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포럼] 스팀잇, 가능성부터 논란까지

안녕하세요. @ryuhan18 (aka. 블로터 한수연 기자)입니다.
지난주, '스팀잇'을 놓고 [블로터포럼]을 가졌습니다.
패널로는 스팀 증인 @clayop님, <민중의소리>(@vop-news)의 뉴미디어국을 이끌고 있는 김동현 국장님, 먹스팀 개발자 @lee5님이 참석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덧) 아래 기사의 저작권은 블로터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블로터포럼] 스팀잇, 가능성부터 논란까지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백서 안 레토릭으로만 존재한다. 이를테면 아직 실체 아닌 관념, 현실에서 출력되길 기다리는 청사진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팀잇’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백서 밖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실체를 좀 더 풀어보자. 스팀잇은 블록체인 기반 소셜미디어다.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이자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스팀 위에 만들어졌다. 2016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100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했다.

스팀잇은 매력은 토큰 이코노미를 등에 업은 ‘보상’ 시스템. 스팀잇 내 모든 활동은 암호화폐로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보상은 크게 ‘저자 보상’과 ‘큐레이션 보상’ 두 종류다. 저자 보상은 내가 올린 콘텐츠가 다른 사용자들의 인정을 받아 페이스북의 ‘좋아요’에 해당하는 ‘업보팅’을 받으면 획득 할 수 있다. 큐레이션 보상은 다른 사람이 올린 좋은 콘텐츠를 찾아 업보팅과 공유하기에 해당하는 ‘리스팀’으로 다른 사용자들에게 알리면 받을 수 있다.

보상은 곧 돈이다. 스팀잇은 최근 돈 되는 소셜미디어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화제의 블록체인 서비스 스팀잇, <블로터>가 스팀잇의 가능성부터 논란까지 짚는 자리를 마련했다.

  • 일시 : 2018년 3월21일
  • 장소 : 블로터 회의실
  • 참석 : (가나다순)

김동현: 뉴미디어국 국장. 는 국내 언론사 중 스팀잇에 공식 계정(@vop-news)을 만든 첫 언론사인데, 스팀잇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그가 냈다. 김동현 국장은 보도와 콘텐츠 개발, UX/UI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이종현: 스팀잇 기반 맛집 공유 서비스 ‘먹스팀’ 개발자. 스팀잇에서 @lee5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성균관 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진화적 인공지능(AI)을 연구하고 있다.

조재우 : 스팀 증인. 전 세계 증인 21명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증인은 스팀잇 생태계에서 이사회 역할을 한다. 사용자들의 투표로 뽑혀 블록을 생성하고 스팀잇 관련 정책을 정한다. 조재우 증인은 @clayop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한수연 : <블로터> 기자. 진행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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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국장, 이종현 개발자, 조재우 증인(왼쪽부터)

당신의 스팀잇 경험

한수연 : 패널들의 스팀잇 경험이 궁금하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이종현 : 2년 전 조재우 증인이 ‘땡글’이라는 커뮤니티에 남긴 글을 읽고 처음 스팀을 접했다. 당시 채굴부터 시작했다. 그러다가 8개월 전 스팀잇 기반 맛집 공유 서비스 ‘먹스팀’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광고로 얼룩진 기존 블로그들을 대신해 사용자에게 솔직한 (맛집)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개발한 게 먹스팀이다.

김동현 : 다른 두 패널에 비하면 나는 신규 멤버다. 원래 소셜 미디어 쪽을 많이 담당했고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역할을 해왔다. 스팀잇을 지켜보다가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올해 1월 <민중의소리> 공식계정을 열었다. 의도한 건 아닌데 스팀잇에 들어온 첫 언론사 공식계정이 됐다. 두 달 정도 운영해보니 스팀잇이 아직은 가능성 단계라는 생각이 든다.

조재우 : 나 역시 채굴부터 시작했다. 2016년 4월 증인이 돼 활동하고 있다.

