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심리학&kr-contest] #52. 어릴 때 이런 놀이 한 번쯤 해보지 않으셨나요? - "이건 상자가 아니야"

1일1심리학.JPG

안녕하세요! 발달러 가나입니다:)
오늘 1일1심리학 이야기는 그림책과 함께합니다>. <
그리고 @oldstone님이 주최하시는 독서경연대회 참가도 함께합니다>. <
(이것이 일석이조! 일타쌍피! 일거양득!)

제가 본 그림책은 앙트아네트 포티스가 쓰고 그린 이건 상자가 아니야 입니다:)
앙트아네트 포티스는 미술을 전공하고 디즈니 사에서 일한 경력도 있는 작가네요.
한국엔 번역된 책이 5권 정도가 있는데, 오늘 책과 시리즈인 것 같은 '이건 막대가 아니야'라는 책도 있군요.
오늘 함께 볼 그림책 이건 상자가 아니야 는 닥터 수스 상 수상작이라고 합니다.

책 표지부터 상자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데, 강렬한 빨강색으로, 그리고 볼드체로 "상자가 아니다"라고 쓰여 있네요.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La trahison des images)'이 생각납니다.
담배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작품이지요.
마그리트는 그 작품을 통해 실제 대상과 재현, 개념과 언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보여주었지만
이 책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요?
이런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책을 열어봅니다.

책은 '상자를 가지고 놀기 좋아하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라는 문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토끼가 상자를 어떻게 가지고 놀이하는지를 보여주지요.

"아기 토끼야, 상자에는 왜 올라갔어?"
"이건 상자가 아니래도. 야호!"

토끼에게 질문을 던지는 화자는 '너는 상자를 가지고 뭘 하고 있니?'라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에 대해 토끼는 '이건 상자가 아니야!'라고 계속해서 말해요.
토끼에게 네모난 저 상자는 자동차이자 불 타고 있는 집이기도 하고,
높은 산이 되었다가, 로켓이나 배가 되어 모험을 떠나게 해 주기도 합니다.
토끼의 상상 놀이 속에서는 상자가 상자가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가 되는 거죠.


어린 아이들이 놀이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할 때가 많습니다.
이 그림책의 아기토끼처럼, 상자 하나를 들고 하루 종일 놀기도 하지요.
상자 안에 들어가서 버스 타는 놀이도 했다가,
상자를 타고 거친 바다를 항해하기도 하고,
아늑한 집이 되어 인형 친구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합니다.

이 책을 보며 예전에 제가 샀던 책이 생각났어요.
장 줄리엔의 This is not a book이라는 도발적인(?) 이름의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자신이 '책이 아님'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을 열면, 스토리가 있는 글과 그림 대신, 이렇게 다양한 '열고 닫히는', '접히는' 이미지들이 나타납니다.
노트북도 되고, 악보와 피아노도 되고, 연극이 벌어지고 있는 극장이 되었다가, 공구함이 되었다가...
진짜로 '책이 아닌 책'입니다:)

어렸을 때 저도 이러고 많이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책을 펼쳐놓고 피아노를 친다던가, 책으로 텐트를 만들어서 작은 인형들이랑 캠핑놀이를 하곤 했었어요.
아기토끼처럼 상자를 가지고도 잘 놀았지요ㅎㅎㅎ
어렸을 때, 집에 뭔가 큰 가전제품을 사서 제가 들어갈 정도로 큰 상자가 생겼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어떻게 잘라서 문도 만들고, 창문도 만들어서 "내 집이야!" 하고
그 안에서 소꿉놀이도 하고 상상 친구를 초대해서 파티도 벌이고 했었죠ㅎㅎㅎ
참 아련하고 귀여운 추억이네요.

이렇게, 어떤 사물을 다른 사물로, 또는 없는 것을 있는 척해서 상징화하여 놀이하는 것을 상징놀이(symbolic play)라고 합니다.

1일1심리학 타이틀을 걸었으니, 상징놀이의 발달을 잠시 보자면..
영아들은 단순히 사물을 탐색하는 놀이에서 시작해서,
12개월 쯔음엔 실제 사물을 사용해서 그 사물이 쓰이는 방식대로 놀이합니다.
진짜 숟가락을 들고 먹는 놀이를 하는 거죠.
또, 자신을 중심으로 이런 놀이가 진행됩니다. 숟가락을 들고 자기가 먹는 놀이, 칫솔을 들고 자기가 양치하는 놀이를 하는 식이지요.

18개월 정도면 꼭 숟가락이 아니더라도, 다른 물건을 가지고 먹는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기를 중심으로 행해지던 놀이가 인형으로 향할 수 있지요.
손수건을 가지고 인형을 덮어주며 낸내콜콜 잠자는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만 2세 쯤(24개월)이 되면 표상 능력이 발달하며 사물이나 상황 등을 머리 속에서 그릴 수 있고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상징놀이가 더 활짝 꽃이 피게 되어요.
전혀 똑같이 생기지 않은 사물(볼펜)을 가지고 어떤 사물(숟가락)이라고 상상하며 놀이할 수 있다는 거죠!
또, 수동적이었던 대상들이 상상적 행동을 주도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아이들이 숟가락으로 직접 떠 줘서 먹임 당했던 인형들이 이제는 아이의 상상 속에서 스스로 먹고 마실 수 있어요.
아이가 직접 행동으로 나타내지 않아도요.
(직접 먹여주는시늉을 하지 않아도 상상 속에서 이룰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들의 놀이도 이렇게 발달 순서가 있다는 게, 당연하기도 하면서도 참 신기하지요.
장난감에 대략적으로 나이가 쓰여있긴 하지만, 내 자녀나 조카의 장난감을 고르실 때도 이런 놀이의 발달 순서를 먼저 아신다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특히 학령전기의 어린 아이들은) 놀면서 크기 때문에! 적절한 장난감은 아이들의 발달을 좀 더 촉진할 수 있습니다:)
특히, 놀이 발달 단계를 고려해봐야 하는 경우가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입니다.
나이는 만 2세를 훌쩍 넘었지만 놀이 발달 수준은 단순한 탐색이나 감각놀이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들을 치료할 때, 그래서 놀이 기술을 교육하기도 합니다.

또, 놀이치료에서도 상상놀이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놀이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놀이치료실에 와서 방에 가득 차 있는 장난감을 보며 뭐 하고 놀아야할지 모르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정말 자연스러운 것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인데 말이죠.

낮에는 비가 무섭게 오더니 이젠 좀 잠잠하네요.
따뜻하고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도, 내일도 우리 함께 건강하게 발달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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