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al Miscellany #1. 스탠더드 곡의 역사 i) 제국주의의 유행가

A summary in English is to be found at the end of thi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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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악 시리즈에서는 먼저 '스탠더드 곡'에 대해 다뤄보기로 한다. '스탠더드 곡의 역사'는 Musical Miscellany 시리즈에서 계속 소제목으로 이어질 주제이다. (물론 시리즈 중간에 다른 주제들도 랜덤하게 다룰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떤 주제든 간에 예시를 접하면 이해가 빠르게 마련이니, 스탠더드 곡의 예시를 하나 들어보기로 하자.

냇 킹 콜(Nat King Cole)이 부른 Let There be Love

많은 사람들이 로라 피지(Laura Fygi)의 버젼에 익숙할 것인데, 그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했다. 앞으로도 많은 (주로 재즈 장르의) 가수들과 연주자들이 이 노래의 커버 곡을 내놓을 것이다.

이처럼 스탠더드 곡이란 1차적으로, '많은 이들이 제목은 모를지라도 들으면 알만한 곡'을 말한다. 아마 여러 스탠더드 곡의 예시만 들어도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주제로 쓰는 시리즈에서 그런 예시들을 들 일은 앞으로도 많이 남았기 때문에, 오늘은 스탠더드에 대한 전반적인 정의,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스탠더드 곡의 역사의 극초기에 해당하는 제국주의적 색채의 작품들에 대해 조금 논의해보기로 한다.

스탠더드 곡이란?

스탠더드 곡이란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고 여러 가수/뮤지션들에 의해 재해석되면서, 그들의 앨범이나 콘서트 레퍼토리에 자리 잡는 일이 많은 곡을 가리킨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곡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명곡'의 특성들을 지녔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스탠더드 재즈/팝을 많이 아는 사람들에게 각자 유명 스탠더드 100곡 목록을 뽑아 보라고 한다면, 사람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을 것이다. 스탠더드 곡들은 워낙에 많고, 어떤 곡이 가장 유명하고 친숙하며 많은 이들에 의해 재해석 되었는지에 대한 정보와 의견은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곡을 택해서 스탠더드 곡인지의 여부를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은 확실하게 맞다, 또는 아니다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탠더드 재즈인가, 스탠더드 팝인가?

재즈식 보컬/연주가 곧 대중 음악의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 작곡된 곡들이 많고, 해당 장르의 가수/뮤지션들에 의해 커버가 많이 이뤄지다 보니 스탠더드 재즈 곡이라고 많이들 칭한다. 하지만 그 특성상, 스탠더드 팝 곡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팝 차트를 재즈 곡이 차지하던 시대에 태어난 곡들이 대부분이기도 하고, 그 대중성 자체는 가히 팝적이기 때문이다.

50년대부터 록큰롤이 팝 차트 순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하고 재즈나 스윙 장르는 "기성 세대"의 연회장이나 컨츄리 클럽, 또는 해당 장르의 콘서트로 밀려나는 듯 했지만, 사실 록큰롤에서 '스탠더드'곡이 나오는 일은 흔치 않았다.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1.수많은 재즈 스탠더드가 탄생하던 시대에 작곡가, 작사가, 가수는 오로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 미덕이었다. 가령 가수의 경우, 현대처럼 자기 노래를 쓰는 가수보다는 노래 하나 오지게 잘하는 것이 미덕이었다는 이야기다. 작곡 및 작사 역시 각 분야의 프로가 하는 일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좋은 곡이 하나 나오면 여러 가수들이 그걸 부르는 것이 흠이 되지 않았다. 좋은 곡은 그렇게 스탠더드로 굳어지기 쉬웠다.

록큰롤 장르에서도 약간은 그런 현상이 있기는 했으나, 점점 각 가수/밴드가 곡을 전유하다시피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아마도 (작곡/작사가보다는) 기획사/음반사가 거대해지면서 저작권과 저작권료의 문제의 변천사가 일어났을 것인데, 이와도 상관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문제는 언젠가는 만족할 만큼 알아보고, 다뤄보기로.

2.뮤지컬 및 뮤지컬 영화에서 특히 캐치(catchy)하거나 뛰어난 곡이 스탠더드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뮤지컬/뮤지컬 영화는 그야말로 재즈/스윙 장르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가령 어빙 벌린(Irving Berlin), 콜 포터(Cole Porter) 등의 노래들을 빼놓고 스탠더드 곡을 논할 수는 없다.

