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의 일상기록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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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무척 탐내는 대문 감사합니다 @kiwifi

여름이 되어 거의 배달 음식을 먹지만 그나마 1일 1식은 거의 지키고 있다. 하지만 배달 앱을 통해서 꼭 메모를 길게 남기게 되는데, 특정 재료나 서비스성 음식을 빼달라고 할 일이 많아서이다. 내가 주문하는 곳들은 한정되어 있다. 음식 자체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기준에 맞는 집에서만 배달을 시키니까.

아래의 것들을 항상 빼달라고 한다. 더 있을지도.

옥수수
김치
빙수용 떡
냉동만두
소시지, 햄
김치참치볶음
감자튀김
시리얼
건포도
유부
치킨무
단무지

즉 뭔가를 더 달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빼달라고 하는 요구만 하는데, 이런 요구도 혹시 귀찮아할 경우가 있을지 가끔 궁금해진다. 음...귀찮아서라기보다, 뭔가 요리 종류에 따라서는 자신이 만든 조합에 자부심이 있는데 자꾸 뭘 빼달라고 하면 싫을 수도?

그나마 사서 먹는 것은 이렇게 주문할 수 있지만, 서비스 식으로 나오는 것 또는 누가 주는 것은 좀 난감하다. 예전에 어떤 쉐프라는 사람이 자꾸 뭔가를 갖다주는 일이 있었다. 집이 아니라 남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에서 일할 당시의 일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했는데 티라미슈, 마카롱을 갖다 줬다. 사먹을 수 있는건가 해서 알아보니 거기서 팔지는 않는다고 했다.

만약 그런 무난한(?) 재료로 된 게 아니라 내가 빼달라고 하는 재료로 가득한 뭔가를 갖다줬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궁금하다. 그냥 예의상 너무 좋아하는 요리라고 했겠지만...티가 났을지도 모른다.

나는 작정하면 감정을 안 드러낼 수 있지만, 굳이 감출 필요가 없을 때에는 그냥 드러낸다. 한 친구에 따르면 나는 배고프면 미간이 찌푸려져 있다고 한다. 꼭 애기들이 찌푸리는 것과 같다고 엄청 웃어대면서 알려준 얘기다. 사실 자각은 못하고 있었는데...

아, 사실 디저트류도 꼭 무난하진 않다. 작년 초부터 쇼트닝, 팜유, 식물성 유지 들어간 것은 절대 안 먹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무슨 식물성 유지인지 확인이 가능할 때는 보고 먹기도 한다.) 시판되는 것들 즉 편의점 상품 등 포장되어 대량생산한 것들은 대부분 그런 기름을 쓴 것들이다. 손으로 빵을 만들어 굽는 빵집 중에도 쇼트닝 쓰는 곳들은 많다. 사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쉐프가 준 디저트도 거의 남들에게 줬었다. 확인이 안 되니까.

뭔가 연관되는 듯한 이야기로 나는 결벽증도 좀 있어서, 누가 자연스러움을 가장해서 손을 대면 반사적으로 표정이 안 좋아진다. 아마 굳이 필요 없는 악수라던가 손 크기를 비교한다던가 하는 것들을 포함한 개수작이 한 번도 통하지 않았던 이유일 것이다.

손 세정제로 손을 자주 씻기 때문에 겨울에는 좀 각별히 뭔가를 많이 바르고 자야 된다. 고양이들 때문에도 더 자주 손을 씻는데, 어떨 때는 몇 번은 좀 불필요하게 씻는다는 생각은 든다. 가령 집안에서 스위치를 누르거나 문고리를 잡고 나서도 씻는다. 약간은 의식적으로 줄여보려고 하고 있다. 겨울이 되면 너무 손이 트니까.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면 엄청 깐깐하고 까다롭고 깨끗한 사람 같지만, 별로 그렇진 못하다.

어제 오늘은 손보다 발이 더 깨끗하다. 어제 글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바다와 욕조 물에서 살아서, 발이 많이 상했다. 물집이 생길 때 무시하고 계속 물에 들어가 있어서이다. 일단 어제를 치료 첫 날로 정하고, 바셀린을 잔뜩 바른 후에 다른 곳에 묻히지 않도록 두 개의 비닐 팩에 발을 하나씩 넣어서 잤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많이 나아 있다. 나는 원래도 상처 같은 것이 잘 아무는 편이다. 아픈 와중에도 아무는 느낌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제 저녁에는 진짜 그런 느낌이 빨리 들지 않아서 약간 불안해졌었다. 바셀린+하룻밤으로 그런 불안감은 사라졌다.

