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d by @CarrotCake
지난 27일. 남북간 관계를 위한 큰 발표가 지나갔습니다. 전문에 대한 해석을 해 주신 분들도 있고, 뉴스 곳곳에서 심지어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짚어내면서 다양한 분석을 하고 있기에 그 전문 모두를 풀이하는 것은 의미없어질 것 같습니다만, 그 회담 비하인드에 있는 내용과 다음에 이어질 내용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타자는 지난 몇 번의 전망에서 남북간 분위기가 급속도로 해빙무드를 탈 것이고, 그 해빙무드는 칼끝 위를 걷는 것 처럼 매우 긴박하고 위험한 일일 것이며, 군축이 진행될 것이라 전망한 바 있습니다. 타자는 미래를 걷는 헤게모니아의 퓨처 워커가 아니기에 이 전망은 다양한 소재와 뉴스들을 모아서 짜낸 결과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번 회담에서 처음으로 챙겨보아야 할 것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1. 북한 군부가 남한 정권을 인정했다는 것 2. NLL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입니다. 지금까지 김정은 정권이 가장 흔들리기 쉬운 시나리오 중 하나로 군부의 쿠데타를 들었으며, 지난 장성택의 숙청을 통한 숙군/감군 시나리오는 이런 쿠데타 방지에 대한 사전 정지작업이라 전망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보여준 북한 군 수뇌부의 남한 정권에 대한 인정은 매우 커다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김정은이 매우 효과적으로 북한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반증이자, 쿠데타의 가능성을 매우 줄여주는 키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의장대 사열 하나 가지고 난리를 친 남한의 대응은 제 1야당의 언론플레이를 막기 위해 정치적으로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는 현실적 제약사항이 있긴 하지만,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타자도 이정도 그림까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
2항 2조에서 성문화된 NLL 인정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진핑의 김정은에 대한 귀빈 대접입니다. NLL이 인정된다는 것은, 아래 언급할 감군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현재 연안 방어 능력이 0에 가까운 북한의 현실 상, 남한의 고속정들이나 프리깃들이 공여되거나 공동작전의 형태로 어로수역 초계를 돌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북한 수역 서해에서 꿀을 쪽쪽 빨고 있던 중국 입장에선 상당히 골치가 아파집니다. '한국 수역에서도 다 빨아먹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박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 규모는 천지차이거든요. 그리고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냐 안되느냐의 문제도 있습니다. 역시 아래에 언급하겠지만 앞으로 북한의 경제가 더 이상 지금과 같이 압도적인 중국 의존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에게 큰 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거죠.
③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3조 3항에 포함되긴 했지만 이득볼 것이 매우 적은데다 최근 트럼프에게 무역으로 참교육을 당한데다 너무 이른 사드 보복으로 남한에 대해 무언가를 요구할 수도 없어진 시진핑 입장에선 (남, 미를 건드릴 수 없으니) 북한에 최대한 "우리 지금까지 좋았잖아"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 밖에 없어졌습니다. 북한은 배를 째면서 "쫄리면 뒈지시등가"라며 밑장을 마음껏 뺄 수 있는거고요. 뭐, 중국에 비하면 더 거스름돈이 된 일본은 논외로 칩시다. 남한이 '육지의 섬'이라는 한계를 벗어나는 순간 일본의 가치는 남한의 태풍과 쓰나미 방파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되는 셈이니까요. 그리고 지금 한국은, 섬을 벗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정말 섬 같기도 합니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군부의 압박'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니, 필연적으로 이어질 시나리오는 군축입니다. 해/공군 세력에 대한 균형적 군축이라는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없는 북한은 핵과 육군세력에 대한 카드를 내밀 것이고, 군축은 해당 군대에 대해 크게 두 단계에 걸쳐 패키지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우리 정부의 목표는 해, 공군 세력에 대한 보존이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해,공군을 남북 공동 작전의 형태로 가져간다면 양 군부간의 거리감도 매우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거기까지 가는건 너무 희망회로를 돌릴 것 같습니다.
먼저 군축의 1단계는 북한의 핵과 남한의 SSM지대지미사일, Surface - to - Surface Missile인 ATACMS, 현무와 나아가서는 MLRS와 천무까지 포함한 지상 타격 세력의 교환이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사실상 타격수단으로 쓸 수 없는 핵을 쥔 북한은 항상 남한의 저 무기체계에 공포를 느껴야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도 사실상 향후 가상적국을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로 상정한다면 이미 해성2와 해성3이라는 순항미사일이 실용화 단계에 가까이 온 지금 지대지 기능에 한정된 현무는 폐기해줘도 손해를 크게 보지 않습니다.
2단계로 북한이 내밀 것은 인원입니다. 1단계 과정에서 숙군이 잘 시행되어야 한다는 가정이 붙겠지만, 대다수의 인구를 경제 발전으로 돌려야 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마치 6렙 찍은 프문의 스타폴처럼 별이 우수수 떨어질 육군 사단장급 초급 장군들의 반발만 감내할 수 있다면, 남한에 내밀 수 있는 마지막이자 가장 강력한 카드가 될 것입니다. 남한도 마찬가지로 GP, GOP에 있는 병력을 빼면서 아직까지 알보병이 많은 육군을 기보로 바꾸면서 매우 길게 봤을 때 만주라는 새로운 FEBA최전선 전투지역, Forward Edge of Battle Area라는 목표를 위해 군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군축 다음으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철도 연결입니다. 일전 경의선 연결부터 개성에 연락소를 개설하고 공단을 활성화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망한 바 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경협주나 철도주, DMZ주에 대해 몇 번 언급드린바 있습니다만 실제 발표 후 미칠듯한 펌핑을 보이고 있습니다.
