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썼지만, 사실 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꿈을 품어야 하니까요. 사회를 바꾸는 것은 고사하고, 예술 창작자 저 자신의 개인적인 조건을 바꾸기도 힘듭니다. 열흘 전 스팀잇에 가입한 이유입니다.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그림 그리는 화가입니다.
뒷산을 그리고 있습니다. 산책을 하다가 새삼스레 숲 속의 풍경이 우주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그림들로 3번의 개인전을 했습니다. 아마 숲은 죽을 때까지 그릴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제 자신이, 세상사에 관심 없는 도닦는 노인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주도 강정마을과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예술로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현장을 찾아갔고 제 방식으로 연대했습니다. 물론 작은 예술가 한 명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예술이 미술관 속 하얀 벽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요.
저는 독립영화 감독입니다
봉준호, 박찬욱 같이 우리가 흔히 아는, 극장에서 개봉하는 '장편 상업 극영화'를 찍는 감독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게 영화야?' 라고 불리우는 단편 실험영화를 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세월호와 강정마을 등 국가폭력을 다룬 제 애니메이션이 칸영화제 short film corner에 초청되어 레드카펫을 밟아보기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오마이뉴스에서 - 광주 출신 미술학도, 세월호와 강정을 들고 칸을 찾다 - 기사를 내주셨습니다. 최근에는 현대무용가들과 협업하여 광주 5.18에 관한 댄스필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공연가입니다
저는 제가 만든 영상을 틀어놓고 라이브 피아노 연주를 합니다. 사회 곳곳의 투쟁 지역들을 방문하다가 세상이 온통 지옥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한하거나 혹은 무능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보는 이 없더라도 저만의 애도를 하고 싶었습니다. 거의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갤러리에서 일주일동안 피아노를 치는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제 작품을 공연장, 극장, 갤러리를 가리지 않고 공연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를 영상으로 소개하겠습니다.
네, 보시는대로 중구난방으로 작업을 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하나입니다. "과연 예술로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라는 질문입니다. 질문이 통하지 않는다면 독백이라도 할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 한켠에 작은 균열과 감동을 잠시나마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합니다. 사회는 견고하고 거대하지만, 작은 저는 제 방식대로 작업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팀잇에서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싶습니다
자랑이 끝났으니 이제 좀 징징대보겠습니다. 예술 창작인의 조건이 아주 열악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상위 1%만이 창작만으로 먹고 살수 있는 구조입니다. 아니 0.1%일까요. 첫 문장에서 제가 '사회를 바꾸는 것보다 제 창작 조건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 라고 썼습니다.
전시를 해도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어도 0원으로 수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마이너스만 안나도 신납니다) 창작인의 작업에 그에 걸맞는 돈을 지불하는 인식 자체가 부재한 사회에서, 많은 예술가는 실의에 빠집니다. 기업과 국가에서 시행하는 예술가 지원사업이 많지만 그들 입맛에 걸맞는 지원서를 쓰기도 이제 지쳤습니다. 저는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제 컨텐츠로 사람들과 다이렉트로 소통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다 스팀잇을 알게 되었고, 저는 여기서 그 가능성을 실험해보고자 합니다. 제 작품 소개를 중심으로 미술 에세이, 전시 리뷰 등 예술 관련 컨텐츠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시는 만큼 구독하고 보팅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스팀잇에서 저 말고도 다른 많은 예술가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예술창작과 감상이 경제적으로 선순환되는 생태계가 스팀잇에서 구축되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