반면 7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한 록 뮤지컬, 록 오페라에서도 '스탠더드'라 할만한 유명한 곡들이 다소 있었으나, 해당 작품의 공연과 무관한 가수가 그런 곡들을 부르기 쉬운 환경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탠더드 곡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1950년대의 빈티지한 뮤지컬 영화 속에서 양복을 차려 입고 부르는 재즈/스윙 장르의 노래로 봐도 무방한가? 현대에 와서는 그렇게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작은 1920년도를 전후했다고 생각한다.

서구권은 일단 1차 대전이라는 큰 전쟁을 겪었고, 2차 대전에서 라디오의 역할이 급부상했다. 전시 상황을 포함하여 군대가 식민지, 보호령에 주둔하는 환경에서는 각종 위문 공연에서, 또 유흥가에서 불릴 만한 노래들이 있었을 것이다. 유명 가수가 부르고, 하위 문화권의 무명 가수가 술집 등에서 부르기도 했을 그런 유행가를 말한다.

그런 노래들 중 스탠더드라고 할만한 것이 있을까? 물론 있다. 스탠더드 곡이란 앞에서 거론한 정의에 따르면 1)대중성/유명세, 2)여러 가수가 재해석을 할 정도로 1번의 조건을 갖춘 곡인데, 그런 노래들은 헐리우드의 뮤지컬 영화 전성기보다 훨씬 앞서서도 존재했던 것이다.

물론 1950년대의 뮤지컬 영화에 나와서 히트친 곡들에 비하면 현대인들에게 덜 익숙하겠지만, 분명 극초기의 스탠더드 곡들이 1920년도를 전후해 나왔다는 것이다. (그 이전 1차 대전 동안 유행했던 노래들도 당연히 있었겠지만, 자세히 알기 어렵다.)

그럼 이제 내가 보는 스탠더드 음악사의 한 줄기, '제국주의의 유행가'를 몇 개 살펴보기로 한다.

스탠더드 곡의 한 줄기: 제국주의의 유행가

현대에는 다른 스탠더드 곡에 비해 자주 불리거나 연주되지는 않지만, 1960년대까지도 자주 불리던 힌두스탄(Hindustan)이라는 노래가 있다. 무려 1918년도에 나왔으니 1차 대전이 끝나던 해에 탄생한 노래다. 전쟁을 겪은 경험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또는 연주한 밴드들이 여럿 있었는데, 대부분 지금도 들을 수 있으나 음질이 아주 나쁜 편이다.

그런데 이 노래의 수명은 제법 길었다. 영화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의 스타 빙 크로스비(Bing Crosby)와 로즈마리 클루니(Rosemary Clooney)는 1958년에 함께 앨범을 녹음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아, 물론 로즈마리 클루니는 배우 죠지 클루니의 고모다.)

빙 크로스비, 로즈마리 클루니가 부른 힌두스탄

빙 크로스비는 1960년대 중후반까지도 카테리나 발렌떼(Caterina Valente)와 함께 이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발렌떼는 솔로로도 자주 이 노래를 불렀다. 힌두스탄은 확실히 어느 시점까지는 스탠더드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그럼 힌두스탄의 가사 일부를 보자.

Here's a song, a tantalizing ditty. (자, 아주 감칠맛 나는 노래야.)
The tune is catchy and the words are witty (캐치한 멜로디에, 가사는 위트 있지.)
Could be it's a country or a city. (어떤 나라, 혹은 도시에 대한 거야.)
Is it Tokyo? (도쿄?)
No, You gotta work South a little. (아니, 좀 더 남쪽.)
Is it Cocomo?(코코모인가?)
No, you gotta work East now, babe. (아니, 동쪽으로 좀 더 가.)
Is it Mexico? (멕시코?)
Nunca, nunca. (아니, 아니야.)
Is it Borneo? (보르네오야?)
You're getting warmer 'cuz it's Hindustan! (어, 근접했어. 바로 힌두스탄이니까!)

힌두스탄은 대체 어디를 말하는가? 다소 복잡한 문제다. 힌두스탄이란 원래는 인도를 포함한 전체 지역을 가리키는 페르시아 용어인데, 인도 북부만을 가리키는 명칭으로도 쓰였다. 인도에 주둔한 영국 군인들은 영국령 인도를 그렇게 부르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파키스탄과 구분하기 위해 인도 공화국을 그렇게 부르기도 했다.

