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까지 이틀에 걸쳐서 임상의학 종합평가라고 하는 고등학생으로 치면 모의고사? 같은 시험을 치느라 업로드를 하지 못햇네요 ㅜㅜ 이제는 국가고시 실기를 준비해야 해서 또 곧 바빠지겠지만 그래도 그전에 여유시간을 활용해서 자주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
오늘 읽은 책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인데요.
읽게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모든 수험생에게 꿈의 대학이듯 저에게도 꿈의 대학이었고, 좌절을 안겨주었던 서울대 도서관의 대출 순위 1순위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서울대는 저에게 두번이나 제 고백을 거절한 이성같다고나 할까요.. 가질수 없다면 부숴버리겠어 라는 마음이 들때도 있지만 그래도 관심이 가는건 어쩔수 없나봅니다. 그래서 어디 서울대 놈들(죄송합니다 애교로 봐주세요 ^^)은 어떤책을 읽나 나도한번 봐보자! 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되었어요.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얘기를 해볼게요. 사실 존댓말을 써야하나, 아니면 원래 글을 읽고 적어두었던 대로 조금 딱딱할 수 있는 필체를 올릴까 고민을 했습니다. 반쯤 존댓말로 수정을 하다가, 이건 아닌것 같아 다시 원글로 되돌아왔네요. 이번 독후감 내용은 반말로 써 보겠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넓고 얕은 지식' 이라는 책의 제목에 충실하게, 지대넓얕에 담긴 지식들은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다시 읽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의 수준이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 교과서 수준이라고 하였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7-8년 정도가 지나니, 그때는 죽어라 공부했던 지식들도 희미해져버린 것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교과서 수준의 정치적으로 공정한 서술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교가서가 정치적으로 공정하냐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교과서는 다른 책과 비교하여 정치적 색체를 빼기 위해 노력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대해서 조금은 독하게 표현하자면(나의 필명처럼) '교과서의 형태를 한 교묘한 정치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이유로 첫째, 사회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겠다는 이유로, 진보와 보수의 가치를 너무 쉽게 분리하여 놓았다.
진보 = 세금이 늘지 않고, 개인의 능력에 따른 소득의 분배를 옹호하는 측
보수 = 세금을 늘려야 하며 약자들을 돌보기 위한 경쟁의 저해가 어느정도는 허용될 수 있다는 측
이렇게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경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마크스주의적 변증법을 토대로 진보와 보수를 나누며, 변증법의 서술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역사와 현대 사회에 대해서 설명한다.
물론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정도에 대해서 진보와 보수의 가치가 나눠지긴 하지만, 나같이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은 과도해서는 안되며 득보다 해가 많다는 보수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도 페미니즘에 찬성하거나, LGBT의 인권을 위해서 국가와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저자의 진보와 보수에 대한 이분법적 구분은 너무나도 경제적인 부분만 강조한 측면이 없잖아 있어 보인다.
둘째로, 저자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보수 편향적이라고 생각하며, 그러한 편향을 교정하기 위해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을 좌파적 사고로 유도하고 싶어 보인다.
저자가 국가의 시장에 대한 개입과 세금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 즉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하면 '좌파적 사고'를 가지고 잇다는 점은 206페이지에서 잘 드러나는데
1. 자본가가 보수를 선택하는 경우
2. 노동자가 진보를 선택하는 경우
3. 자본가가 진보를 선택하는 경우
4. 노동자가 보수를 선택하는 경우
를 나누어 각 선택이 '합리적 판단'인가에 대해서 논한다.
저자는 일단 1번과 2번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한다. 자기가 경제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정치적 의견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가가 진보를 선택하는 경우는 '정의롭다'고, 노동자가 보수를 선택하는 경우 은 '어리석다'고 표현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3번의 선택이 정의로운 이유는 일반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을 자본가가 진보를 선택한 것은 경제가 아닌 윤리적 측면에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며, 사회적 약자를 돕는 선택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4번의 선택이 어리석은 이유는 자신의 이득과 도움이 안되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라고, 짧게 설명한다.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4번의 선택을 한 사람들은 미래에 자신이 자본가가 될 수 잇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으며, 정당한 경쟁을 통해서 나온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지 그들이 지금 노동자라고 해서 그들이 미래애도 노동자라는 법은 없다. 4번의 선택을 '어리석다'라고 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현재 노동자 집단 전체를 '도움받아야 할 존재'라고 매도하는 것이다. 지금 가진것은 쥐뿔도 없지만, 자신의 노력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으로 부를 거머쥘 것이라는 야심이 있는 사람들의 선택은 '어리석다'고 매도당해 버린다.
정치적 문제에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저자의 말처럼 개인의 이득이 극대화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으며, 그것은 저자의 생각과 달리 전혀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오히려 숭고한 결정일 수 있다. (물론, 대다수사람들이 이러한 진지한 고민없이 매스컴이나 주변사람들의 의견을 따라간다는 것은 인정한다)
또한 저자는 NL, PD 라는 학생운동의 두 계영에 대해서 설명하며, 요즘 대학에서는 이런 학생운동을 볼 수 없다며, 요즘 학생들이 너무 착하고 성실해서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것은 NL과 PD와 같은 학생운동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공감이 되는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전체주의'에 대한 판단은 매우 정확하며, 나는 우리 사회가 많은 부분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지니고 잇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사회의 구성원일 뿐이므로 사회가 잘못하여도 나의 책임은 크지 않다라는 생각이 왕따가 '문화'로 불리게 된, 학창시절부터 팽배해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함께 어떤 목적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견을 내고자 할때,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고자 하는 태도를 지닌다면, 우리가 지금 하고자 하는 것이 '전체주의'는 아닌지 멈춰서서 한번쯤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유시민씨가 쓴 "표현의 기술"처럼 모든 글은 자신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이 담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정치색을 띈 글'이라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글은 자신의 정치색을 밝히지 않으며 사람들을 교묘하게 자신의 생각과 동의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교과서에 서술될법한 '상식'에 가까운 지식일 경우에, 저자의 생각과 지식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 진다.
고등학교 사회 수업 시간에 배웠던 지식을 딱딱한 말투와 시험공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화를 위해 생각을 정리한다는 마음에서 읽기에는 좋은 책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려 한다면 자기도 모르게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게 되도록 저자가 '상식'사이에 숨겨놓은 '사견'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휴.. 글이 너무 길어져서 중간중간 필요 없는 사진을 넣어 조금이라도 눈의 피로를 줄여보려고 했는데.. 그래도 길군요.
무언가를 창작해내는 것의 어려움에 비하면 창작물을 비판하는 것은 비교도 안될만큼 쉬운 일입니다. 아무리 기본적인 지식을 설명하려 해도 깊이있게 알고 있지 않으면 어디선가 빈틈이 보이기 마련이구요. 그런 의미에서 이정도로 넓은 범위의 분야에 대해 이렇게 유창하게 설명하실줄 아는 능력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신 '채사장'님은 팟캐스트와 함께 블로그도 운영하시는, 말하자면 저희의 조상같으신 분입니다.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언젠가 채사장님처럼 맹독성 리트리버라는 필명을 달고 책을 내보고 싶네요 ^^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과 토론하는 기분(사실은 쉐도우 복싱이지만) 느끼게 해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었습니다.!
그리고 밑에는 손재주 없는 제가 어떻게 만들어 본 건데요, 역시 다른 스티미안 분들에 비하면 미천한 손재주인것 같습니다 ^^ 그래도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곧 더 좋은글과 고민을 가지고 찾아오겠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