마디, “…등에 관한 저자의 분석과 주장은 지금 당장 이 땅에서 실험해 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란 말로 이 모든 디테일의 새로운 방식들을 정의하고 있다.

비록 3년만에 다시 정권을 교체당하고 총리를 사임하게 되었지만, 기든스와 같은 위대한 학자가 브라운이란 한 사람을 위해 쓰여진 이 책을 얼마나 자세히 탐독해봤는지는 아마 본인만 알겠지만, 덕분에 우리는 영국이란 한 국가의 고심 가득한 정책들을 알 수 있게 되고, 또 한 사람을 위해 쓰여진 - 물론 영국 정치의 미래를 위한 것이지만 - 책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책을 소개하는 나는 비록 정치에 관해서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어서 (그 땐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다) 이명박-박근혜란 두 사람에게 투표하는 큰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그가 살아있을 때는 그렇게 큰 사람인줄 상상도 안해봤지만, 그를 보내고 나서야 술마시고 나면 보고싶어지는 노무현이란 천하의 바보가 유튜브를 통해 내게 소개해 주어서 알게 된 그런 책이다. 사회와 정책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수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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