한수연 : 증인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증인은 언제든 될 수도, 자리에서 내려올 수도 있나?

조재우 : 그렇다. 상위 증인 20명은 라운드로빈(RR) 방식으로 정해진다. 이론적으로 (스팀 블록이 생성되는) 3초마다 증인 순위가 바뀔 수 있다.

스팀잇의 차별성, 그리고 가능성

한수연 : 스팀잇이 기존 블로그 플랫폼, SNS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에 따른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조재우 : 스팀잇이 완전히 새로운 기업 체제 혹은 경제 생태계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 등 기존의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들과 비교해보자. 기존 플랫폼에는 사용자, 광고주, 주주가 있다. 기업(플랫폼 사업자)은 사용자의 정보를 받아 광고주에게 팔아 수익을 낸다. 그리고 그 수익을 주주에게 배분한다. 그런데 스팀잇에서는 콘텐츠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사용자가 스팀을 가지고 의결권을 갖게 된다. 새로운 시스템이고 이 자체로 큰 가능성이다. 문제는 얼마나 사용자에게 친숙하고 쉽고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느냐의 지점이다.

김동현 : 스팀잇에 대한 글 중에 감명 깊었던 글이 있다. 그 내용은 이랬다. 스팀잇 생태계 자체가 인류 역사에 등장한 사상들을 다 담고 있다는 것이다. 스팀잇은 생태계 내 지분, 즉 스팀파워와 스팀을 많이 보유한 더 많은 힘을 발휘하는 공간이다. 극도로 자본주의적이다. 동시에 사회주의적인 개념이 존재한다. 생태계에 참여한 사람에게는 모두 보상이 주어진다. 여기에 참여자들이 생태계를 잘 가꿔야 그 가치가 올라간다는 협동조합 개념까지 들어 있다.

글의 내용이 다 이해됐다. 최근 <한겨레21>이 보도한 기사 ‘아직도 저커버그 위해 무료봉사 합니까’를 읽었다. 저커버그를 위한 무료봉사…. 다들 느끼고 있던 지점이다. 스팀잇 사용자들에게 물으면 모두 이렇게 얘기한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면 돈이 안 되는데 스팀잇에서는 돈이 된다고. 누구나 이 생태계에 기여하면 그에 대한 보상이 주어진다. 평등주의적이다. 또 어뷰징 등 논란에 대해서도 생태계를 키우는 방향으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협동주의적인 발전이다. 더구나 기업에서 잘 이뤄지지 않았던 사회주의적 실험까지 한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본 사람들이 생각한 그 무언가가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유일한 공간이 스팀잇이라고 볼 수 있다.

이종현 : 비슷한 시각이다. 공동체 성격이 강하다 보니 사람들이 세대, 지역, 나이를 불문하고 스팀잇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서로 견제하고 감시도 한다. 이런 재밌는 현상 자체가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보인다. 또 블록체인이 들어오면서 모두가 의결권을 가지고 분권화돼 있는 기업이 가능해졌다. 이런 면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인다. 그리고 증인 선출 시스템은 민주주의적으로 생태계 자정작용을 하게 한다. 댄 라리머 스팀잇 창업자가 스팀잇 설계 단계에서 부족한 것들을 증인 시스템을 통해 운영 과정에서 메울 수 있도록 수학적·경제학적으로 잘 설계했다고 보고 있다.

한수연 : 김동현 국장이 ‘아직은 가능성 단계’라고 말했다. 아직 잠재력이 발휘되기 전이라는 시각인가?

김동현 : 그렇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스팀잇은 프론트엔드(앞단)가 약한 느낌이다.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뒷단) 중간에 있는 느낌이 많이 든다. 스팀잇의 속도와 UI를 뛰어넘는 다른 무언가가 나왔을 때 스팀잇의 지위는 위험하다.

