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 가입한 지도 이제 두 달. 사실 스스로는 아직도 뉴비라고 생각하지만, 비공식적인 척도에 의해서는 더이상 뉴비가 아닌 헌뉴비. 하지만 여전히 헤매는 중이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중입니다.
@zzoya 님의 그림&글 작가 콜라보 이벤트와 @sochul 님의 신규작가 프로젝트를 보니 마음은 일렁이는데, 이내 제 블로그로 들어와 그간의 포스팅을 보니 제목부터 콘텐츠까지 일관성이라고는 하나 없는 것이 너저분한 냉장고를 들여다 보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하필이면 [본격 스팀잇 홍보 포스팅] 부에노스 아이레스 맛집 2탄! 을 쓰고 있던 중이었지요. 사실 막상 아르헨티나 오실 분이 몇이나 되시겠냐만은 구글검색을 통해 스팀잇이 더 알려지길 바라는 나름의 원대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다보니 점점 kr-pen 태그와는 멀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언젠가 ‘작가’ 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 곳에 왔던 건데 말이죠. 본래의 목적이었던 글쓰기 훈련은 뒤로 하고 ‘스팀잇에 적응’ 하기에 바빴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전히, 감사하게도 이웃 분들의 도움으로 순탄히 적응을 해 나가는 중이지만서도 가입 초창기부터 고민했던 정체성은 아직도 찾지 못한 것 같아요. 일관성 있는 컨텐츠로 꾸준히 자신만의 색깔과 세계를 구축하는 분들을 보면,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 건지, 한 우물을 파는 것에 취약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짧은 인생을 돌아보니 후자는 확실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들이 많습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일기에 그칠 뻔한 글에 의미가 더해지고, 잊혀진 추억에는 다시 생명이 깃드니까요. 벽에 부딪히던 혼잣말도 이제는 상대를 만나 조잘대고 있으니 외롭지 않겠지요. 아니, 그렇다고 제가 외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 틈에서나 외롭지, 혼자서는 침대에 누워 천장만 보고 있어도 외로울 틈이 없어요. 아니 그렇다고, 침대에 누워 천장만 보고 있는 것은 또 아닌데..
오직 글을 읽기 위해 방문하게 되는 분들이 계십니다. 철학적인 글, 문학적인 글, 재미난 글, 마음을 위로하는 글,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느새 다 읽어 버린 글을 쓰시는 분들이지요. 제가 웬만해선 남을 부러워 하지 않거든요. 어릴 때도 샘이 없다고 핀잔을 들었는데 크면서는 ‘저 사람도 저걸 얻기 위해 포기한 것이 있겠지’ 싶어서 아무도 부럽지가 않더랍니다. 그래서 가뭄에 콩 나듯이 누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이 제가 가야할 ‘방향’ 이라는 확신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글 잘 쓰시는 분들이, ‘작가’ 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분들이 부러워졌기 때문이지요. 낯설지만 반가운 마음입니다. 갑자기 힘주어 쓰지는 못하겠고, 그랬다간 본전도 못찾을 테니 하던대로 하겠지만, 언젠가는 그 속에서 정말 맛있는 요리가 탄생할 지도 모르니 냉장고는 너저분해져도 계속 이것 저것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한국에 가면 꼭 독서를 해야겠다는 때늦은, 부끄러운 다짐도 해봅니다.
쓰고나니.. 왜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존댓말을 쓴 것을 보면 내심 읽어달라고 쓴 글인데 말이죠. 제가 비록 이 모양이나 마음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구차히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본격 스팀잇 홍보 포스팅] 부에노스 아이레스 맛집 2탄! 이나 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밀려 옵니다. 내일은 동네 한바퀴를 돌려고 했는데 여긴 벌써 새벽 6시예요. 지금 자고 일어나면 엄청 더울텐데. 괜히 자꾸 딴소리를 합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springfie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