요즘 드는 생각인데, 이성 관계에서는 정말 자신의 성격적 결함에 딱 상응하는 또는 쥐약(?)인 사람들이 잘 꼬이게 마련인 것 같다. 요즘 드는 생각이라곤 했지만 사실 오래 전부터 하던 생각인데, 그게 나한테도 적용한다는 생각은 최근에 하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주변 사람들, 친구들을 보면 느꼈다. 예를 들어서 꼭 남을 잘 이용하고 잘 속이는 사람들은 특별히 순진하고 너그럽게 용서를 잘해주는 사람들을 귀신 같이 알아본다. 물론 정말로 건강한 의미에서 착하고 너그러운 사람들 말고, 어딘가 피가학성 성향이 있는 착한 사람들을 알아본다는 것이다.

또, 상처가 많고 툭하면 울면서 감정을 토해내는 사람들은 또 그걸 받아줄 만한 사람들을 알아보고 찰싹 달라붙는다. 냉정하게 얄짤 없이 안 들어줄 사람은 아무리 괜찮아도 넘보지 않던데, 뭔가 거부감이 느껴지는 듯...한 친구는 그걸 받아주는 입장이었는데, 혼자서 감당을 못하기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호소를 해서 같이 피곤하게 만든다. 그리고 겨우 빠져나오고 나면, '어휴 앞으로는 주사를 부리면서 우는 여자(또는 남자)는 거른다'는 둥 헛소리를 하지만, 또 그런 사람이 꼬이면 고민한다.

내 경우는 예전에 책의 제목으로도 나왔던 개념으로, 감정적으로 없는(emotionally unavailable) 유형으로 보인다. 여기서 unavailable이란 물건으로 치면 품절이든 단종이든 되어서 '살 수 없는, 구할 수 없는' 뭐 그런 뜻이라, '없다'고 표현했다. 맞다. 인간인 이상 감정이야 있지만, 가까운 상대에게 열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처음에는 이 명칭을 듣고도 아무런 찔림이 없었지만, 그런 유형에 당했다(?)는 사람들의 증언들을 읽어보면 아...내가 저렇구나 싶다. 물론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일단 가까워질만하면 거리를 자꾸 벌려놓는 것이 특성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책들이 말하는 그 유형의 '헤어지고 나서의 행동패턴'은 갖고 있지 않다. 그걸 앵콜이라는 뜻에서 일명 '커튼 콜'이라고 하는데, 한번쯤은 상대가 자길 잊었는지 확인하거나, 돌아가고 싶은 듯이 하다가 결국 또 떠나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그런 짓거리는 하지 않는다. 사실 한 두번은 해본 것 같은데 스스로 치사하게 느껴져서 관둔 듯.

그리고 나와 비슷한 유형을 만나면 서로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는 것 같다. 첫눈에 어느 정도는 알아보는지도 모르겠다. 헤어지고 나면, 원래는 상처를 주는 것에 익숙한 인간들이 오히려 받고 떠나니까 뭔가 아쉬운지 계속 연락이 오는 편이다.

그걸 정말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면 "정말 좋아했어서"라고 해석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원래 남에게 투자하지 않는 감정들을 내보이고 나니까 뭔가 자신의 일부가 떨어져나간 느낌일 것이다. 기껏 자신을 바꿔놓고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거고...그런데 인정해야 한다. 아마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고, 따뜻하고 마음을 열고 싶어하는 여자를 만나면 또 예전처럼 굴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곤 생각지 못하고, 상처를 받아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그렇게 악순환이...

반면에 나와 비슷하지 않은 타입은 초반에 크게 상처를 받고 일찌감치 남남이 되지만, 천성적으로 마음이 열려 있기 때문에 금방 실수를 만회하고 자신을 더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더라. 물론 그런 사람들도 결함이 있다. 애정이 넘치다 보니까 자신이 더 좋아하는 상대를 찾고 자존심 같은 것 계산도 안 하지만, 그 결과 나 같은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으면 단순하게 반대로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을 더 좋아해주는 사람을 받아들인다거나. 이런 타입들은 나와 너무나도 달라서 자세히 추측할 순 없지만, 아마도 거기에서 오는 단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감정적으로 없는' 유형에 대해 쓴 책들은 주로 그 유형을 만나며 마음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들인데, 보통은 '고칠 수 없으니 감당이 안 되면 그냥 헤어지라'고 결론을 내려주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상담가라도 그렇게 말할 것이다. ㅎㅎ

오늘은 듣는 노래가 없다. 발의 빠른 회복을 위해 바셀린 듬뿍 바르고 일찍 자야겠다.

p.s. 음악 듣기 이벤트 결과는 내일 발표하겠습니다. 해당 글을 수정해서 결과 올려둘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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