스팀잇이 대세가 되느냐, 아니냐는 사용자가 얼마나 모이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지금 페이스북의 아성이 무너져가는 시점이다. 다들 ‘(페이스북) 다음은 뭘까’라고 묻는다. 아직 다음이 등장하지 않았다. 1, 2년 이내에 승부가 난다고 보면, 이 시점이 블록체인의 성장과 맞물려 스팀잇이든 혹은 다른 것이든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대세가 될 수 있다.

한수연 : ‘대세’라는 게 페이스북 다음 소셜미디어로서의 대세를 의미하나?

김동현 : 기존의 ‘관계맺음’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트위터는 내가 아는 사람을 기반으로,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생각을 교류할 수 있게 했다. 그 전까지는 아는 사람들하고만 얘기했는데 내가 만난 적 없는 사람과도 생각을 교류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게 페이스북을 통해 확대됐다.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이제는 ‘가치’를 공유하는 인식의 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본다. 어떤 사람의 콘텐츠가 좋다면 거기에 투표를 하는 식이다. 가치를 공유한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대세는 블록체인 진영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재우 : 생각의 공유가 가치의 공유로 바뀐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조금 더 부연하고 싶다. 가치라는 게 스팀이라는 코인의 가격 부분, 즉 분모를 원화로 하는 ‘스팀의 원화 가치’로 얘기할 수 있는데 이것이 점차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찌 보면 요즘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이 국가만큼 세졌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여러 경제 층위가 생길 것 같다. 스팀도 이런 층위를 커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스마트미디어토큰(SMT)이 나오면서 가치의 다양성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마트미디어토큰, 또 다른 가능성

한수연 : 스팀잇 사용자들이 SMT에 관심이 많다. SMT의 개념부터 이야기해보자.

조재우 : ERC20 같은 개념이다. 스팀 블록체인에서 돌아가는 새로운 토큰이다. 다시 말해 스팀하고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을 자체 조정할 수 있는 토큰이다. 가령 연간 인플레이션을 조정하고 저자 보상 비율이나 큐레이션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이종현 : SMT는 언제 나오나.

조재우 : 현재 개발 단계다. 빨라도 올해 하반기는 넘어야 나오지 않을까. SMT를 준비 중인 데는 있다. 에픽스가 처음 출사표를 던졌다.

김동현 : SMT가 스팀잇을 벗어나서 활용될 수 있나?

조재우 : 그렇다. 스팀 데이터베이스는 별개이기 때문에 API만 당겨가면 된다.

한수연 : SMT가 나오면 언론사나 웹툰 사업자 등이 뛰어들 수 있고, 그러면 스팀 생태계가 더 살찌는 것인가?

조재우 : SMT는 스팀이 자기복제하는 것과 비슷하다. 스팀의 서브체인을 만드는 개념이다.

한수연 : 디튜브와 유사한 거라고 봐도 되나?

조재우 : 디튜브가 SMT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 디튜브는 지금 스팀을 쓰고 있지만, 자체 SMT를 만들어서 ‘디튜브 토큰’으로 바꿔버리면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보상 자체는 디튜브 토큰으로 하는 식이다.

한수연 : SMT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조재우 : 기대하고 있다. 좀 더 유연한 부분이 생기면 좋을 거 같긴 하다. 지분 보상이라거나… 투자자 친화적으로 풀려야 경제적인 게 따라붙어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종현 : EOS에서도 추구하는 바가 비슷한 것 같다. 차이가 뭔가?

조재우 : 코딩할 필요 없이 클릭만으로 SMT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게 SMT 쪽 목표다. 이게 SMT 최대 장점이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도록 해 접근성을 높이자는 게 콘셉트다.

이종현 : 확실히 장점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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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 논란들 – 고래와 어뷰징

한수연 :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이제 논란에 대해 얘기해보자. 스팀잇 생태계에는 여러 논란이 있다. 스팀잇에서 영향력이 큰 사용자, 일명 ‘고래’가 생태계를 좌지우지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이는 고래들의 담합보팅, 셀프보팅 등 어뷰징 논란으로까지 이어진다.