어쨌든 힌두스탄이란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인도'라고 봐도 무방한 용어인데,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위에서 언급한 가사도 그렇고, 사실상 '인도'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기분이 나쁠 수 있겠지만 당대의 서구권의, 서구중심주의적인 시각에서는 "미지의 세계"를 하나로 뭉뚱그려서 보았을 것이고, 힌두스탄은 매우 포괄적으로 당시의 오리엔탈리즘이 반영된 노래인 것이다. (참고로 힌두스탄의 작곡가 해롤드 윅스(Harold Weeks)는 가게를 운영하는 한 홍콩인에 대한 노래도 작곡했는데, 현대의 기준으로는 확실히 인종주의적이라 절대로 나올 수가 없는 가사의 노래이다.) 그런 연유에서 힌두스탄은 아마도 1960년대 이후로는 자주 불리게 되지 않은 것 같다.

비슷한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곡으로, 팝 장르는 아니지만 충분히 대중적으로 각인된 가벼운 클래식 기악곡이 하나 있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할만한 페르시아의 시장에서(In a Persian Market)이다. 이 곡은 힌두스탄과 마찬가지로 아기자기하고, 부분적으로 미화되고, 진기한 그런 풍경을 그리고 있다.

앨버트 W. 케텔비(Ketelby)가 작곡한 페르시아의 시장에서

페르시아의 시장에서는 원래 아이들 교육용으로 지어졌다. 현대의 시점에서는 스탠더드 곡의 전형은 아니지만, 충분히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활용된 곡이다. 게다가 클래식 곡을 가벼운 이지리스닝 식으로 편곡해서 앨범을 내는 것은 1960년대까지도 흔한 일이었고, 페르시아의 시장에서는 그렇게 소비된 흔한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

제국주의 시대의 문화라면 영국의 계관시인 키플링(Rudyard Kipling)을 빼놓을 수 없다. 키플링이 1890년도에 발표한 시 만덜레이로 가는 길(The Road to Mandalay)에는 1900년대 초에 곡이 붙었고, 성악가들에 의해 불렸다. 당시에는 영국 군인들 사이에서 여러 애국심, 모험심을 고취하기 위한 노래들이 유행했는데, 만덜레이로 가는 길도 그 중 하나였다.

만덜레이는 현 미얀마(구 버마)의 도시 이름이고, 키플링의 만덜레이로 가는 길은 버마(당시 영국령 인도의 일부)에 애인을 놓고 영국으로 돌아간 한 군인의 시점에서 쓴 시이다. 화자는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버마 여자를 영국의 "억센 얼굴"의 여자들과 대비시킨다.

만덜레이도 스탠더드라 할 정도로 수명이 길었고, 무려 2차 대전 시기에 스타가 된 미국의 프랑크 시나트라도 이 노래를 보다 가볍게 재해석해서 불렀다.

프랑크 시나트라가 부른 만덜레이로 가는 길

힌두스탄과 마찬가지로, 만덜레이 류의 노래는 1960년대 이후로는 자주 불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만덜레이의 경우, 몇 년 전에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aims)가 같은 제목으로 전혀 다른 노래를 발표했는데, 이는 제국주의 시대에 유행한 스탠더드 곡들이 현대의 정치적 올바름 기준에 부합하지 못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음악은 음악이다. 어느 시대든 그 시대의 화두에 맞는 곡들이 태어나기 마련이고, 특히 유행시키기 위한 곡일 수록 더더욱 그렇다. 스탠더드 곡으로 통칭하는 유명한 명곡들의 조상 격으로 제국주의 시대의 스탠더드도 분명히 있었다는 점을 짚고 싶었다.

이 글에서는 스탠더드 음악사의 한 줄기로, 제국주의 시대의 스탠더드라는 주제를 잠깐 다루어 보았다. 다음 번에는 또 다른 소주제로 스탠더드 음악사를 논하기로 한다.

(시리즈 서문의 음악 퀴즈 당첨자는 주말 중에 발표하기로...)

For @sndbox
This is the first of a series of posts on the history of standard jazz/pop songs. I have laid out my unique definitions of the term standard songs. I have argued that the earliest category of standard songs is characterized by what we now understand as Orientalism, because it stems from the culture of Imperialism. I have never actually read a coherent treatise on the history of standard songs, which is why I'm going to enjoy this endeavor as a historian and a lover of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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