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터키우기 vol.1] 마스터의 워킹맘 일기(부제:이땅의 워킹맘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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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때 다급한 목소리로 걸려오는 집전화는
언제나 섬뜩하다.
신혼초 회사로 전화가 왔다.

남푠: (울먹거리며) 여보야~큰일났어.
나: 왜?
남푠: 한결이가...한결이가...
나: 머! 어쨌다고?
남푠: 움직이질 않아........
나: 왜?
남푠: 내가...청소기 돌리고..나갈려고 피아노 위에 올려뒀는데...미끄러졌어...어떻해?
나: 빨리 동물병원 가봐!!!!!

하루종일 심장이 떨려서 일을 하는건지 마는건지 며칠동안 내내
'아. 사람에겐 눈물이 이렇게나 많구나..' 했던 기억. 다신 강아지 안키워야지.

한터가 태어났다.
주례봐주신 국어선생님이 지어주신 한글이름.
가운데란 뜻과 넓다는 뜻을 지닌 '한'
들판을 가르키는 '터'
세상을 크게 담으라고 너른들로 지어주셨다.

11개월. 일해야 해서 백일밖에 못물려서 일까.
한터는 고양이베개를 꼭 쥐고 왼손을 쪽쪽 빨았다.
집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 아가. 큰일났다.
나: 왜요?
엄마: 애기가 발에 타원형 빨간점이 났는데..아까는 한개였는데 세개야. 벌써.
나: 그래서요? 애는 잘 놀아요?
엄마: 응. 애는 잘놀아.
나: 그럼 두세요. 퇴근하고 병원 가볼께요.

심장이 콩닥콩닥 '별일 아닐꺼야'
일을 두고 남자들은 아무도 애핑계를 대진 않는다.
아기 핑계로 조퇴를 할 순 없다.
그렇게 밤에 응급실로 갔더니
돌발진이라며 입원하란다.
애기 팔에 링겔 꽂는 장면은 엄마는 못본단다.
괜찮아요. 저 보는데서 꽂아주세요.
오른팔에 한번 발에 한번 왼팔에 겨우 꽂았다.
아기는 죽을힘을 다해 운다.
내심장도 찢어진다. 버틴다.
아. 왼팔. 저손 빨아야 되는데.

나: 선생님. 주사바늘 손 바꿔주세요.
간호사: 다시 하라고요? 겨우 꽂았는데요?
나: 다시 해주세요. 왼손은 빨아야 해요.

36개월. 한글학습지를 시켰다.
카드에 적힌 단어를 줄줄 읽는다.

나: (카드 보여주며)이거 읽어봐
한터: 오.리.
나: 그게 머야?
한터: 몰라요

읽을 수는 있지만 뜻은 모른다. 그림으로 이해하는거다.
당장 학습지를 끊었다. 돈아깝다.

5살. 더이상 미룰 순 없다. 유치원엔 보내야한다.
그림그리는걸 좋아하니까 미술유치원에 갔다.

상담실안...

원장: (상냥하게)어서오세요. 어머니.
나: 애는 밖에서 놀아도 되죠?
원장: (활짝웃으며) 그럼요.
(한터가 미끄럼틀놀이대에 올라간다)
원장: 어머. 얘야. 거기선 놀면 안돼요.
나: 놀면 안돼요? 유치원에서요??
원장: 지금 수업중이라서요.
나: 잘 봤습니다. 한터야. 가자.

놀 수 없는 유치원 따윈 필요없다.

영어유치원에 들어갔다.
온통 재밌는 그림투성이 벽이 신기해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애가
쓱 문을 열고 수업중인 방에 들어가 버렸다.

안내데스크에 뛰어가서

나: 애가..우리애가 수업중인 방에 들어가버렸는데 어쩌죠?
직원: 괜찮아요. 어머니. 선생님이 함께 놀아주실꺼예요.
나: 여기는 애들이 마구 노는 곳이에요?
직원: 네. 어머니. 우리는 영어로 놀아요.
나: 스스로 대소변 후처리 못하는데..괜찮아요?
직원: 네. 어머니. 한반에 두분씩 선생님이 계셔서 알아서 밥먹이고 후처리도 다 하세요.

그래서 영어유치원엘 3년 다녔다.
그래서 한터는 외국인만 보면 얼굴색에 상관없이 '하이' 인사한다.
다 저랑 놀아줄 어른인줄 아니까.

9살. 2학년 반장이 되었다.
남자반장엄마가 대표맘이란다.
(대표맘은 대표로 교실을 청소해야한다)
토요일에 학교에 갔다.

1학년때 담임을 화장실에서 만났다.

나: (반가움에 덥석)어머.선생님. 우리애가 어떻게 학교생활은 하나 모르겠어요.
담임: (지그시 내눈을 쳐다보며) 걱정마세요. 한터어머니. 아이가 학교생활 잘합니다.

그날 교실 책상 의자 특히 선생님 책상 아래 컴퓨터 전선까지 깨끗하게 닦고 왔다.

10살. 모둠수업이 대부분이다. 4명의 아이들이 함께 팀을 꾸려 수업을 하는데
선생님들은 항상 잘하는 아이 한명에 몹시 어려운 아이 한명, 그냥 의지만 충천한 아이 한두명으로 구성해둔다.

나: 오늘 학교에서 별일 없었니?
한터: 신경질나 죽겠어요.
나: 왜?
한터: 자꾸만 그애가 숙제를 안해와서 혼나요.
하기 싫으면 안해온다고 하면 내가 할텐데 해온다고 하고선 안해와요.

이게 무슨 얘길까? 학교에 찾아갔다.

나: 선생님. 한터가 숙제를 못해가서 혼났다는데요. 아이가 수업은 잘 참여하나요?
담임: 학교생활은 잘 하는 아이입니다. 단지 어머니가 이걸 아셔야 해요. 한터는 10가지의 과제를 주면 다 해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3가지 이상 못해오죠. 한가지를 못하는 아이도 많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집에 와서 한터를 앉혔다.

나: 한터야. 사람 머릿속에는 누구나 생각주머니가 있단다. 네 머리엔 무척 큰 생각주머니가 있어. 모둠친구들중엔 그 생각주머니가 아주 작은 친구가 있단다. 너는 이해 안가는 행동하는 친구를 보면 '아. 이친구는 생각주머니가 작구나' 라고 생각해. 이게 다 그 주머니탓이야.
한터: 그럼 그친구가 주머니를 키우면 되잖아요.
나: 네말이 맞는데 그건 어렵고 힘든 일이란다.

그때부터 한터의 짜증은 없어졌다.

어휴..이제 10살인데 언제 크지? ㅋㅋㅋㅋ


오늘은 마눌님이라는 호칭보다 '한터엄마'라는 친근한 호칭을 쓰고 싶네요.
물론 마눌님께서는 'ㅇㅇ이 엄마'보다 자신의 이름 석자로 불리고 싶어하지만 ㅎㅎ

워킹맘으로 일하며 아들을 자신있고 멋지게 키워준 '한터엄마'에게

"당신은 이 땅에 자랑스러운 엄마야~"

라는 말을 전하며 더불어 이땅의 슈퍼우먼인 모든 워킹맘들께

"당신은 이 땅에 최고의 엄마랍니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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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가족 대문과 완전 예쁜 뒷문을 만들어주신 @leesol님께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제 주름도 지워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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