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의 아들이 그린 21살의 아버지. oil on canvas. 2014

20살의 아들이 그린 21살의 아버지.jpg

제가 굉장히 아끼는 그림입니다. 20살 때 부모님 앨범을 보다가 아버지 21살 때 사진을 발견했고 이를 그려봐야겠다 싶어서 바로 그려봤던 그림입니다. 당시까지 제 에고에 엄청 빠져있었고 아버지는 이해 못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점점 아버지가 이해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전시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있었던 일이 그림 그리는데 또 다른 동기부여를 줬습니다.

#kr-art

어떤 중년 여성분께서 전시장에 오셨는데 이 그림을 보시더니 갑자기 우셨다고 합니다. 전시장 지키고 있던 큐레이터분께서 그 분을 달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는데 정확히 떠오르지 않고 이 그림처럼 흐릿하게 보였고 그로 인해 울음이 나온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이 이야기를 듣고 마음 먹먹해지면서 한편으론 기뻤습니다. 제 그림이 누군가에게, 한 명일지라도 읽혔구나하는 생각과 동시에 재능이 아예 없진 않구나 확인되었고 이때의 확신으로 지금까지 그림 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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