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같은 문학 20 + 19회차 답변 선택 (외국계정이 다운보팅함)

[반말주의]

안녕? 이제 새벽이 아니라 밤에 쓰는 페이스를 되찾은 깨알 같은 문학이야.

오늘 이야기는 1700년대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한 여자아이의 일대기야. 물론 깨알 같은 문학이니깐 전체 이야기를 다 요약해주진 않는 것 알고 있지?! 작품의 요지만 하나 건져다 주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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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에 영화화된 이 소설 주인공의 모습. (배우: 킴 노박)

주인공 여자아이의 이름은 몰이라고 해. 몰은 얼굴이 예쁘게 태어난 아이였는데, 도둑질로 감옥에 간 여자가 낳은 아이야. 물론 아이가 엄마와 형을 같이 살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 자라자 강제 노역소로 가야 하는 운명이 되지.

당시 노역소(work house)는 구빈원이라고도 알려져 있어. 갈 곳 없는 가난한 이들이 마치 공장과도 같은 구조의 건물에서, 여자는 여자끼리 모여서 일을 하는거야. 마침 비슷한 시대에 나온 판화가 있어. 여자들이 물레를 돌리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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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자기는 일 안 하는 귀부인이 되고 싶다고 울곤 했어. 물론 아주 어린 아이가 하는 말이니까, 주변 어른들은 막 웃어댔지.

근데 그걸 우연히 듣게 된 진짜 귀부인이 우습고도 불쌍하게 여겨서 몰을 하녀로 들이게 돼. 결국 노역은 해보지도 않고 훨씬 편한 환경과 조건으로 취직이 된 셈이지. 노역소에서 일하기를 죽도록 싫어했던 몰에게는 다행이었다고 봐야지? 그런데 그냥 그렇게 하녀로 평생을 사는 평탄한(?) 이야기는 아니겠지.

하녀로 취직한 몰은 어느 정도 나이가 차자마자 그 집안 첫째 아들에게 순결을 뺏기게 돼. 몰 본인은 사랑에 빠졌지만, 당연히 그냥 노리개 취급을 받은 거지. 본인에게는 다행(?)으로 작은 아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데다가, 진지하게 몰과 결혼하겠다고 떼를 써. 우여곡절 끝에 작은 아들과 결혼을 하게 되지만, 허약했는지 작은 아들은 곧 죽고 말지.

어느 정도의 재산을 받아서 세상에 나온 몰은 처음으로 약간의 재산이 생긴 상태잖아. 세상 물정도 모르고. 그래서 결국 다 까먹어 버리지. 사치도 부리고, 부자 남편감을 찾아서 재혼하겠다고 까불다가 사기나 당하고...그래서 결국 싸구려 여인숙에 머물면서 명을 이어나가게 돼.

그런데 어릴 때도 노역소 가기 싫어했던 몰이 갑자기 노동을 자처하진 않겠지? 그럼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이런 저런 남자와 엮일 뻔 하지만, 결국 정착은 실패해서, 매춘 밖에는 살 방법이 없어.

그런데 금방 그 길을 택하지는 않아. 몰은 이리저리 다니다가, 이래저래 좀도둑질을 하게 돼. 어린아이 대상으로 하는 소매치기, 이삿짐 들고 튀기...소소하게 시작하지. 알고 보니 여인숙 주인도 질이 나쁜 여자라서, 더 부추기기도 하고 같이 소매치기하러 다닐 동료 여자를 소개시켜 주기도 해. 물론 기회(?)가 닿는 대로 매춘도 하게 되는데, 도둑질은 그런 경우에도 거의 따라붙는 옵션이야.

이 책은 몰의 그런 "모험"을 그리고 있어. 도둑질 현장에서 잡힐 뻔 하기도 하고, 술에 취해 정신이 빠진 남자들 대상으로 매춘을 하면서 패물을 훔치기도 하는 등...

그런데 1720년대에 나온 책이 이런 몰의 생활을 대놓고 그리는 핑계는 무엇일까.

바로 개과천선한 몰의 입장에서 주는 "교훈"을 빙자하는 거야. 난 이렇게 살았다, 너희들은 이러지 마라. 이런 내용이지.

그런데 과연 그런 "교훈"을 주기 위해서 길고 자세하게 이런 부도덕한 "모험"을 서술할 필요가 있었을까? ㅋㅋ사실 매우 재미있게 쓰여진 작품이야. 잘못을 뉘우치는 몰의 입장에서 쓰는 것이면서도, 매우 솔직한 묘사와 해학이 살아있지. 결국 본인 잘못보다는 시대 그리고 인간군상에 대한 비판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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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로 유명한 다니엘 디포우의 소설 몰 플란더스(Moll Flanders)의 내용이야. 저자 디포우는 언론인이자, 팜플렛 작가로 유명했어. 당시 팜플렛은 정치적 견해나 사회적인 이슈, 대중을 상대로 교육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루는 소책자였어.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디포우가 굳이 빈민층의 여자가 타락한 과정을 쓴 이유는 사회 비판을 위해서겠지.

그런데, 비록 심한 19금 묘사 같은 것은 없다 하더라도, 그런 상황들은 주인공 몰의 입장에서 종종 나열되어 있어. 그래서 사회 비판 외에도 "재미를 위한 재미" 요소도 있는 것이 사실이야. 물론 사람들의 "위선"을 꼬집기 위한 것도 있었겠지만.

