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겨울 이불을 다시 꺼냈다.
저번 여름은 지독히도 더웠다. 올여름을 어떻게 나야 할지 두려운 마음에 이른 여름맞이를 했다. 작년에 동생이 사준, 덮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여름 이불을 꺼내 요 며칠 그 이불을 덮고 잤다.
몇 달 만에 에어컨을 틀었더니 냄새가 났다. 필터 청소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이제 곧 이사를 가야 해 업체를 부를지 고민이 됐다. 에어컨을 안 틀다 보니 창문을 열 일이 많았다. 요즘은 제법 더웠기 때문에 창문을 활짝 열어야 겨우 땀이 식었다.
며칠 창문을 열고 지내보니 제법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잘 때도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창문 너머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좋아서였는데, 새벽바람이 생각보다 매서웠다. 내가 모르는 잠버릇이 있는지 자고 일어나면 얇은 이불이 침대 밑에 떨어져 있기 일쑤였다. 어떤 날엔 너무 추워 얇은 이불을 몸에 둘둘 말고 잔 적도 있다. 어젯밤도 덜덜 떨다 새벽 늦게야 잠들었다.
요즘 나를 감싸고 있는 것이 얇고 얇은, 이른 때의 여름 이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뒤척임에도 금방 떨어져 나가는, 주섬주섬 올려야만 겨우 내 몸을 덮을 수 있는 그런 이불 말이다.
결국, 참지 못하고 두꺼운 겨울 이불을 다시 꺼냈다. 아직 창고에 들여놓지 않은 전기장판도 틀었다. 6월 중순에 전기장판을 틀고, 두꺼운 극세사 이불에 들어간다. 너무 좋다. 녹아버릴 것 같다.
얼마 안가 다시 여름 이불을 꺼내게 되겠지만, 이 두껍고 묵직하고 따뜻하고 포근한 겨울 이불로 여름을 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계절을 거스르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