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니 에드만 후기

주변에 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독일영화 ‘토니에드만’.
사실 독일영화라는 말을 듣자마자 지루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일단 독일영화 자체가 생소하고 ‘노킹 온 헤븐스도어’ 이후 본 적이 없는데다, 장르가 드라마/코미디라니 유럽 안에서도 재미 없기로 유명한 게 독일 코미디인데 말이다.
우선 실패를 줄이기 위해 꼼꼼히 검색을 해봤다. 역시 평가가 어마어마했다. 평점이 짜기로 유명한 칸 공식 데일리 집계 중 최고 평점을 획득했고,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자 많은 평론가들이 토니에드만에게 주지 않은 것을 비난할 정도였다고. 잭 니콜슨은 본인 스스로 리메이크 작품을 제작하고 출연하겠다고 할 만큼 이 영화가 좋았다고 하니 이 정도면 일단 볼만하고 지루하더라도 봤다는 데 의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거리는 사실 간단하다. 어릴 땐 친했겠지만 지금은 소원해진 아빠와 딸. 딸의 인생에서 자기 역할이 없어진 아빠는 출장가는데 언제 한번 놀러오세요 라고 던져본 딸의 말에 진짜 나타나고 딸은 그런 아빠가 귀찮고 짜증나기만 한다. 트러블 끝에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한바탕 소리치자 사라졌던 아빠는 변장을 하고 다시 나타나 딸의 주변을 맴돌며 본인이 토니 에드만이라고 주장한다. 이후는 익숙한 이야기다. 아버지는 업무에 치어 팍팍하게 살아가는 딸이 안타까워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고, 딸은 그런 아버지가 부담스러워 갈등을 빚다 결국 화해하는 구조. 이렇게 통속적인 줄거리일 수 없으나, 그 디테일한 구성이나 매 장면마다 예상치 못한 전개가 계속된다. 익숙한 헐리웃 패턴에 익숙해져있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불친절할 수도.. 잭 니콜슨이 헐리웃에서 리메이크하게 되면 이런 표현이나 디테일이 가능할까 싶다. 개인적으로 신파느낌, 특히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뭐만 할라치면 슬픈 노래 OST 깔리며 분위기 클라이막스로 끌고가는 형식을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종일 담백하고 깨알같이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로 2시간 반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을 그리 지루하지 않게 구성한다는 것 자체가 그것을 증명하는 것 아닐까. 다만 실제 촬영한 건 100시간이 넘고, 감독이 장면마다 10번, 20번씩 찍어 최고를 뽑아내는 스타일이라고 하니, 배우들이 정말 고생했을 것 같다.

가장 명장면은 역시 딸이 아버지의 반주에 맞춰 휘트니 휴스턴의 “Greatest love of all “을 열창하는 장면이다. 난 순간 개사한 버전인 줄 알았을 정도로 이 노래의 가사가 토니 에드만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내용이었다. 타인을 사랑하기 전에 나를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또 이 장면의 상황과 분위기가 다소 엉뚱해서 1절에선 다들 키득키득 웃기도 했는데, 2절 넘어가면서부터는 가사의 내용, 영화의 메시지, 배우의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나왔을 정도.
2000년대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성인으로서 직장생활, 부모-자식 간의 관계 등 여러가지로 느끼는 바가 많았던 영화였다. 참 리뷰만 보고 부모님과 혹은 자녀와 보실 분은 꽤 쎈 노출신이 등장하니 불편할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하시길. 헐리웃 영화도 좋지만 때로는 이런 유럽영화, 특히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한편 봐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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