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Story] 갑질, 내가 반항하는 방법

갑질대문.jpg

"도움 안되는 XX, 요즘 젊은 XX들 빠릿빠릿한데 왜 우리 회사 오는 XX들은 다 이런지 몰라"
"애비가 뭐 하는 X인데 제대로 못 가르치고 그러는거야?"
"XX처럼 육갑을 한다고 인마. 아유. 니네 부모가 불쌍하다 불쌍해. XX야"

안녕하세요 여러분 inverse입니다. 위에 나온 대사들은 종근당의 이장한 회장이 운전기사에게 했던 폭언들입니다. 눈살이 많이 찌푸려지실 겁니다. 이 이야기를 소개한 이유는 우리나라에(혹은 외국에서도) 뿌리박혀 있는 甲과 乙의 관계에 대한 제 생각을 써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갑질"의 역사

"갑질"이라는 단어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텐데요. 갑질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은 신조어입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시 '포스코 라면상무''남양유업 대리점 상품 강매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甲질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갑질이라는 행위는 저 멀리 과거에서부터 이루어져 왔을 겁니다. 아마 계급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청동기 시대부터 갑질이 나타나지 않았을까요? "야, 너 다음에 군장 달고 싶으면 나한테 비파형 동검 하나 가져와." 뭐 이런 식으로요. 그 땐 김영란법도 없었으니 마음대로 요구했겠죠.

어쨌거나, 남양유업과 라면상무가 '2013년 올해의 갑질' 타이틀을 가져가고, 2014년 12월에는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터집니다. 당시 사건을 폭로했던 박창진 사무장은 최근 '승무원'으로 회사에 복귀한 뒤 신입사원과 같은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5년에는 몽고식품의 김만식 명예회장이 운전기사에게 폭언, 폭행, 성희롱을 일삼다가 걸렸습니다. 그리고 매출이 급감하자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명예회장직에서 물러났지요.

갑질 현황

이렇게 대표적인 사례 외에도 갑질은 우리 일상속에서도 너무나 당연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취준생 울리는 면접관, 창업 가로막는 공무원, 백화점 직원에게 막대하는 손놈(?) 등 열거하자면 끝도 없죠. 저는 의경으로서 한 시민에게 당해본 갑질이 기억나네요.

몇 년 전, 서울 교통중대 의경으로 근무할 때 이야기입니다. 더운 여름날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사거리에서 꼬리끊기 근무를 하기 위해 경찰초소에서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갑자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셨습니다. 잠깐 대화체를 쓸게요.

아줌마: 저기요! 핸드폰좀 빌려줄래요? 내가 핸드폰을 집에 두고와서...
나: 아 그러세요? 그런데 저는 핸드폰이 없어요. 의경이라서 핸드폰을 못 쓰거든요.
아줌마: 에이.. 그러지 마시고 잠깐만 쓰고 줄게요. 줘봐요.
나: 아니요, 거짓말이 아니고 의경도 군인이라서 핸드폰을 못 가지고 다녀요. 죄송합니다.
아줌마: (내 명찰을 보면서) 아니 참.. 거기 이름이 뭐에요?? 내가 경찰에 민원을 넣든가 해야지.. 시민이 필요하다는데..
나: XX중대 XXX입니다.

의경은 시민으로부터 민원을 받으면 보통 휴가가 짤립니다. 여기 군필자 아재들이 매우 많으신 걸로 아는데, 휴가가 짤린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아주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그날 하루종일 스트레스 엄청 받았는데 전화는 안왔습니다 ㅡㅡ;

내가 반항하는 방법

제가 겪었던 일은 반항할 수 있는 방법도 딱히 없고, 너무 사소한 일이라서 갑질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부족합니다. 그냥 제 기분만 조금 나쁘고 지나갈 일이죠. 그런데 위에 열거했던 사건들은 그 클라스(?)가 조금 남다릅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특히 기업 오너, 고위 임원 등이 심한 갑질을 하면 그 기업 제품은 안 삽니다. 물론 이것도 마땅한 대체재가 있을 때에나 가능한 수단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제품들은 대체재가 있고 기업은 매출에 매우 민감합니다. 저 한 사람의 매출에 민감한 것은 전혀 아니지만... -.-;;

놀라운 것은, 저처럼 1인 불매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엄청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논란에 휩싸였던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매출이 감소하는 걸 보면 그렇게 느낍니다. 심지어 해고되기도 하고, 징역을 가기도 하며, 그냥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합니다. 어찌됐든 효과가 있는 거죠.

마치며

독자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갑(甲)질'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을(乙)질' 하지 맙시다. 물론 직장 상사나 나의 밥줄을 쥐고 있는 甲에게 잘보여야 한다는 건 누구나가 이해합니다. 그런데 필요 이상으로 굽히지는 말아요.

내 실적을 채가고 아이디어를 도용한 사람에게 한마디 못하고, 명백히 나의 인격을 무시하는 사람에게 그러지 말라고 한마디 못하면 본인도 마음이 안좋겠지만, 본인의 가족이 알면 기분이 어떨까요. 그러니 가족을 위해서라도 을질은 하지 맙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이상 inverse였습니다.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3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