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9
불과 얼마전이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느니 마느니 하던때까 말이다. 요즘은 뉴스나 신문에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배낭같은 것들이 매진되었다고 한다. 언론에서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사람들은 먼지 모르는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북한핵과 관련한 뉴스가 몇가지 있었다. 대부분 군사적 옵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말로는 대화와 외교를 말하면서 군사적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있지 않아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 3척이 들어온다고 한다. F-22와 F-35가 전진배치된다는 소리가 들린다.
한편으로는 매티스 미국방장관이 방한해서 자신의 목적은 전쟁이 아니라 한반도비핵화가 목적이라고 이야기 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전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의 조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홧김에 북한을 때릴까봐 전전긍긍하는 형국이다. 오늘 아침 뉴스에는 미의회조사단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며칠 만에 30만명이 사망한다는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정보들은 매우 혼란스럽다. 전쟁을 할 수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기야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은 협상력을 떨어 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고 보면 현재의 상황은 미국이 가장 바라고 있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속이는 법이다. 만일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위협하면서 대화를 하려고 하면 군사적 옵션이 진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상대방이 믿어야 한다. 상대방이 믿을 수 있도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편들도 그렇게 믿어야 한다. 미국 의회에서 트럼프가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트럼프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한국과 일본이 전쟁이 일어날 수 도 있다는 것을 믿도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어떻게 할까? 앞으로 하루하루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방장관 매티스가 자신의 목적이 전쟁이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고 했다는 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물론 이말도 양날의 칼과 같이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다.
만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전쟁을 진짜로 고려하고 있다면 미국방장관 매티스가 이런 유화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지금 당장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뒤로는 전쟁준비를 완벽하게 갖추려고 하는 책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북한에게 지금 당장 대화로 나와라고 하는 권고이다.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좋을까?
안보를 생각한다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고 대비하는 것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일전에 매티스가 군사적 옵션의 가능성을 준비하면서 미군 장교들에게 페렌바흐의 This Kinds of War를 읽어보라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필자도 찾아보았다. 1960년대 초반에 출판된 이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실록한국전쟁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된 적이 있었다. 이미 절판되어 구하기조차 어려웠다. 직원에게 부탁해서 겨우 찾아보았다. 아직 1장정도 밖에 보지 못했다.
그동안 읽었던 주요 내용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 국무부의 상황오판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했다는 평가였다. 반면 미 국방부는 소련의 의도를 정확하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앞부분을 읽으면서 매티스가 이런 부분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매티스는 왜 미군장교들에게 이미 잊혀진 페렌바흐의 한국전쟁 저서를 읽으라고 했을까?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상황을 보아서 미국이 막을 수 있었던 전쟁을 막지 못했던 것을 이르는 말일까? 혹시 그는 지금 북한을 막지 못하면 미국이 또 다시 어려움에 빠져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북한과의 불확실한 현상유지가 바로 제2의 에치슨라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일요일 오전 홀로 앉아 있자니 이런 저런 상념이 떠 오른다. 만일 전쟁이 목전에 와 있다면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