이종현 : 계속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답이 없는 문제다. 영향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를 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제재할 수는 없다. 일단 대부분 사용자가 주장하는 게 전체 시스템에 크게 반하는 쪽으로 가지 않게 적정선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각자의 이기심이 들어가면서 또 주장하는 바가 달라진다.

아예 대놓고 심한 어뷰징을 하는 사람들은 아예 봇으로 완전히 차단될 수 있다. 그런데 대놓고 어뷰징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게 서로 보팅해주는 경우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용자들도 그런 글이 보이는 것에 자괴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논란은 사회 내 이권 다툼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수연 : 대놓고 티 나게 어뷰징하면 차단할 수 있나?

조재우 :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운보팅이다.

내가 SMT에서 가장 강조한 게 블랙리스트를 걸 수 있게 해서 보상을 받지 못하게 할 수도 있게 만들자는 거였다. 보상자격박탈이다. 이에 대해 스팀잇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네드 스콧이 SMT에서 실험적으로 해보고 괜찮으면 스팀잇에도 도입해보자는 언질을 했던 것 같다.

김동현 : SMT에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 가능하다.

조재우 : 외국에서는 사용자들이 다운보팅을 가뿐하게 누른다. 그런데 한국은 대화로 풀어가려는 경향이 좀 있다. 말이 거칠어지더라도 바로 다운보팅을 찍기보다 ‘제발 그만합시다’라고 말하고. 어찌 보면 문화적인 측면도 있다. 눈에 띄지 않으면 많이 참아주는 편이다.

김동현 : 생태계 규모가 많이 커지면, 즉 사용자 수가 아주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어뷰징하는 그런 사람들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없어지진 않겠지만.

조재우 : 희석될 가능성 있다. 파워가 세면 눈에 띄는데 파워 부분을 확실하게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

또 다른 어뷰징 대응 방안 중에 보팅 파워를 무효화하는 게 있다. 내가 보팅 파워 1000이 있으면 이걸 희생해서 상쇄하는 거다. ‘내 보팅파워를 없앨 테니 저 사용자도 없애라’ 이런 것이다.

한수연 : 지나친 파워를 견제하는 기술적·시스템적인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건가.

조재우 : 재밌는 게 꼭 사람이 낀다. 블록체인이 기술적인 것 같은데 항상 사람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게 스팀은 더 심하다.

사실 파워라는 게 자기가 단기적인 이익을 더 취하려는 파워와, 여기에 대응되는 보다 장기적으로 전체 생태계를 키워서 가져가려는 파워가 있다. 둘이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이 주어지느냐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한수연 : 고래의 파워가 ‘지나치게 높다’라는 것에 커뮤니티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럼 이걸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논란인 것인가. 혹은 ‘지나치게 높은가’ 자체가 논란인가?

조재우 : 고래 파워가 높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다. 그런데 사실 논란거리는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사는 현실 사회도 티가 나지 않아서 그렇지 (똑같다). 블록체인은 워낙 투명해서 티가 나는 것이고.

내 경우 내 파워를 쪼개서 사람들과 나눴다. 다는 아니지만 쪼개서 되도록 괜찮은 분들과 나눠서 영향력을 줄이니까 서로 낫더라.

한수연 : 셀프보팅에 대해서도 ‘본인의 자유다’ 혹은 ‘생태계를 해치는 행위다’ 등 다양한 얘기가 있다.

조재우 : 나는 셀프보팅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중립이다. 문제는 신뢰를 없앨 정도로 과도한 셀프보팅이다.

나는 셀프보팅을 기본소득 정도 개념으로 생각한다. 그 사람이 이 플랫폼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 가치가 어느 선인지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감이 있지 않나.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아서 문제인 것 같다. 만약 나 같은 사람이 매번 본인 콘텐츠를 셀프보팅하면 보기 안 좋다.

이종현 : 많이 가진 사람에게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게 현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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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개발자(왼쪽)

스팀잇 논란들 – ‘박제’되는 콘텐츠, 잊힐 권리는?

