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4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보수세력들은 걱정을 많이 했다. 이것들이 우리나라를 북한에다 생으로 상납하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동안 보수적인 사람들이 그런 걱정했던 것은 이유없는 일이 아니었다. 통상 진보라는 사람들이 걱정했던 것은 운동권을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들이 미국보다는 중국을 일본보다는 북한과 더 가까운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역시 들어서자 마자 북한과 대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와는 대화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연일 미사일과 핵실험을 해댔다. 북한이 ICBM과 수소폭탄을 완성하면서 상황은 많이 변했다. 우리는 북한을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ICBM과 수소폭탄을 가진 북한은 더 이상 가난하고 헐벗은 국가가 아니다. 북한은 세계에서 7번째로 ICBM과 핵폭탄을 보유한 핵강국이 되어 버렸다. 국제정치란 힘으로 좌우된다. 그 힘의 마지막은 항상 군사력이다. 힘이 깡패인 것이다. 개인간의 관계나 국가간의 관계나 다를 바가 없다. 국제사회에서는 국가 간의 관계를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각 국은 자신들이 가진 힘의 크기만큼의 목소리를 가진다. 최후의 순간에 목소리가 클 수 있는 나라는 군사력이 강한 나라다. 아무리 경제력이 강해도 서로 갈등이 벌어지면 결국 군사력을 기반으로 갈등이 정리된다. 북한은 이제 못살고 헐벗은 나라가 아니다. 적어도 우리정도는 우습게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소위 말하는 game change가 된 것이다. 남북간의 대화는 이제 우리가 하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하자고 하면 우리가 응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매우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처음 들어오자 마자 북한과 대화를 가장 먼저 추진했다. 그런 정책은 안보관련 주요인사들의 선정과정에서도 잘 나타난 것 같다. 북한통인 서훈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했고 안보실장과 차장도 남북대화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포진시켰다. 그런데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변화한 것 같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한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대화를 요구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마자 대화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긋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드를 추가배치했다. 그리고 러시아가서 푸틴에서 북한에 원유공급하지 말라고 이야기 했다. 최근의 문재인 대통령 횡보를 보면 진보인지 보수인지 알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문제는 보수적인 사람들이 평상시 습관처럼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다보니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지만 보이고 그가 하고 있는 행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그녀보다 훨씬 더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는 더불어 민주당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김경수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가랑이 밑을 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미국이 짖으라고 하는대로 짖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경수 의원의 말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여권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안전하게 친미노선을 걷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어렵고 또 그렇다고 지지한다고 나서기도 어려운 것이다.
사드가 추가배치될 때 김제동이 하루지나고 성주에 나타났다. 만일 그가 진정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했다면 사드배치될 때 나타나서 반대를 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하루 지나고 나서 나타났다. 그리고 늦어서 죄송하다고 했다. 무엇이 죄송한지 모르겠다. 김제동은 정치인이 다되어 버렸다. 그는 문재인을 지지하기 때문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지 못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무엇인가? 그냥 선동가에 불과한 거 아닌가? 만일 그가 사드 배치를 반대했다면 추가배치할 때도 반대를 했어야 했다.
필자가 김제동을 비난하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김제동과 같은 사람들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묘사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 내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미국과 대북정책을 같이 하고 있다. 아마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리라. G20을 마치고 문대통령은 무력감을 느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미국 국무부의 고위직 인사도 미국의회 청문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유화정책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렇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정책은 역대급으로 가장 보수적이고 강경하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의 불일치다. 청와대의 주요 참모들과 여당의원들은 아직도 미국보다는 중국과 북한의 입장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불일치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대통령이 가는대로 여당은 끌려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정한 탄성한계를 지나면 문제가 생긴다. 지금처럼 더불어 민주당이 아무 말하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하는 대로 따라간다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될 것이고 그들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생각들을 스스로 버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념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따로 자신만의 길을 갈 것인가? 지금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대통령과 더불어 민주당 의원들과의 간극은 점차 심해질 것이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더불어 민주당 내부의 역학관계나 세력관계 또는 내부 정치지형까지 바꿀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세상일은 알 수 없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안보문제에 있어서는 매우 보수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진보진영이 현실에 부딪쳐서 나타난 현상이다. 여당 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감지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몇몇 의원들은 매우 빨리 수용하는 듯하다.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지금 막 드러나고 있는 모순과 불일치가 어떻게 해소될까 한번 두고 보는 것도 재미있다.
벌써 하태경의원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사드반대발언을 들고 나와 조목조목 이야기 하고 있다. 과거 사드에 대한 발언에 책임을 지든가 아니면 잘못했다고 하라는 것이다. 이런 곤경을 더불어 민주당은 어떻게 넘어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