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에세이] 파리에서 해 볼 6가지


읽은 것은 반드시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한 것은 반드시 만나게 됩니다.
만난 것은 반드시 쓰여집니다.



 2016년 가을, 파리의 몽소거리를 걸었습니다. 문득 그 거리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십대 때 푹 빠져 읽었던 [티보가 사람들]의 주인공 자크가 제니와 함께 걸었던 길이었습니다. 기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읽은 것을 상상했던 내가 결국 어느 시점에 바로 그곳으로 소환당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전 하루만에 도시를 찍고 다음 도시를 찍기 위해 빨리 떠나야하는 여행을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그림 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고 싶었으니까요.

 파리에서만 최소 2주를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파리에서 꼭 해볼 6가지를 노트에 써놓았습니다. '관광'이 아니라 '경험'을 하고 싶었거든요.
 저는 마레 지구 생 폴 역 근처에 방 하나 욕실 하나 부엌 하나 있는 집을 3주간 빌렸습니다. 중간에 니스와 몽셸미쉘, 옹플뢰르와 2개의 성을 관광하는 시간을 빼고 꼬박 2주를 파리에서 보내게 됩니다. 영화에서 보던 긴 창문이 있는 집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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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 시집사기



 도착한 첫날 랭보의 시집부터 사고 싶었습니다. 불어를 몰라도 상관없었어요. 생 폴 역 근처의 작은 서점에 들어가 랭보의 시집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서점 직원은 "랭보"를 전혀 못알아듣더군요. 영어로 설명을 시도하다가 그냥 스마트폰을 내밀며 랭보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그랬더니 손을 저으며 없다고 했습니다. 비록 책을 사지 못했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파리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요.

 시간이 많으면 목적지 없이 느긋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센 강변을 따라 걷습니다. 어느날 강을 따라 걷다가 헌 책과 지도, 엽서와 그림을 파는 부스를 살펴보다가 전 노란색 표지의 랭보의 책을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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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곳에서 식사하기


 마레 지구는 대학생이나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라 그런지 가게도 멋진 곳이 많았습니다. '경험에 돈은 아끼지 말자'는 철칙이 있었던 터라 설사 집에 돌아가 짜파게티로 한 달을 연명하는 생활을 할지언정 매일 점심, 저녁식사에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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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던 곳을 꼽으라면 오르쉐 미술관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점심메뉴가 15유로 안팎이니 주머니 가벼운 분도 멋진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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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상부르 공원에서 피크닉하기



 한국에서 피크닉용 예쁜 천을 미리 준비해왔습니다. 마레 지구에 있는 빵집에서 빠게트를 사고 근처 슈퍼에서 잠봉 햄, 토마토, 에멘탈 치즈와 오이를 사서 잠봉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읽을 책도 준비했으니 이제 본격 파리지앵이 되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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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사먹기



 프랑스의 과일은 어떤 맛일까. 집을 나와 모퉁이를 돌면 과일가게가 나옵니다. 저는 이틀에 한 번 과일장을 보았는데, 주인아저씨가 단골대우를 해주더군요. 파리에서 먹었던 과일 중에 무화과와 포도, 블루베리, 납작 복숭아가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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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것과 우연히 조우하기



 이건 그냥 재미로 리스트에 넣었습니다. 혹시 아나요? 에펠탑 근처에서 UFO라도 발견할지. 그런데 제가 묵었던 숙소 근처에서 이 분을 본 순간 단번에 깨달았습니다. 버킷리스트 하나를 달성했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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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강에서 노을보기



 숙소를 예약했을 당시에 집 근처에 센 강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정말 한 블록만 지나면 강이 나타났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나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매일 아름다운 노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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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전 다시 목록을 만들려고 합니다.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약할 수 없지만 바르셀로나에서 꼭 해 볼 6가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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