김동현 : 스팀잇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스팀잇 콘텐츠를 ‘지울 수 없다’라는 점이다. 잊힐 권리를 생각해봐야 한다.

아직 사회에서 스팀잇의 영향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인 것 같다. 어떤 콘텐츠가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가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이 콘텐츠의 존재 자체가 공격성을 띠기 때문에 삭제되는 게 맞다.

출판물인 경우 수거를 하게 돼 있고 영상은 상영을 중단하고 인터넷은 삭제한다. 물론 완벽한 삭제는 불가능하다. 중고서점에 있는 책을 다 없앨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다수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게하는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

스팀잇에서 이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성장 요인에 저해가 될 것으로 본다. 만약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면 블록을 깨서 삭제하게 국가가 강제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 문제는 스팀잇에서 반드시 논의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이런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스팀잇에는 생태계를 유지하는 기본 정보만 담긴 블록체인만 가지고 있고 콘텐츠는 분산시키는 방법이다.

조재우 : 해시나 링크만 넣는 방법, 가능하다.

김동현 : 링크를 타고 들어갔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는 식으로 가능할 것이다. 이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스팀잇은 위험할 수 있다.

@vop-news에 기사를 많이 올리지 않는다. 고민이 많다. 인터뷰 기사의 경우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이 있다. 어떤 사람이 학생일 때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시간이 흘러 법관이 됐다. 그런데 학생 시절 기자회견 내용이 기사로 구글에 남겨져 있다. 이때 이 사람이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지워달라고 할 수 있다. 법관으로서의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으니까 삭제해달라고 하는 건데 이 경우 (구글이) 바로 삭제해 준다. 스팀잇에 기사를 올리면서도 이런 부분에 고민이 많다. 가능한 칼럼형 기사, 르포 취재 기사 위주로 내보낸다.

조재우 : 기술적으로만 본다면 (완전 삭제는) 스팀잇에서 불가능하다. 스팀잇은 그럴 의지가 없다. 서드파티 업체가 콘텐츠를 암호화해 올리고 프론트엔드에서 중앙 서버를 통해 해독해서 보여주는 식은 가능할 수 있다.

지금도 프론트엔드에서 지울 건 지운다. 백엔드에서 지워지지 않으니 문제인 것이다. 콘텐츠 삭제를 요청하면 사이트에서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백엔드에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그래서 여전히 볼 수 있는 것이다.

한수연 : 삭제 요청은 누구에게 하나.

조재우 : 스팀잇 웹 개발진에게 하면 될 것 같다. 현재 기준은 저작권으로 알고 있다. 디지털성폭력 영상도 제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동현 : 백엔드 접근을 차단하게 하는 기능을 넣으면 되지 않을까.

이종현 : 노드의 권한을 제한하는, 그래서 운영자만 블록을 볼 수 있게끔 API 형태로 제공해준다면 가능하다.

한수연 : 서드파티가 나서지 않은 이상 이 문제는 해결이 어렵겠다.

조재우 : 그럴 것이다.

한수연 : 다른 패널들은 콘텐츠를 올리고 7일 후에 박제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없나.

이종현 : 애초에 그런 고민이 있어서 익명으로 활동해 왔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실명과 얼굴이 공개돼 더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다. 감안하고 활동하는 수밖에 없다. 수정이 불가한 부분은 일상 글에 있어 상당히 큰 걸림돌이다. 내 집 근처가 노출되는 게 우려될 수도 있다.

한수연 : 먹스팀의 경우 위치정보가 들어가니까 우려가 이해된다. 김동현 국장은 ‘잊힐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인가.

김동현 : 사용자 입장에서 잊힐 권리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콘텐츠가 다른 사람에게 위해 한 경우 문제가 되게 심각해진다. 예를 들어, 미투(MeeToo) 관련 글을 썼는데 그 글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해당 글이 가해자를 비판하는 내용이라도 피해자의 사진이 들어가 있다면 2차 가해에 속한다. 결과적으로 2차 가해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수정·삭제 기능이 없으면 2차 가해 콘텐츠가 계속 남아 있는 거다. 위험하다.

