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Antoine de Saint-Exupéry, 1943
무심한 말 한마디에 수많은 가능성이 죽어나간다. 선입견은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보다 깨기 어렵다. 의도가 정확히 공유되려면 주는 쪽과 받는 쪽, 양자가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보아뱀과 양 그림
숫자는 이성/비순수/어른을, 그림은 감정/순수/어린아이를 상징한다. 똑같은 내용도 전달자에 따라 달라진다. 인간은 수치화되고 계량화된 것에 익숙하다. 그로 인해 본질을 놓치는 건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어른들을 나쁘게 여겨선 안 되고 오히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을 항상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는 역설 앞에서, 순수를 잃은 어른은 자신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천문학자와 소행성 B612
훗날 위험을 부를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상징. 그 존재는 갑자기 다 커 버린 상태로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작은 씨앗에서 출발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우리가 무심히 내버려두는 사이에. 어린왕자는 늘 이 문제에 신경썼다. 자라기 전에 뽑아야 한다. 그 일은 뒤로 미뤄선 안 될 것이다. -바오밥나무
명령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선량했으므로 사리에 맞는 명령을 내린다. 그가 복종을 요구할 권한을 갖는 건 그의 명령이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또 우리 자신은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것을 누군가에게 강요하고는 그걸 따르지 못한 것을 비난한 일이 없는가? -이웃들: 왕
자기를 찬양해 주기만 바란다. 그래서 오직 자신을 찬양하는 말만 듣는다. 누군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 받기를 원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때로는 그 마음이 지나칠 때가 없지 않은가? -이웃들: 허영이
술을 마시는 수치심을 잊으려고 술을 마시는 술꾼은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어떤 행동을 가리려는 행동이 또 다른 가릴 거리를 만든다. 그로 인해 그간 가리고자 노력했던 처음의 어떤 행동을 다시 야기한다. 우리 삶에선 어떤 악순환의 고리를 찾을 수 있을까? -이웃들: 술꾼
그는 온종일 별만 센다. 그러나 별들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그래서 실업가도 별도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 그는 부질없는 것을 끊임없이 탐하는 어른이다. 욕망은 때로는 우리에게 삶의 이유와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허망할 때가 많다. 그는 이미 별을 세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운동부족으로 건강을 잃었다. 헌데 그가 정녕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이웃들: 실업가
가로등을 켜고 끄는 것은 그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일이다. 그것이 앞서 만난 인물들과 그가 다른 이유다. 하지만 그는 급변하는 상황에만 맞춰 살다 보니 쉴 틈이 없다. 그의 마음에는 다른 사람을 곁에 둘 수 있는 작은 여유조차 없다.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에 맞춰 점점 더 바빠지기만 하는 현대인의 삶이 그에게서 보이는 건 착각일까? -이웃들: 가로등러
그는 지리를 기록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사는 별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굳이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서재에 앉아 탐험가들이 들려 주는 이야기를 기록할 뿐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의심하면서도 직접 확인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남들에 대해서는 이러쿵 저러쿵 떠들면서도 정작 자신을 돌아보는 건 인색한 우리의 초상이다. 심지어 자신에 대해서도 남들이 하는 평가에 기인할 뿐이다. -이웃들: 지리학자
B612를 포함, 각각의 별에는 단 한 사람만 산다. 이 별들은 화자인 나가 지닌 내면의 표상일까? 이 이야기는 나의 자아 성찰일까? -이웃들
오직 자신만이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그 무엇. 그것은 삶의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때로는 그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 아쉽게도 그 무엇은 자기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에 의해 길들여진 장미는 다른 수 천 송이의 장미와는 다른, 특별한 존재로 거듭난다. 즉 그 무엇의 유일무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무엇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건 내 손에 달렸다. -장미
나가 진정 어린 대화를 할 수 있었던 상대는 그와 비슷한 지적수준을 가진 어른이 아닌 어린 왕자였다. 나는 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린왕자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양은 순수를 상징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