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 #9] 음악의 공간감이란 무엇일까? - 패닝 < King Crimson >

  • 이번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는 음악의 공간감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에 이어폰으로 들어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이번 제 글에 틀린 설명을 @musiciankiyu님께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musiciankiyu님의 설명으로 일부 수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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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입니다. 오늘은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음악을 통해 음악의 음향적인 부분을 함께 볼까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피커는 두 통이고, 이어폰도 두 쪽입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그건 우리 귀가 두 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음악은 대개 스테레오(Stereo)로 만들어집니다.

스테레오는 스피커의 대칭 구성을 통해서 둘 이상의 독립 음향 채널을 사용하는 음향 재생 방식입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스테레오가 어떤 것인지 쉽게 와닿지 않을 것 같아요. 조금 더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양쪽이 서로 다른 소리가 나는 것

스테레오와 반대 개념인 모노(Mono)는 L(Left), R(Right)이 서로 같은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L, R에서 서로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이 바로 스테레오입니다. 스테레오는 2개의 스피커를 통해 공간감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소리를 조금 더 실감 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나의 곡이 (유통 가능하게) 만들어지는 과정은 작곡 - 편곡 - 녹음 - 믹싱(Mixing) - 마스터링(Mastering)입니다. 작곡-편곡-녹음에 비해 믹싱과 마스터링은 생소하게 느껴질 듯 합니다. 오늘은 믹싱에 관한 내용만 짧게 다뤄보려 해요.

믹싱은 광범위한 분야라 간단하게 정리할 순 없지만, 쉽게 설명해보자면 녹음으로 받은 음원 트랙들을 정리하고 다듬는 모든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버브(Reverb)를 입히는 것부터, 악기의 크고 작은 볼륨을 조절하는 일, 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토튠(Auto-Tune) 작업도 믹싱에서 일어납니다.

이 곡을 스테레오로 만들지, 모노로 만들지는 녹음 전에 정해 녹음 시 알맞게 수음을 해야겠지만, 본격적으로 공간을 구상하면서 악기 위치를 정하는 과정은 믹싱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악기를 녹음할 때 드럼, 베이스, 보컬은 모노 트랙으로 녹음을 받습니다. 그리고 모노로 받은 소리를 양 옆으로 나누어 가운데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타와 같은 악기는 똑같은 연주를 두 번 녹음 받기도 합니다. 거의 비슷한 형태의 연주이지만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어쩔 수 없이 연주가 조금은 다르겠지요. 그 다른 소리를 양 쪽으로 나누어 조금 더 풍성한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저희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 음악에서는 이런 식의 공간감을 주기위한 효과들을 곡에서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믹싱 중 패닝(Panning)이라는 작업이 있습니다. 녹음된 각 트랙(쉽게 말해 악기들)을 좌-우로 옮기며 균형을 맞추는 작업입니다. 패닝이 잘못되면 소리가 겹쳐 들리거나, 지저분하게 들리게 됩니다. 음악의 위상을 만드는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음악의 위상을 결정 짓는 것은 패닝 뿐 아니라 리버브, 딜레이와 같은 음향 이펙터의 영향도 있습니다)


보통 패닝 작업 시에는 실제 악기들이 연주될 무대를 그리면서 악기 위치를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컬, 베이스, 기타, 피아노로 구성된 음악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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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의 중요도에 따라 뒤에 있는 악기의 위치가 바뀔 수는 있겠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무대 구성은 이런 형태입니다. 보컬이 앞에 나오고, 뒤에 악기가 있는 형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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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닝이 잘못되면 이렇게 됩니다. 저것이 실제 무대라고 생각한다면 굉장히 전위적이거나 낯설게 느껴지겠죠. 실제 연주를 저런 형태로 하게 되면 악기가 주는 공간감도 좋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무대 악기 배치가 이미 공간감을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기에, 패닝으로 악기 위치를 잡을 때는 일반적인 무대 배치를 고려하고, 관객은 정중앙에 있는 걸 기준으로 합니다.


< King Crimson - Moonchild >

이 곡을 이어폰 혹은 좌우 스피커를 통해 악기의 위치에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기타 소리가 왼쪽에서만 나는 게 느껴지시죠? 이 기타는 끝까지 왼쪽에서만 소리가 납니다. 왼쪽 이어폰을 빼면 이 곡의 기타 소리를 들을 수 없어요. (계속 들어보면 곡이 무척 심심하고 허전하게 들릴 거에요)

왼쪽으로만 들어도, 오른쪽으로만 들어도 보컬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기타의 소리는 왼쪽으로만 패닝 되어있다면, 보컬의 목소리는 좌우로 알맞게 패닝이 되어있는 것이지요.


< Lou Reed - Perfect Day >

이 곡은 왼쪽만 들어도, 오른쪽만 들어도 악기 소리가 들립니다.

일반적으로 믹싱을 할 때는 왼쪽과 오른쪽에 둘 다 악기 연주를 넣습니다. 그리고 볼륨의 차이를 두거나 음향 이펙터를 겁니다.(스테레오는 L,R의 소리가 다른 것이라고 앞에서 말씀드렸죠?) 피아노가 왼쪽에 있다고 가정하면 왼쪽의 피아노 소리는 크게 믹싱됩니다. 피아노가 왼쪽에 있다고 해서 오른쪽에 있는 관객에게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아니므로 오른쪽에도 피아노 소리가 납니다. 하지만 왼쪽보다는 상대적으로 소리가 작겠죠. 그런 사소한 차이에서 스테레오의 공간감이 만들어집니다.


https://www.dailymotion.com/video/x52auvd

< King Crimson - Cadence and Cascade >

(유튜브에 원곡이 없어 데일리모션 영상으로 대체합니다. 들어주세요...)

이 곡도 극단적으로 왼쪽에만 나오는 악기, 오른쪽에만 나오는 악기가 나뉘어져 있습니다. 모르고 들으면 이어폰 한쪽이 고장 났나? 하고 의심할만 한 인트로입니다.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오 사운드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까 들었던 King Crimson의 노래도 이어폰을 번갈아들었을 때 보컬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죠? 이 곡도 그렇습니다. 보컬은 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대개 보컬은 중심으로 믹스돼 있습니다. 보컬은 가운데에서(좌우 고르게) 소리가 나는데 기타는 왼쪽에서만 나오는 기형적인 공간감 때문에 저는 이 곡이 좋았어요.

베이스와 드럼도 양쪽에서 소리가 나고 있지만, 기타와 피아노가 100% 양쪽으로 갈려있습니다. 기타는 왼쪽에서만 소리가 나고 피아노는 오른쪽에서만 소리가 나지요.

보컬, 베이스, 드럼이 위치상 중심을 잡아주면서 그 위에 기타와 피아노가 완전히 양옆으로 나뉘어있으니 곡이 더 넓게 펼쳐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저는 이런 믹싱 때문인지 같은 방에 모여 따로 노는 기분이 들었어요. 곡도 급작스럽게 끝나는데요. 모여서 실컷 자기 얘기만 하다 "이제 갈까?" 하고 1분만에 헤어지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프로그레시브 락(Progressive Rock)에서는 이렇게 악기를 극단적으로 좌, 우에 배치하는 믹싱이 많습니다. 악기의 연주나 멜로디가 아닌 사운드에만 집중해봐도 아티스트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그게 참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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