웰크론이나 누리플랜같은 주식들요. 두 주식을 지금 들어가는 건 너무 올랐겠지만, 제 빨대(...)는 단일가 거래 압박이 있는 퍼스텍이나 상승 모멘텀이 클 현대제철, 부산산업과 같은 주식에 대해 20%정도 생각하고 들어갈 것을 추천하더군요. 현대제철은 철로 레일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독점 생산하고 있고, 부산산업은 침목 관련한 유일한 상장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개별 주식 정보 외에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한국이라는 시장에 대한 '대북 리스크 해소'와 '개발 가능성'이라는 심리적 포텐셜 변화입니다. 지금까지 소위 세력의 '누르기'처럼 한국의 북한 리스크는 악재로 작용해왔는데, 그 악재가 트럼프-김정은 간 대화를 통해 국외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으로 풀리게 되면 한국 증시에는 본격적인 시동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증시에 돈이 들어가면 암호화폐에 들어갈 돈이 빠지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실 수 있겠지만, 어찌되건 한국의 투자시장에 들어와 있는 돈의 전체 캡이 커지고 부동산 거래의 중심 축선이 변경되면서 매물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에, 전체적인 투자의 흐름은 부동산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먼저 주식시장의 펌핑이 일어날 것이고, 그 뒤에는 암호화폐 시장으로 당연히 넘어오겠지요. 우리는 작년 말, 역대급 한국 프리미엄을 찍던 그 시기에도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과 비교했을때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마켓 캡은 매우 적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유 대한민국 지킵니다」라는 저 멘트를 참 포기하기 싫나봅니다(....)
국내 정치 역시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자유한국당 당 내 연구소 역시 이런 남북 화해 무드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정도 속도로 진척될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죠. 홍준표와 김성태를 비롯해 자한당에서는 남아있는 친박을 완전히 찍어내고 홍준표당으로 당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당 내부 정치의 일환으로 지금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긴 한데, 생각보다 현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이 너무 민첩했습니다.
게다가 그 대응 시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드루킹이라는 정치 자영업자의 쇼에만 집중했다가 본전도 못건지고 있는 셈입니다. 고도리 만들려고 패 쪼다 피박에 광박까지 다 뒤집어 쓴 셈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자유당부터 이어온 한국 보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에 자한당측은 이번 지선과 다음 총선에 이르기까지 생존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짜지 않으면 지지세력 자체가 크게 약해질 수 있습니다.
경제라는 이데올로기가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처절히 무너져버렸고, 남은것은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 하나 뿐인데, 이 정당에게 남북화해는 무시무시한 악재가 아닐 수 없는 셈입니다. 바른미래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애초 자유한국당의 방계정당 + 안철수라는 부스러기 집합인데, 이렇게 되면 안철수계 부스러기가 죄다 민주평화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생깁니다. 박지원이 정의당만큼도 못한 지지율을 가지고서도 신당 창당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바로 이 시나리오를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철수 특유의 리더십 부재도 한 몫 합니다만...
아직까지 남북 관계는 살얼음판 위에 있습니다.
남-북 회담은 서론에 불과했습니다. 진짜 대화는 미-북간 대화이고, 우리는 이제 겨우 애피타이저를 맛본 것 뿐입니다. 긴 시간 갈라져 왔던 두 세력이 하나가 될 준비를 하기 위해 겪어가는 애피타이저조차 이렇게 놀라운데, 노벨상을 받고자 하는 미국의 트럼프와 북한의 만남이 얼마나 쇼킹한 결과를 가져다 줄 지는 아직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아직까지 한반도는,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관계 당사자들은 위험한 살얼음 위를 걷고 있으며, 최소 남-북-미-중간 협정이 명문화 되기 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모든 것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느냐, 혹은 극단적 대립과 전쟁의 길로 이어지느냐의 이분법적인 선택지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적대적 공존을 하며 적당히 서로를 국내 정치 용도로 써먹으며 이득을 얻을 수는 없게 된 셈입니다.
한반도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말했던 'End-Game'단계에 와 있습니다. End-Game이란 체스의 게임을 단계로 나누었을 때, 종장에 해당하는 단계입니다. 루크나 퀸, 비숍, 나이트와 같은 강한 기물들이 다 죽고, 뒤에서 짱박혀 있던 킹이 나서면서 폰 하나의 승급이 경기 판세를 확 바꿀 수 있는, 그런 게임의 끝 단계 말입니다. 이 단계가 지나면, 비로소 우리는 6.25 전쟁을 과거의 아픔으로 역사책 한 귀퉁이에 적어둔 채 넘길 수 있는 때가 올 것입니다.
앞으로의 한 달은 우리가 무엇보다 눈여겨보아야 할 한국 근현대사 최고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그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에게,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깃들어 아름다운 평화와 번영을 향해 나아가는 큰 행운으로 변모하기를 기원합니다.
포트폴리오 포스팅으로 저녁에 뵙겠습니다. 행복한 일요일 마저 보내세요.
오늘은 글이 2개 올라갈 예정입니다. 미리 양해 바랍니다. 시의성을 위해 이 글을 지금 올려야 할 것 같아서...
Copyrights 2018. @noctisk, All rights reserved.
본 게시물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는 어떠한 경우에도 금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