조재우 : 프론트 엔드 단에서 잊힐 권리를 위한 리스트가 공유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콘텐츠 하나를 내린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김동현 : SMT랑 연관지어서 해시 정도만 남기는 단계로 가면 이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을까. 스팀잇 발전이 어느 단계에 다다르면 ‘내가 이걸 왜 유지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SMT를 보면서 (스팀잇) 규모가 커지면 망 같은 역할로 스팀잇을 두고 콘텐츠가 돌아다니는 건 알아서 하게끔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조재우 : 아카샤가 이런 방식이다. 아카샤는 이더리움 기반 플랫폼인데, IPFS에 글을 올리고 해시를 따서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올려 읽게끔 한다. 그런데 IPFS 속도가 엄청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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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 증인(왼쪽)과 김동현 국장

한수연 : 일정 기간이 지나면 콘텐츠가 박제되는 것도 논란이지만, 그 기간 동안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에버그린 콘텐츠를 올리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다. 왜 보상 기간을 한정한 것인가.

조재우 : 컴퓨팅 파워 때문이다. 보상이 메모리에 들어가야 한다. 7일을 30일로 늘리면 메모리가 감당 안 된다. 이 문제가 가장 크다.

스팀잇 사용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한수연 : 스팀잇 사용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면 어떤 게 있을까?

김동현 : 글을 좀 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루할 수 있다. 스팀잇은 갇힌 ‘브런치’ 같다. 브런치도 글을 써야 하는 개념이 있고 글발이 좀 되는 사람들이 살아남는다. 지금으로서는 글을 써야 스팀잇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팀잇은 또 잠시 지나가는 생각을 남기기에 적당한 플랫폼은 아닌 것 같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글들은 다소 감정을 배설하는 느낌이 있는데 스팀잇은 그런 느낌이 아니다. 본능적으로 ‘내 글에 보상이 얼마나 찍히는지’ 확인하게 된다. 생활 글이든 육아 글이든 간에 어느 정도 완성된 콘텐츠를 잘 쓰면 반응이 좋은 편이다.

조재우 : 반대로 보상을 아예 신경쓰지 않는 방법도 있다. 보상 거절을 설정해 콘텐츠를 올릴 수도 있다. 스팀잇에서 꼭 보상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의 전환이다. 또 ‘스팀 가즈아’ 같이 배설하는 곳도 있다. 여기에서는 존댓말을 쓰면 다운보팅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리스팀’을 노리라는 팁을 주고 싶다. 좋은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을 팔로우하는데 그들이 리스팀 하는 사용자를 유심히 본다. 보상을 포기하든 혹은 정말 글을 잘 써서 보상을 받든, 브랜드 관리라고 보면 된다.

이종현 : 보상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활동하는 게 필요하다. 아무리 잘 해도 하루 이틀 안에 잘 되긴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글을 잘 쓰지 못해도 댓글을 열심히 남기는 등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일단 길게는 2, 3년까지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 당장 얼마가 찍혔다고 좋아하지 않고 여기에 너무 크게 몰입하지 않고 하면 오히려 오래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재우 : 스팀잇 성장과 관련해서 할 말이 있다. 핵심은 역시 스팀잇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본다. 스팀잇을 빠져나와서 댓글만 포스팅에 붙일 수도 있고 블로그를 해도 되고. 스팀 위에서 돌아가지만 스팀잇은 아닌, 이것이 스팀잇 성장의 핵심이다. 먹스팀도 사이트가 따로 있다. 먹스팀 사이트에 들어간 사람들은 스팀 아이디는 있어도 스팀잇은 몰라도 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성장에서 중요하다. 즉 스팀 위에서 돌아가는 다른 서드파티들이 스팀잇만큼 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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