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소설]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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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가 사라졌다. 난 그 소식을 심각하게 들었으나 놀란 척 하지 않았다. 그녀의 행방은 아무도 몰랐고 몇 번을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편지 한 장과 열쇠가 남아있었다. S와 난 모임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농담이나 주고받는 사이였다. 그녀에 대한 각별한 내 마음을 알리지 않았던 것을 후회해봐도 소용없다. S가 처음 모임에 합류했을때 모두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다들 그렇지 않은척 연기하는데 몰두했다. S는 사람들이 말을 할 때 잘 들어주기만 할 뿐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만 알고 있었을까? S는 관계가 위기에 처하면 도피하는 쪽이라 그녀와 사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심장을 쥐어짜이는 상처를 안고 떠났다. S와 사귀면 어떨까, 가끔 가정을 해보았지만 역시 모임이 있을때 그녀와 맛집정보를 교환하는 사이를 유지하는 정도가 정신건강에 더 좋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S에 대한 감정은 정리되지 않는다. S와 한달 동거중이던 A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나에게 S가 남긴 편지를 보여주었다.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납니다. 나와 접촉을 원하는 분은 없는 아파트, 없는 동, 없는 호, 없는 우편함에 편지를 넣어주세요. 나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분들은 안심하세요. 내년까지 스팀달러로 송금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모두들 안녕." S를 추종하는 모두에게 전하는 메세지였다. 작은 열쇠가 내 손에 떨어졌다. A가 못보는 사이에 그 열쇠를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이게 오늘 낮에 일어난 일이다. 나는 열쇠를 쥔 채 그녀생각을 하다가 소파위에서 잠들었다.


새벽에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었더니 S가 서있었다. 화장을 지워서 얼굴이 밋밋하게 보이긴 했어도 분명 S였다. 놀라움으로 고함을 지를 뻔 했으나 태연하게 S를 맞이했다. S는 나에게 말했다. "모두가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곳은 너의 방이야. 그리고 네가 훔친 것은 네 서랍의 열쇠지." 나는 S에게 키스하지 않을 수 없었다. S는 졸린다고 중얼거렸다. S는 내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침대위에 누워 나의 시를 암송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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