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반 아무말 대잔치] 여행이 두렵고 귀찮은 당신, 책 속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떠신지...

안녕하세요 빔바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반 아무말 대잔치로 돌아왔어요.

요즘 이상하게 술 한잔 하면 정신이 더 맑아져서 잠이 들질 않네요...

정신이 맑아진 김에 새벽반 글 한 번 써보려합니다.

새벽반 아무말 대잔치 글은 아침에 보면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읽지 못하는 새벽 시간대에 가독성 나쁜 편집으로 작성될 예정입니다.

아무말이 잔뜩 쏟아질테니 시간을 아끼실 분들은 살포시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길... ^.ㅠ

오늘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합니다.

저는 사실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가자고 하거나 가족들이 가면 억지로 따라가고, 숙소에서 속편하게 누워있기를 즐기는 편입니다.

최근의 일본 여행은 참 즐거웠지만 그 전까지는 딱히 즐거웠던 여행이 많진 않았던 것 같네요.

평소에 휴식을 즐길 때에도 어딘가 멀리 놀러가기 보단 집 근처 단골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저도 사실은 자극 추구형 인간입니다.

TCI(성격 및 기질 검사)라는 검사가 있는데, 저는 그 검사를 하면 자극추구 성향과 위험회피 성향이 90점 정도가 나와요.

여기서 자극 추구 성향은 새로운 자극이 있을 때 그것을 탐색하려는 욕구를 가지는 성향이고, 위험회피 성향은 새로운 자극이 있을 때 그것을 두려워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70점이 넘으면 꽤 높은 점수라고 할 수있죠.

설명을 들으시니 제 검사결과가 잘 이해가 안가시죠?

사실 두 성향은 상호 배타적, 그러니까 한 점수가 높다고 다른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요 ^^:

저 같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도 그것을 동시에 두려워하기 때문에 내적인 갈등을 많이 느낍니다.

항상 무언가 도전을 할 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죠.

그래서 제가 선망하는 국가인 독일 교환학생에 도전해볼까 고민을 했을 떄도 결국 가지 않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지금은 엄청나게 후회돼요 ㅠ 언제 제가 독일에서 몇달 씩 살아볼 기회가 있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속만 엄청 썩고 선택을 안하는 경우가 참으로 비일비재합니다.

이렇게 피곤한 성격을 가진 제가 선택한 여행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책을 읽는 것이죠 :)

그렇다고 여행에세이나 여행지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것은 아니고, 여러 책들에 나온 지역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것을 즐깁니다.

제가 사랑하는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책을 예로 들어보면, "장미의 이름"이라는 책을 통해 중세말 이탈리아 수도원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었고, "전날의 섬"이라는 책을 통해 근대의 유럽 여러 국가의 살롱문화와 대항해시대의 향취를 느낄 수 있었죠. "프라하의 묘지"라는 책에서는 체코의 여러 곳의 풍경과 근대 체코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헤르만헤세의 책들도 좋아해요.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에서 근대 독일의 시골 마을의 생활상과 김나지움에서의 학생들의 금욕적인 생활 속에서 싹트는 우정과 유희들도 지켜볼 수 있었죠.

현대의 작가들 중에서는 일본의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도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분의 작품들은 스토리는 개연성이 별로 없지만 그 글솜씨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는 작가라고 생각해요. 미국의 하드보일드 작가들의 문체에 일본의 감성을 덧씌운,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위스키인 "하이볼" 같은 맛이랄까요... 그의 작품에서 하이볼이 자주 등장해 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

하루키의 작품은 최근 것들은 대부분 다 봤는데요, 요즘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네요. 제가 허세스러운 것을 좋아해서, 처음엔 제목을 보고 꽂혔습니다만, 내용 자체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자신이 색채가 없다고 생각했던 다자키 쓰쿠루가 사실은 모든 색을 포괄하고 있었다 정도로 내용을 요약해볼 수 있겠네요. 마치 검은색이 모든 빛의 파장을 빨아들여 검게보이는 것처럼요. 더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일 테니 이정도까지만 하겠습니다 ^^;;

하루키의 작품을 읽다보면 일본의 모습이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져요. 여러 작품들을 통해 일본 전역이 상세히 묘사되는데, 마치 제가 일본에 직접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음식과 술에 대한 묘사는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네요. 최신작인 "기사단장 죽이기"가 이제 한국어 번역본이 나와 예판을 하고 있던데 빨리 신청해봐야겠네요 ^^;

그리고 전 요즘은 잘 못 읽지만 판타지 소설도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드래곤 라자"라는 이영도 작가의 소설이네요. 아마 조금 나이대가 어리신 분들은 잘 모르는 책일 겁니다. 판타지 소설 최초로 국어교과서에도 실렸을 만큼 굉장한 작품이죠. 가상의 세계이긴 하지만, 이 소설 속의 세계는 저에겐 현실과도 같았습니다. 그만큼 아름다운 영웅들의 노래들이 흘러나왔고, 끔찍한 사람들도 자애로운 사람들도 살아가는 곳이었죠. 이런 대사가 생각나네요. "엘프가 지나간 곳에는 숲이 생기고, 인간이 지나간 곳에는 길이 생긴다." 엘프는 현존하지 않는 종족이지만 인간이 지나간 곳마다 자연이 파괴되어간다는 것을 이런식으로 잘 표현했더라구요.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

더 많은 책들이 생각나지만 밤이 깊어가니 이정도만 이야기해봐야겠네요.

요즘 논문을 쓰고 공부하느라 제대로 책을 읽지 못하고 있는데, 조만간 어떤 책이라도 좀 읽고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ㅠ

여유롭게 책 읽던 시절이 그립네요... 학생 때는 왜 이런 기쁨을 몰랐을까요ㅠ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겠지만 바쁜 김에 책 못읽는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겠죠 ㅎㅎ

아무튼 긴 글은 슬슬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처럼 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으나 현실적인 두려움을 갖고 계신 분들은 책 속의 세계로 시원하게 여행 한 번 다녀오시는 것은 어떨까요? 보통 15000원 정도면 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싼 가격입니까 :)

여러분 만의 피서지를 조만간 정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빔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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