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한 동그라미 1 - 빈 공간

25.jpg

"하하!! 마이해피서클 너는 정말 어디로 튈지 몰라서 불안 불안 했어! 정신줄 빠진 애가 한 번씩 엉뚱하게 크게 튕겨 나가서 우리들 고생 많이 했지..."
그랬나? ... 나는 이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오래된 일들을 내 친구들은 당사자인 나 보다 더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비행기 표는 아직도 유효하다는 거 알지? 네가 한국에 완전히 들어와야 사라지는 약속이야. 말하고 들어와라. 그냥 들어오면... 음...알지?"
"이제 안 그래도 돼..."
"내 맘이야! 너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잖아. 나도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너 들어 오는거 만큼은 내 손으로 해 주고 싶어서 그래"
결코 넉넉하지는 않으면서 친구는 여전히 나를 볼 때마다 매번 이런다.

한국을 떠나기 전 그녀를 찾아갔었다. 유학을 갈 수 없는 현실 상황에도 유학을 가겠다는 나에게 그녀는 어김없이 나를 현실로 끌어오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나의 의지를 꺾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녀는 마지막까지 나를 말렸었다.
"그래 마이해피서클. 그러면 나와 딱 한 가지만 약속해. 힘들면 꼭 그냥 돌아오는 거야. 너무 힘들게 견디지 말고 꼭 돌아오는 거야. 알지? 그냥 나한테 "나 들어가" 그렇게 한마디만 해. 그러면 내가 다 알아서 비행기 표 사서 보내 줄게. 내가 들어가서 끌고 나와도 되겠다. 어쨋든, 내가 다 할 테니까. 넌 그냥 너무 힘들게 견디지 말고,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만 하는 거야. 약속해. 빨리."
...
"그래. 알았어. 약속 할께."



다른 친구는 내가 힘들 때를 어찌 그리 잘 알았는지...
어느 날 나를 찾아와 " 마이해피써클 나 너한테 투자하고 싶어. 내 투자 좀 도와줘." 이러면서 나에게 용돈을 주었다. 받을 수 없다고 싫다고 너무 미안해하는 나에게 그녀는 "내가 믿는 친구한테 투자하는 거라니까. 나중에 너는 또 네가 믿을 수 있는 친구한테 투자해. 그러면 돼" "부담갖지마! 은주도 줬어."라며 나에게 용돈을 주고는 나를 끌고 등산을 했다. 그날 그녀와 올라갔던 북한산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우리. 그녀는 내가 뭔 짓을 해도 "잘했어. 나도 그랬을 거야." 이러면서 늘 나와 함께했다.



나와 감성이 조금 비슷했던 또 다른 친구와는 온종일 수업을 같이 듣고도 집에 가면 편지를 써서 잡지를 찢어 접어 편지 봉투를 만들고, 그 안에 편지를 넣어 다음날 친구에게 주는 일을 매일 했다. 하루에도 몇 통씩 우린 편지를 썼다.그렇게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가 큰 사과 상자로 한 상자가 넘었었다. (보통 이렇게 편지 주고받는 건 사춘기 중고등학교 때 하지 않나? 나는 이 짓을 꽤 늦게 했다. -_-;;)



미국에 와서도 여전히 사차원에 또라이(?) 같은 나는 한국인들과는 잘 어울리지를 못했다. 그들과 나는 그동안 살아온 삶도, 현재 살아가는 삶도, 생각도 너무 달랐다. 처음에는 나도 한국인이니 같이 어울려 보겠다고 나름 노력도 했으나, 쏟아지는 무례한 질문들에 기분이 상했고, 상한 기분은 불편함을 불러 왔고, 그 불편함은 내 진을 빼어내기 시작했다. 전혀 흥미 없는 이야기에 금방 지루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영혼 없는 웃음을 지어야 하는 내가 끝내는 괜히 안쓰러워지는 자기연민까지 나왔을 때쯤 들었던 생각은...
'행복한 사람들하고 웃으며 지내기도 짧은 인생인데, 나는 왜 그동안 한 번도 안 하던 영혼 없는 웃음까지 만들어가며 이런 모임에 있는 걸까? 그냥 생긴 대로 살자.' 는 것이었다. 그 뒤로 나는 다른 어떤 친목 모임에는 나가지 않게 되었다.

이런 나에게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언제나 메일로 메신저로 스카이프 전화로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러면서 나는, 나를 믿는 친구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살아야 했고, 더 씩씩하게 견디어야 했다.

절대로 서로에게 세상이 만든 잣대를 가져오지 않고, 언제나 서로의 삶을 응원해 주며...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앞으로 쭉 이렇게 같이 함께 갈 내가 사랑하는 귀하고 귀한 나의 행복한 동그라미 친구들.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내 삶은, 우리들의 삶은 빈 공간 친구들과 함께했고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그때 우리들은 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 이름에 우리들의 존재와 만남을 부여했다. )

언제든 찾아올 수 있게... 너를 위해 나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비워두는 마음의 공간.
빈.공.간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7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