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책추천해드립니다] 7탄 "공부기술"

자기계발서류의 책은 사실 거의 잘 읽지 않는다. 물론 이미 그 종류의 베스트셀러들을 몇 개 챙겨보고 난 이후부터이다. 그야말로 너무 '기술적'이고, 또 심하게 '주관적'이기 때문이며 '천편일률적'이고 사람을 '열심히 살지 않고 게으다는 것'에서 대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다는 공통점이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 내용들을 따라가다보면, 뭔가 되는 것 같지만, 대부분 결론은 '아 나는 게으르구나' 정도의 생각을 확신시켜주는 것 그걸로 끝이다. 그건 자신을 더 못난 찌질이, 루저로 만들뿐이었다. 그 이유들 때문에 나는 자기계발서를 거의 보지 않는다.

물론 대부분의 일은 열심히 시간을 들이고 집중하면 이루어진다.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런데, 사람은 본능적으로 재미있거나, 이득이 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네가 절실해봐, 더 열심히 해봐. 노력이 부족한거야"라는 훈계가 과연 더 필요할까? 없는 재미를 만들라니! 그런 억지가 어디있단 말인가. 물론 스파르타식 지옥 언어 훈련들에 참가해서 견디고 나면 분명 성취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부딪힐 사람에게 굳이 필요한 책은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순전히 내 친구 때문이다. 어떻게 하다보니 더이상 기억이 나지 않는 과거부터 가장 가까운 친구이니 이제 40년지기인 셈이다. 그 친구는 운명(?)이 왜 그랬는지 매우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내고 살았다. 친척을 포함하여 혈육이라곤 아예 없고, 자신의 출신정보와 진짜 이름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학교라는 곳을 전혀 다니지 못했다.

머리가 아주 나쁘지는 않은지, 운명(?)의 또다른 얼굴을 만났는지 이래저래 나를 비롯해서 주변의 도움을 이리저리 받아서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냅다 끝내버렸다. 사실 거기까지 참 대단하다 싶더니 수능을 보고 대학까지 가게 되었다. 프리패스, 패스트 트랙이란게 과연 이런걸까.

그런데 문제는 그 때 부터였다. 사춘기 때도 하지 않던 방황을 대학에서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서 3년 내내 엄청난 갈등을 겪는 것이었다. 검정고시를 통해 남들이 12년간 하는 공부를 혼자서 4년만에 시험을 쳐서 끝냈으니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옆에서 보기엔 너무 안쓰러워 보였지만, 뭔가 도와줄 수 있는게 없었다. 방황의 이유가 학업때문이라니… 그 친구만큼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있었을까. 심지어 잠을 많이 자서 학업이 안되는 거라며 3일을 잠도 안자고 책만 파기도 했다. 누구나 예상하듯, 물론 그게 될 리가 없었다. 그 답답함을 보고 있는 내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러더니 어느날 그의 얼굴이 달라졌다. 책들고 졸기만 하고, 늘 울고, 하소연하고, 화를 내기만 하던 그가 열람실에 쳐박혀서 글을 쓰는데, 복수전공을 2개 선택해서 학부전공 논문 3개를 1년만에 써 내더니, 급기야 3,4학년 동료와 후배들을 데려다 앉혀놓고는 전공분야의 스터디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응(?) 이거 뭐지… 그 친구가 내게 빨간 책 한권을 내밀었다. 내가 보기엔 내용은 정말 별게 없었다. 사실상 내가 접하는 많은 자기계발서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가면서 쓰기 시작한 자신의 공부방법과 실패담들이 들어있는 공부에 관한 자기계발 기술에 관한 책이었다. 다만 '공부를 잘한다' '열심히 한다'는 개념과 방향이 대개 잘못되어 있다는 이야기, 알고 있는 정보들을 상호 연결짓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점들, 그리고 저자 자신은 정작 너무 산만해서 한자리에 오래 앉아서 공부를 잘 못하는 사람이란 이야기들의 고백들 그 뿐이었다.


조승연, ⟪공부기술⟫, 중앙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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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저자의 진솔한 고백과 자신이 터득한 공부방법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가 내 친구에게는 답답했던 공부의 방법을 알려주는 열쇠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그로부터 13년 뒤인 2017년 지금 나와 함께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 지금도 가끔 그 책의 저자가 자신의 영원한 멘토라고 말한다. 사실 책의 내용은 성인들에게 권장할 만한 수준의 것은 아니다. 그 책을 쓴 저자는 이후에도 자신의 이론을 ⟪생각기술⟫, ⟪영어정복기술⟫과 같은 책을 통해 발표하더니 이젠 방송에도 나온다. 방송에서 가벼워보이고 아는체 많이 한다고 안티도 많은 조승연이란 바로 그 사람이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것은 내 친구가 이룬 학문적 성취가 뭔가 특별해 보여서라기보다는 그 책이 그가 자기 분야를 재미있고 행복하게 그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디딤돌 역할을 이 책이 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 리뷰는 순전히 친구의 이야기와 들은 그의 생각을 유추해서 쓴 리뷰이다. 나는 그 책에서 그렇게 큰 길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특히 성인들에게 특별히 추천할 마음은 없다. 물론 공부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인데 선천적으로 게으르거나, 부족하단 생각으로 자괴감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내친구와 같이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추천해드리는 도서관장, 수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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