그래서인지, 현대에 와서 몰 플란더스는 다른 수기 형식의 작품과 같이 한 권으로 묶어서 판매가 되는 일이 잦아. 바로 요 작품이지. 화니 힐이라고, 여자 주인공 이름을 딴 소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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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니 힐은 부제가 "쾌락의 여인"이야. 책 표지에 보이지? 이 책은 몰 플란더스처럼 예쁘고 순진한 여자가 곤경에 빠져서 어쩔 수 없이 타락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나중에 결국 그 생활을 청산하게 된 주인공이 쓰는 수기라는 형식을 취해.

그런데 화니 힐이 몰 플란더스와 다른 점은....화니 힐은 아예 본격적으로 매춘의 길을 걸었다는 거야. 그래서 당대의 문란하면서도 이중적인 여러 귀족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 그리고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디테일한 묘사가 특징이야. 그래서 영어로 쓰인 최초의 야설이라는 게 정설이야.

몰 플란더스는 분명 야설은 아닌데, 화니 힐 같은 누가 봐도 야설인 작품과 같이 묶여서 판매될 뿐 아니라, 문학 비평가들에 의해 화니 힐에 단골처럼 비견되는 일이 많아. 둘 다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 있기도 하니까. 참고로 난 화니 힐은 안 읽었

둘 다 "참회록"을 빙자하는 "수기"의 형식이라는 얘긴 이미 했지?

그런데 그런 표면적인 목표(참회록)와...진정한 목표(사회 비판)와는 별개로, 둘 다 (정도는 다르지만) 선정적인 내용과 묘사로 독자의 흥미를 끄는 작품이지. 그런 내용이 있어야 널리 읽힐 거라고도 생각했겠지만, 그냥 작가의 재미라는 이유도 있었겠지. 특히 화니 힐의 경우는 저자인 존 클릴런드가 감옥에 있을 때 쓴 거거든. 옥중에서 얼마나 지루했겠어. 감옥에서 천로역정을 쓴 사람도 있건만... 디포우의 경우는 워낙 빈민층의 그런 생활에 대해서도 많이 탐구했을 테니까, 비판 의식이 좀 더 확실하지 않았을까 싶어.

어디까지가 "재미만을" 위한 내용이고, 어디서부터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이야기일지, 어디서부터 비판의식을 고무하는 필요한 내용이 될지의 문제는 참 주관적이고도 쉽지 않은 문제지. 사회와 인간에 대한 비판을 위해서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솔직한 면을 드러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 굳이 그런 소재(빈곤한 여자의 타락)로 그렇게 썼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런데 읽는 입장에선 어떨까? 또는 그런 작품을 영화화한 것을 보는 관객은 어떨까? 그냥 메시지는 관심도 없고 재미있는 내용만 기억하지는 않을까? 위에서 나는 화니 힐은 안 읽었다고 했는데, BBC에서 나온 2부였나 시리즈로 본 적이 있거든. 여주인공의 그런 타락한 생활의 블랙홀 같은 어두움도, 후반부로 갈 수록 그리고는 있더라고.

그럼 오늘 문제는 뭘로 내면 좋을까. "자극적인 소재/내용"과, 진지한 "메시지"가 공존하는 작품 중 기억나는 거 있어? 책이건 영화건 상관 없이, 있다면 간략히 얘기 해줘.

"내가 본 책/영화는 이러이러한 내용인데, 사실 메시지는 별로 와닿지 않았어"라거나..."자극적인 장면 밖에는 기억이 안 난다"거나..."의외로 그런 소재라서 메시지가 더 기억이 난다"거나....시대극, 사극 같은 것 중에도 그런 것들 좀 있잖아? 나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거의 본 게 없어서 잘 모르는데, 비슷하게 존재하리라 생각해.

가장 솔직하고 흥미로운 답변을 선택할게!

그럼 이제 지난 회차에서 선택한 답변 이야길 할 차례네. 오늘은 간단하게 발표할게.

카탈리나가 정확히 뭐라고 수녀원장에게 말해서, 수녀원을 나갈 수 있었는지 그걸 알아맞추는 답변을 찾은 것은 아냐. 나는 항상 그렇지만, 읽은 사람이 유리한 질문은 내지 않거든. 그런데 이번 질문은 대략적으로 추측이 가능하니까 그냥 추측을 하되, 정확한 내용은 아니더라도 그 느낌만 맞으면 돼.

그리고 이번에 가장 근접한 느낌을 표현한 형은 바로 @room9 형이야.

카탈리나는 자신의 애인에 대한 깊은 사랑을 호소하거나, 임신 사실을 털어놓거나, 종교심에 어필하기보다는, 본인도 잘 모르는 "동물적인 감정"을 표현했어. 사랑하는 남자의 여자가 되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싶다...뭐 이런 이야기였어.

수녀원장은 자신이 느껴보지 못했거나, 너무 오래 전에 느껴서 기억도 나지 않던 그런 감정을 카탈리나가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지. 자신이 방해할 일이 아니라고 여겨진 거야. 당시 수녀원장이면 노인인데, 직접적으로 카탈리나의 욕망을 느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런 어필이 먹혀들었던 것은 사실이야. 그래서 가장 그런 느낌에 가까운 표현을 한 답변을 골랐어. ㅎㅎ 약속대로 그 답변에 보팅할게!

그럼 이번 회차 답변들 기대해볼게! 다음 회차까지 안녕!

어제 밤부터 가즈아 태그 글에만 테러를 하는 외국 계정들이 있는데, 끝났나 했더니 저녁이 되니 또 그러네. 이 문제 해결될 때까지는 가즈아 글을 잠시 쉬어야겠어.
혹시 빨리 해결이 안 되면 다른 태그 붙여서라도 재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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